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곰아재 Dec 19. 2021

그림 취미를 가지고 싶다면

일단 해보기의 기술

2019년 5월 1일 100일 그림 시작

그림 취미를 시작한지 2년 반이 지났습니다.     

여전히 그림 실력은 일천하지만 이제는 ‘초보’라는 말을 쓰면 쓸데없는 겸손이라는 눈흘김을 받는 수준이 되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그림을 잘 그릴 수 있나요?”

예비 초보자’들에게 종종 듣게 되는 질문입니다.     

“일단 시작하세요. 아무거나 그려 보세요.”


난감해하는 표정을 보게 됩니다.

“아니... 저는 완전 초보에요.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감이 안 잡혀요.”
“저도 완전 초보였어요. 따로 미술을 전공하거나 학원에서 배워본 적은 없거든요. 그냥 하루에 하나씩 그리고 싶은 걸 100일동안 꾸준히 그렸어요. 그렇게 100일이 지나니 그리기 근육이 조금 생겼고, 자신감도 생겼어요. 스스로 대견했거든요.”
“아.....”     

‘아’라는 감탄사가 ‘이제야 알겠어요‘라는 뜻이 아니라

’제가 궁금해하는 건 그게 아니라.‘란 행간이 금방 읽혀집니다.     



 당신은 내가 어떻게 이 모든 것을 단 몇 개월 안에 정복했는지 읽고 그 ‘비밀’을 배워서 자신에게 적용하겠다는 마음으로 이 책을 읽었을 것이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결과만 보이고 과정은 가려지는, 어려움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중략)

하지만 그보다는 나는 노력을 하고 싶었다.

고군분투해보고 싶었다. 발전도, 좌절도 느껴보고 싶었다.

이 과정은 비행기 여행이 아니라 발로 걷는 여행이었다.

작가 대니얼 부어스틴은 여행가가 되려면 트라바유travail’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트라바유는 고통스럽거나 고된 노력을 뜻하는 프랑스 단어이다.

이것이 없으면 그저 관광객이 된다.

다른 사람이 다리품을 대신 팔아준 것이다.

직접 손을 더럽혀가며 배우지 않고 ‘oo하는 법’ 영상만 보는 것이다.

[일단 해보기의 기술, 청림출판 2021. 369p]     


질문이 잘 못 되었습니다.

‘잘’ 그리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그리는 것에 대해 궁금해야 합니다.

    

당연히 처음부터 잘 그리는 사람은 없습니다.

처음부터 잘 그리는 사람이 있다면 아마도 한글을 배우기 전, 무독성 크레파스를 처음 쥔 유아시절에 이미 ‘영재’로 칭송받았을 겁니다.     

그래서 엉망진창인 첫 그림에 실망하지 않고, ‘꾸준히’ 그릴 수 있는 ‘뻔뻔함’이 필요합니다.

다른 말로 ‘용기’라고 일컬어지는....

그리고 그 용기를 이어나갈 수 있는 ‘자기감탄’이 필요합니다.     

‘오! 이번 그림은 선이 괜찮네! 좋아!’

스스로 격려하고 응원하는 의식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그림 그리기에 가장 어려운 것이 ‘자기감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게 바로 ‘자기 효능감’이 아닐까 싶습니다.

항상 100점을 추구하고, 100점만을 ‘우수한 상태‘로 정의하는 인생을 살고 있는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자기감탄‘은 ’오만‘으로 곡해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자기감탄’보다 ‘비교’가 더 익숙하기 때문입니다.

옛날에는 ‘이웃사촌’이라는 단어로 서로의 흉금을 터놓고 공유하는 것이 미덕이라고 하지만, 지금은 좁은 땅덩어리에 ‘비교할 수많은 잣대’만 남아있기에 그런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괴로움과 어려움을 느끼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100일 글쓰기와 100권 읽기를 끝내고 자신감이 차오를 때 시작했는데도 어려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꾸준히 그리는 것이 글쓰기보다 더 어려웠습니다.

