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함’이 당신의 그림을 어디로든 데려다 줄거에요.
저는 ‘꾸준함’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얼마전 두 번째 100일 그리기를 완주했습니다.
저의 첫 번째 100일 그리기는 3년 전 5월 1일, 그림 그리기를 마음먹은 후 바로 시작되었습니다.
https://brunch.co.kr/@gomajae/11
처음에는 어떻게 100일 그리기를 시작해야 할지도 몰랐습니다. 주변에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거든요. ‘100일 그리기’를 검색하다 우연히 100일 그리기 경험을 남겨주신 선생님의 블로그에 댓글을 달았습니다.
“100일 그리기 같이 해보실래요?”
운 좋게도 블로그 주인장 선생님께서 호응해 주셨습니다.
오픈 채팅방을 만들고 온라인에서 함께 할 분들을 찾았습니다. 시작은 단촐하게 서너 명으로 시작했습니다. 매일 그린 그림을 카카오톡 방에 공유하고 서로에게 칭찬과 관심을 표현했습니다. 몇 분이 더 들어오시면서 조금씩 활기를 띄기 시작했습니다.
초보분들이라 대부분 낙서같은 그림이었지만, 서로의 꾸준함을 칭찬했습니다. 하지만 20일이 지나자 반 이상의 분들이 완주를 포기했고, 100일을 완주한 사람은 저와 다른 선생님 한 분 뿐이었습니다. 완주한 것이 뿌듯했습니다. 저의 첫 100일 그리기는 이렇게 3년이 넘게 꾸준히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그림근육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잘 그리는 것’보다 ‘꾸준하게 그리는 것’이 더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100일 그리기를 통해 ‘초보’였을 때와 ‘숙련’되었을 때의 차이를 알게 되었습니다.
‘꾸준함’의 시작은 어렵지만, 루틴을 만들고 습관을 만드신 분들은 더 쉽고 즐겁게 그리고 계시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제 두번째 100일 그리기도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진행했습니다. 그림 친구 경아쌤이 카페그림을 그리는 오픈채팅방을 개설했습니다.
https://open.kakao.com/o/g5bJMgFd
경아쌤이 인스타그램과 어반스케치 모임을 통해 알게 된 친한 분들 중 꾸준히 그림을 그리시는 분들을 열 분 정도 초대했는데요. 초대된 분들이 또 다른 분들을 초대해서 지금은 80명이 넘는 분들이 모여 계십니다.
장르와 상관없이 그저 즐겁게 그리는 것을 목표로 서로의 그림을 칭찬하고 가끔은 그림과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대부분 30대에서 50대 이상의 주부분들이 많고, 초보분들은 거의 없었습니다. 매주 카페와 관련된 그림미션을 진행했지만, 강요는 없습니다. 풍경화건 인물화건 자신이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리고 채팅방에 공유했습니다.
점점 사람이 늘어가고 채팅방이 뜨거워졌습니다. 채팅방의 안 읽은 메시지의 수는 항상 300을 넘어갔는데요. 제가 흥미있게 본 것은 그림과 상관없는 이야기가 별로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초보분들이 많은 다른 그림 채팅방에서는 자신이 그린 그림 인증이나 다른 분들의 그림에 대한 칭찬이나 관심의 글같은 별다른 호응이 없다가 갑자기 홍보나 자랑 등 그림과 동떨어진 이야기들을 하시는 분들이 종종 계셨는데요. 여러 성격의 오픈 채팅방에서 자주 겪게 되는 일이기도 합니다만 눈살을 찌뿌리게 될 때도 있습니다. 제 꼬인 성격 탓일수도 있지만, 지금은 마음을 고쳐먹고 그림을 그리지 않아도 다른 사람들의 그림을 보면서 감상하는 소중한 분들이 훨씬 더 많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곳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갤러리로 관전만하는 분들이 없고, 모두가 선수로 활동했습니다. 공감없는 표현을 억지로 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이미 그림 그리는 것을 ‘습관’과 ‘루틴’으로 만든 분들이 모인 곳이어서 그런지 쓸데없는 잡음도 없었습니다.
어느 날 한 분께서 100일 그리기를 해보자고 제안하셨습니다. 매일 한 장의 그림을 그리고 있지만 그래도 이런저런 일이 생기면 하루씩 건너뛸 때가 생겨 참가할지 망설였습니다.
제가 그림을 그리면서 바꾼 첫 번째 원칙!
할까 말까 망설여질 땐? 일단은 고!
100일 그리기는 완성도보다는 꾸준함을 위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완성도 높은 그림을 그리시는 분들은 어떤 방식으로 완주할지 궁금했습니다.
저는 참여자분들이 각자 자기 인증을 할 수 있도록 구글폼 설문지를 만들고 엑셀로 출석부 양식을 만들었습니다.
