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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아재 Dec 27. 2021

[프롤로그]

일단 그려보세요

‘코로나로 어디 돌아다니기도 힘들고... 그림을 그려볼까?’

‘내년에는 그림을 그려볼 거야!’

‘요새 갑자기 그림을 그려보고 싶네’


2년 전, 이제 막 초등학교에 들어간 막내의 크레파스를 살펴보다 갑자기 그림을 그려보고 싶었습니다.

딸아이와 함께 찍었던 사진을 보면서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어렸을 때 쓰던 티티파스와는 물성도 다르고, 두꺼운 크레파스로 선을 그리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나름 귀엽게 그려질 줄 알았는데 엉망이었습니다.          

  “잘 그리네, 계속 그려봐”

  다행히 아내는 제 그림을 응원해 주었습니다.

(생각해 보니 이때 아내가 '뭐야? 이게! 잘 좀 그려봐!'라고 했다면.... 그림 취미를 가질 생각을 못 했을 수도 있습니다.)

  내친김에 딸아이가 다니는 미술학원에 성인반이 있는지도 알아봐 주겠다고 하면서 말이죠.



  지금은 처음 시도를 하는 분들에게 종종 제 첫 그림을 보여드립니다.

 “꾸준하게 그리면 금방 실력이 늘 거예요.”

물론, 제 의도는 ‘저도 처음에는 엉망이었어요’라는 이야기를 전달하려고 한 것이지만, 가끔 ‘저는 그만큼도 그리기 어려울 것 같은데요?’, ‘어우! 어떻게 그런 그림을 참아낼 수가 있죠? 저 같으면 그냥 안 그릴래요!’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계신 것 같습니다. 쿨럭.

(‘내 그림을 참아내는 법'은 나중에 따로 자리를 마련해 이야기해 볼 생각입니다.)     


  일단 그리기를 시작하면, 대부분 시도하자마자 종이를 구겨 휴지통에 던져버립니다.

절대 구겨버리지 마시고, 끝까지 그려서 아이의 첫 그림처럼 꼭 간직하세요. 나중에 두고두고 힘이 되는 부적이 될 겁니다.


우선 시도를 한 것부터 칭찬받아야 합니다. 

엉망일 수밖에 없는 시도를 하는 용기 있는 분들의 비율이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신 분들 중 10% 내외일 겁니다.   

  가장 아쉬운 것은 그림과 함께 그리고 싶은 욕망도 함께 구겨버리고, 다른 취미를 살펴보고, 또 다른 시도를 하고.....

  즐겁게 시작하려던 일이 결국 자신의 의지를 탓하는 일이 되어버리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그런 분들이 안타까웠습니다.     

‘끈기의 문제일까?’

‘욕심만 앞서고 간절함이 부족해서인가?’     

  건방진 생각이었습니다. 다들 열심히, 그리고 부지런히 생활하는 분들이시고, 저 또한 '간절함'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릴 만큼 열심히 그리지는 않았습니다.     

  “즐겁고 행복하려고 시작한 일이니, 자책을 하거나 스트레스 받으며 그리지는 말아야 한다”는 원칙을 지켰을 뿐이었으니까요.     

  다행히 밀린 숙제하듯 그려도 그 순간만큼은 즐겁고, 작은 성취감도 얻게 되어 꾸준히 그릴 수 있었습니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매일 밤 열 시, 거실 식탁에 앉아 하루키처럼 ‘키친그림’을 그렸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무슨 말인지 아실 거예요. 하루키는 등단하기 전 몇 년 동안 생활을 위해 운영하던 재즈카페를 마감하고 주방 식탁에 앉아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하루키처럼 되겠다는 꿈이 있는 건 아닙니다. 쿨럭)         

 

  저도 다른 분들처럼 중학교 이후로 그림을 그려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 결심했어!”

아무리 굳은 의지를 가지고 그림을 그리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해도 처음부터 많은 투자를 할 수는 없었습니다.

금방 관심이 사그라들지도 모르는 취미에 고정적인 시간과 돈이 필요한 미술학원이나 온라인 클래스를 듣는 것도 부담스러웠습니다.     

  무엇보다 제 자신을 믿을 수 없었습니다. 

며칠 나가지도 못한 헬스클럽 사물함에 남아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구겨진 운동화처럼 제 의지는 줄곧 형편없었으니까요.     


  그런 평범한 40대 중반의 아저씨가 하루에 한 시간 정도씩 2년이 넘게 그렸습니다.          

  제 주변만 둘러봐도 저보다 훨씬 잘 그리시는 분들이 계시기에 제가 그림을 가르칠 실력이 아니란 건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이제 막 그림 그리기를 시도하려는 분들에게 손을 내밀면 제가 독학으로 허둥대며 시작했던 그림 그리기가 ‘더 즐거워지고 쉬워지는 방법을 알려드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네 도서관에만 가도 수십 권의 미술-회화 관련 책들을 볼 수 있습니다. 조그만 저희 동네 군립도서관에도 수채화 관련 책만 해도 스무 권이 넘거든요.

  하지만, 그 당시에는 막상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무엇을 그리고 싶은지도 막연했던 저에게는 도움이 되질 못 했습니다.

  뜀박질 연습부터 해야 하는데, 복잡한 야구 룰만 가르쳐주려는 책만 있었거든요.  