글쓰기는 망해도 다시 고쳐쓰고 다듬을 수 있지만,

그림은 그렇게 할 수 있는 폭이 너무 좁습니다.

김효찬 선생님의 ‘망친 그림은 없어요. 끝까지 그리세요’라는 말을 꼭 쥐고 꾸역꾸역 그렸습니다.

그 때, 큰 도움이 된 것이 ‘자기감탄’을 훈련시키는 ‘남의감탄’이었습니다.

함께 그림 그리기를 시작한 초보들이 가득한 카카오톡 오픈채팅이었습니다.

‘아... 나는 이 그림, 이 부분이 어색했는데 오히려 이걸 좋아하는 분들이 많네?’하는 식으로 고개를 갸웃하며 미소짓게 되는 순간들이 생깁니다. 자주 생기기 시작합니다. 천천히 누적되기 시작합니다.

그 ‘감탄’을 따라 계속 그리게 됩니다.     


“그래도 그릴 시간이 없어요.”

그리는 동안 ‘몰입의 즐거움’을 느끼고, 집에 돌아와서 소파에 누워있던 시간에 그림을 그리게 됩니다.


‘그런데 뭘 그려야 할까요? 그릴 게 없네요.’

항상 그리고 싶은 욕심이 앞서고, ‘이런 소재는 이렇게 그리면 좋겠다‘는 식의 생각이 끊임없이 일어납니다.

단순한 소품을 그리며 하루 숙제를 마치듯 그릴 때도 있고, 무언가 의미있는 순간을 그릴 때도 있습니다.     



지식은 그것이 습관으로 바뀔 때만 유용하다 [제롬 브루너]

어떤 기술을 능숙하게 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그 일을 어떻게 하는지 몰라야 한다.

그래서 기술을 익힐 때 글로 된 설명이 소용없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심리학자 제롬 브루너는 이렇게 썼다.

“지식은 그것이 습관으로 바뀔 때만 유용하다”

초보자의 문제는 그들이 언제나 그 일을 하는 자신을 생각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걷기처럼 과잉 학습한 기술에 대해 생각하려고 노력하면 오히려 더 못할 확률이 높다.

[일단 해보기의 기술, 청림출판 2021. 369p]  



그렇게 ‘초보’의 시절을 지나고 나니 이제 ‘아마추어’의 수준이 되었습니다만,

공들여 그린 그림이 마음에 안들어 가끔 며칠씩 손을 놓기도 합니다.


지금도 여전히 어렵습니다. 그리고 즐겁습니다.     

‘작가’가 되는 것을 목표로 꾸준히 그리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제 작은 소망이 있다면 ‘나이 들어서, 뒤늦게 배우기 시작하는’ 40~50대 아저씨들에게 희망을 주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행복 자체를 찾으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행복 자체를 목적으로 삼으면 행복을 찾을 수 없다는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의 생각에 동의한다.

그는 행복을 찾으려면 “자신의 행복 이외의 다른 대상에 마음을 집중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 대상 중 하나로 ‘예술 혹은 목적’을 꼽았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자신이 행복한지 아닌지를 묻지 말고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 일을 하라.

행복을 추구하지 말고 뭔가를 추구하며 그 안에서 행복을 찾으라.

나는 여기에 한 마디만 추가하고 싶다.

얼마나 ‘잘하는지’는 걱정하지 말라. 

[일단 해보기의 기술, 청림출판 2021. 366p]   


브런치 3수 만에 작가가 되었습니다.

이제부터 꾸준히 그림을 그리는 방법,

초보 그림동무들을 응원하는 '곰아재'의 이야기를 들어봐 주세요.


궁금한 것과 함께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댓글로 남겨주세요.

제 그림은 아래 인스타그램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instagram.com/gomajae 






이전 01화 [프롤로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