평상시와 똑같이 며칠을 걸려 그리는 그림을 계속 그리시는 분들은 100일 그림 인증을 위해 간단한 그림을 따로 그리기도 하셨고, 매일 1장의 그림을 스케치하고 채색까지 완성하시는 분들도 많으셨습니다. 며칠을 앞당겨 하루에 여러 장 그리는 분들도 계셨고, 반대로 여러 날을 밀려 한 번에 여러 장을 그리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많은 분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꾸준히 그리셨습니다.
저는 점심시간에 스케치하고 저녁에는 인스타그램으로 라이브 드로잉을 하면서 A5 사이즈의 그림을 하루에 한 장씩 그렸습니다. 이번에는 50일이 넘었을 때 ‘포기할까?’하는 고비가 왔었고, 마지막 10일이 남았을 때는 계속 하루씩 밀린 상태로 겨우겨우 완주할 수 있었습니다.
총 35명 중 29명의 완주!
80% 가 넘는 분들이 완주하셨습니다.
엄청난 결과였습니다. 제가 예상한 완주율은 30% 정도였거든요. 초보 때 같이 그리던 분들이 30명 정도에서 2명이 완주를 했으니까요.
100일 그리기 완주 성공률 - 초보 : 숙련자 = 5% : 80%
초보와 숙련자들의 100일 그리기 완주율이 왜 이렇게 차이가 많이 나는지 궁금했습니다.
그 차이를 알아내면 ‘꾸준함’의 차이가 어디에서 시작되는지도 알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한 분 한 분 뵙고 인터뷰라도 하면서 그 차이를 알아내고 싶었지만, 우리는 모두 그 차이를 이미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언가를 꾸준하게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처음에는 저도 얄팍하게 중도에 포기한 분들을 마음 속으로 무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적어도 시도를 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100일 그리기를 포기한 분들은 끈기가 없어서가 아니었습니다.
중도 포기한 분들의 ‘노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욕심’이 많으신 분들이셨습니다.
시작을 했지만 포기한 분들은 운동이나 자전거 타기, 여행 등을 꾸준히 해오시던 분들이 많았는데요. 100일 그리기를 시작하면서도 계속 이전 목표에 더 중점을 두셨던 것 같습니다.
100일 그리기에 시간을 더 할애하고 투자해야 하는데, 다른 곳에 투자하는 시간을 포기하거나 줄이지 않으셨더라구요. 자신이 그림을 그릴 때의 완성도, 소요시간, 그림을 위해 투자할 수 있는 시간 등을 여유있게 잡아놓지 않기 때문에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빠진다는 것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무엇을 할까 고민하며 무기력하게 시간을 보내고 후회하기 보다는, '할까 말까 망설여질 땐? 일단은 고!'라는 생각으로 100일 그리기를 시작하신 분들이기에 적어도 시도를 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분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100일 글쓰기를 완주한 ‘성공 경험’이 100일 그리기에 자신감을 불어넣어 줬지만, 100일 그리기 하는 동안은 다른 것은 거의 하지 않았거든요. (이 글도 매주 한 편을 쓰다가 이렇게 한 달이 훌쩍 넘어서 쓰고 있으니 반성보다는 스스로 위로하고 응원하는 글이 되길 바래봅니다.)
자, 그럼 100일 그리기를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처음 100일 그리기는 매일 소품 하나를 그리는 정도였지만 좀 더 잘 그려보고 싶거나, 세밀한 부분까지 완성하고 싶은 욕심이 들면 한 시간이 모자랄 때도 많았습니다. 몰입해서 그리다보면 머리에서 땀을 줄줄 흘리며 그림을 끝낼 때도 많았습니다. 생각보다 체력적인 부담도 큽니다.
그림 그리는 데 충분히 시간을 분배하고, 이왕이면 같은 시간에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루틴을 만들어 보세요.
저는 저녁 밥을 먹고 쉬다가 10시면 주방 식탁에 앉아 그림을 그렸습니다. 계속 그 시간에 그리다 보니 가족들도 이해하고 적응해 주어 마음 편하게 그릴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이제 처음 100일 그리기를 시작하시는 분들은 꼭 드리고 싶으 말씀은 따로 있습니다.
중도에 포기하더라도 스스로 자책하거나 원망하지 말아주세요.
다음에 또 다시 ‘시작’할 ‘용기’마저 사라져버리니까요.
처음에는 모두 힘듭니다.
하지만 습관이 되면 금새 익숙해집니다.
‘꾸준함’이 당신의 그림을 어디로든 데려다 줄거에요.
p.s. 열심히 잘못된 근육으로 그림을 그려서 그런건지.... 건초염에 걸려 한동안 엄지손가락 보호대를 끼고 병원을 다니고 있었습니다. 그게 글을 오랜만에 올린 변명은 아니지만 아무튼 그렇다는 말씀입니다. 쿨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