  무언가를 배울 때 처음엔 책으로 배우는 걸 좋아하는 타입이기에 여러 권의 그림 관련 책들을 사모으기도 했지만 제대로 읽은 책들은 없었습니다. (의아하시죠? 그림을 글로 배울 생각을 하다니!)

대부분 그림 그리는 ‘기술’을 알려주는 책들이었는데 막상 기억에 남는 책들은 그리는 것에 대한 ‘철학’을 이야기한 책들이었습니다.     

 

그림 초보란 단어로 유튜브를 검색해 보았습니다.

그중에 김효찬 작가님의 말씀이 가장 기억에 남았습니다.

“망친 그림은 없어요. 끝까지 그리세요.”     

그래서 그냥 그렸습니다.

지금도 꼭 쥐고 있는 문장입니다.

그리면서 새로운 분들을 온오프라인으로 만나고 그분들의 응원과 격려를 받으며 꾸준히 그릴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항상 지지해 주는 가족들의 힘도 컸습니다.          


  제 글을 통해

  첫 번째, 즐겁게 그리기 위한 준비

  두 번째, 꾸준히 그리는 방법

  마지막으로 그림 그리는 마음가짐과 효용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말씀드린 대로 그림 그리는 기술은 가르쳐드릴 만한 실력이 못 됩니다.

솔직히 말하면 가르치는 데에 필요한 자질-아량이나 포용력, 공감능력 같은 건 기준 이하일 것 같습니다.

당연히 스파르타식으로 저에게 배우고 싶다는 분도 없을테구요.     


‘꾸준히 그리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당신과 ‘꾸준함’을 이야기하고 저 스스로도 상기하면서, 앞으로도 풍성한 인생을 만들기 위한 다짐새기고 싶습니다.


제가 초보일 때 여기저기 검색해보거나, 오픈 채팅방에서 다른 분들께 조심스럽게 드리던 질문, 그리고 주변분들에게 알려드리고 공유했던 ‘즐겁게 그리기 위한 잔기술’들도 함께 이야기할 생각입니다.

          

  펜이나 붓, 스케치북 등의 그림도구들을 사용해 보면서 느꼈던 장단점이나, 꾸준하게 그리기 위해 시도했던 동호회 활동 같은 초보에게 도움이 될 경험, 제가 그림을 그리며 겪었던 일들이나 생각들도 함께 이야기해 볼 생각입니다.

이제 막 그림을 그리려고 시도하시는 분들께서 ‘아, 이런 일도 생기겠구나’하는 정도의 느낌이나 정보를 드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림을 처음 그릴 때부터 그린 고창 중산리 이팝나무 그림입니다. 올 봄에는 멋진 장관을 흡족하게 그렸습니다


전체 글은 다음과 같은 순서로 써 볼 생각입니다.     


프롤로그. 일단 그려보세요

1부 - 나도 그릴 수 있을까? -

1.일단 그려!

TIP.  그림도구는 어떤 걸 준비할까요?

*곰아재의 그림 초보 일기 - 아빠와 크레파스      

2.테크닉보다 용기

TIP. 그리기 도움 책 소개

*곰아재의 그림 초보 일기 - 조금 망쳐도 좋아     

3.무엇보다 꾸준함

TIP. 꾸준함을 도와줄 연결의 힘

*곰아재의 그림 초보 일기 - 그리기가 좋아집니다.     

4. 내 그림을 어디에 보여줄까?

TIP. 인스타그램 활용 방법

*곰아재의 그림 초보 일기 - 그리기와 글쓰기의 차이점     

2부 - 즐거운 그림생활     

1. 즐겁게 기초실력을 기르는 스케치, 펜 드로잉

TIP. 그림도구 소개 - 펜의 종류     

2. 누가 볼까 조마조마, 나도 이제 밖에서 그릴 수 있다!

TIP. 카페 드로잉 준비물

*곰아재의 그림 초보 일기 - 몰입의 즐거움     

3. 그림생활의 든든한 지원군 : 가족들과 함께 하는 그림 생활

TIP. 아이들과 함께 하는 컬러링

*곰아재의 초보 그림일기 - 모란꽃 그리기     

4. 내 그림을 선물해볼까?

*곰아재의 그림 초보 일기 - 그림을 선물한다는 것     

5. 온라인 그림 멘탈 선생님들

-망친 그림은 없어요. 끝까지 그리세요 [김효찬 작가]

-멋진 그림을 그리려면 멋진 사람이 되세요 [그림 유튜버 이연]     

*곰아재의 그림 초보 일기 -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드는 법     

3부-이제 나도 작가?!     

1. 어반 스케치의 매력

TIP. 함께 그리는 즐거움 - 어반 스케치 동호회, 클래스 소개     

2. 함께 그리는 즐거움

TIP. 그림 동호회 만들기     

3. 그림으로 돈을 벌 수 있을까?

TIP. 그림으로 만들 수 있는 굿즈들     

에필로그. 행복한 그림 그리기          


 분명 목차는 수십 번 바뀌겠지만, 이렇게 선언하고 매주 한 편씩 글을 쓰려고 노력하겠습니다.     

가족들과 함께 한 목포 나들이, 세관 건물에 들러 잠시그리는 제 모습을 아내가 찍어주었습니다.

  모쪼록 내년에는 ‘와 멋지다’하며 보게 되는 순간을 휴대폰 사진으로만 남기지 마시고, ‘이것도 한 번 그려보고 싶네?’ 하는 호기심과 욕심이 먼저 생기는 '즐거운 그림 생활'이 시작되도록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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