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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아재 Mar 13. 2022

함께 그리는 즐거움 2. -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에서 함께 그리기

 평일 저녁 9시마다 그림 친구들과 함께 인스타그램 라이브룸을 통해 1시간 동안 그림을 그리는 모임을 하고 있습니다. 두 달이 넘도록 하루도 빠짐없이 정해진 시간에 요일을 나누어 방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방송에 참여하시는 분들이 조금씩 늘어나더니, 2주 만에 방송 참여 최대 인원 4명을 훌쩍 넘어 번호표를 나눠드려야겠다는 농담도 하곤 했습니다.          


  제가 인스타그램 라이브에 재미를 들이게 된 것은 우연히 혼자 라이브 드로잉을 하는 다른 분의 방송을 보게 된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방송을 들으며 저도 그림을 그렸습니다. 방송이 재미있다 보니 함께 참여해 보고 싶어 졌습니다. ‘내가 괜히 방해하는 것은 아닐까? “, ”괜히 그림 실력도 없으면서 나서는 건 아닐까? “ 하는 생각에 우물쭈물하고 있었습니다. 드로잉 동영상을 촬영하기 위해 가지고 있던 수평 촬영용 거치대에 스마트폰을 세팅하고, 함께 그리고 싶다고 조심스럽게 말씀드렸습니다. 흔쾌히 초대해 주셨고 방송 ‘참여 요청‘버튼을 눌렀습니다.

  처음에는 호스트로 초대해 주신 선생님의 말소리만 듣기에도 바빴습니다. 채팅창을 읽고 이야기하며 그림을 그리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란 걸 그제야 제대로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몇 번을 하다 보니 그림과 영상, 채팅창을 함께 볼 수 있도록 세팅하는 방법도 나름대로 터득하게 되고 방송을 하면서 그림을 그리는 것이 익숙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촬영 세팅하는 방법은 나중에 따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처음에는 이렇게 세팅했어요. 지금은 링라이트 조명도 따로 세팅했는데요. 요새는 링라이트가 합쳐진 암스탠드형 거치대도 있더군요.


  그런데, 점점 재미있어질 때쯤 항상 호스트로 방송을 진행하시며 저를 초대해 주셨던 분께서 라이브 방송을 그만두셨습니다. 너무 아쉽더군요. 며칠이 지나 ‘그래 나도 호스트로 한 번 라이브 방송을 해보자’라는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혼자 드로잉 라이브 방송을 할 때는 ‘묵언방송’ 수준이었습니다. 그림을 그리면서 채팅창을 보고 이야기를 하는 것도 어렵지만, 보고 계시는 분들께 먼저 이야기를 건네는 것은 더 어려웠습니다.

  ‘질문, 잡담은 언제나 환영!’이라는 댓글을 고정해 놓았지만, 이야기를 건네시는 분들이 별로 없었습니다. 결국 대화도 없고, 재미도 없고.... 혼자서 아무도 없는 온라인 화면 안에서 그림을 그리곤 했습니다. 그저 누군가 지켜보고 있으니 끝까지, 매일 그려야겠다는 마음을 유지하는 것에 만족하게 되었습니다.  

   

  종종 방송을 보러 와주신 분들에게 함께 그리자고 말씀드렸습니다. 다행히 함께 하기로 하신 분들이 계셨습니다. 적당한 거치대 정보도 알려드리고, 촬영 세팅방법도 알려드렸습니다. 방송을 시작하자마자 참여하시는 분들이 늘어가고 시간을 정해 라이브 드로잉을 하기로 약속했습니다.

  ‘꾸함그즐’이라는 이름을 방송 제목으로 정하고 함께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준히 리는 거움.     


  앞 글에서 용기 내어 오프라인 모임에 나가 새로운 연결을 만들어 보라고 권해 드렸습니다. 꼭 오프라인이 아니어도 이렇게 온라인으로 함께 그리는 방법도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인스타 라이브를 통한 실시간 온라인 드로잉 모임이 좋은 이유는

  첫 번째, 혼자 그리는 것보다 여럿이 함께 수다를 떨면서 그리니 더 즐겁게 그릴 수 있습니다.


  들어오시는 분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지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이어나갈 수 있습니다. 대화를 통해 댓글로만 소통하던 분들과 목소리와 그림으로 만나게 되고, 새로운 지식도 얻게 되는 것은 물론, 미처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저의 취향이나 생각도 꺼내게 됩니다. ‘나한테 이런 부분이 있었지’하는 깨달음과 함께 나 자신을 확장시켜주는 ‘대화의 즐거움’을 느끼게 됩니다.     


  두 번째, 혼자가 아닌 다른 분과의 약속이기에 꾸준히 그릴 수 있는 새로운 루틴을 만들게 됩니다.


  지금은 저와 다른 한 분이 요일을 나누어 호스트로 라이브 방송을 하고 있습니다. 퇴근을 하고 저녁을 먹고 늘어지다 보면 그림 그리는 것을 건너뛰게 될 때가 많아집니다. 그렇게 2,3일 그림 그리는 것을 건너뛰면 어느새 습관이 무너져 버리게 되고, 다시 바퀴를 돌리는 데 힘이 많이 들어갑니다. 라이브 방송을 함께 하면 즐거움을 찾아 꾸준히 그림을 그리게 됩니다. 계속 힘차게 바퀴가 돌아갑니다.

  물론 처음에는 어색하고 복잡하고 어렵습니다. 하지만, 두세 번 해보면 금세 그 재미에 빠져들게 됩니다.

     

세 번째, 다른 장르의 그림을 그리시는 분들이나 아직 뵙지 못한 분들을 온라인에서 만나 는 것도 신선하고 즐거운 경험입니다.


제가 다른 분의 방송에 참여 요청을 하거나, 저의 방송에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을 모셔서 함께 그림을 그리며 이야기합니다. 처음에는 조금 쑥스럽기도 하지만 그 재미를 알게 되니 인물화나 디지털 드로잉 등 제가 잘 알지 못하는 장르의 그림을 그리시는 작가님께도 참여 요청을 하곤 합니다. 혼자 방송을 하시던 프로 작가님들도 함께 참여하실 때도 많습니다. 작가님들도 함께 그리니 부담이 줄고 더 즐겁다고 하십니다.

  함께 라이브 드로잉을 하는 절친한 그림친구는 새로 알게 된 디지털 드로잉을 하시는 분과 여러 번 라이브 방송을 하다 이제는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 방송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매주 화요일 드로잉&낭독 방송을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그것도 직접 쓴 글을 번갈아 낭독한다고 합니다. 새로운 연결이 또 다른 열정과 경험을 만들기 시작한 거죠.     


당신의 창의성이 부족한 것은,
당신의 열정이 떨어지는 것은,
당신의 직장생활이 자꾸만 힘들어지는 것은,
당신이 의욕 없는 아침을 맞이하는 것은
바로 당신이 고정된 연결에만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연결이 개입될 여지가 보이지 않는 암담함이 창의성을 제한한다.
뜨겁지 못한 이유는 이 때문이다.
문제는 당신이 아니라 당신과 연결된 환경에 있다
[기획자의 책생각, 이정훈/김태한, 책과 강연]          


네 번째, 함께 그리는 분들과 연결되어 '거인의 어깨'위에 올라탄 경험을 하게 됩니다.


내가 더 멀리 보았다면 이는 거인들의 어깨 위에 올라서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작 뉴턴]

  인스타그램 친구분들은 물론 제가 팔로우하던 프로작가님들과도 함께 방송에 참여하십니다. 유튜브나 책을 통해서만 뵙고 존경해 오던 작가님들과 함께 이야기하다, 작가님들의 어마어마한 그림을 실시간으로 만날 수도 있습니다. 평소에 강의를 하시던 작가님들도 함께 방송을 할 때면 진행의 부담이 없이 즐겁게 그릴 수 있어서 좋다고 하십니다. 작가님들도 인스타그램 라이브는 처음이셔서 제가 기술적(?)인 도움을 드릴 때도 있고, 거장들의 응원과 칭찬까지 받으면 어깨가 한껏 올라가곤 합니다.


주변을 가치 창출자들로 채워라.
그리한다면 당신이 무언가를 줄 때 결국 그 행위가 당신에게 돌아올 것이다.
당신이 보답을 기대해서가 아니다.
당신과 비슷한 사람들로 주변을 채우려고 노력한다면
당신은 당신이 가장 잘되기를 바라는 사람들로 주변을 채우는 셈이 된다
[앞서가는 조직은 왜 관계에 충실한가, 랜디 로스, 현대지성]           

오늘 밤 아홉 시 저와 함께 그려 보실래요?

그림 그리는 것도 버거운데 무슨 라이브 방송이냐고 손사래 치지 마세요.

그 버거운 걸 즐겁게 해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습니다.          




https://www.instagram.com/gomajae/?hl=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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