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군 대관령에서 친환경 채소를 재배하는 박윤희 농부
스위스 알프스에는 하이디가 살고 있다.
그런데 한국의 알프스인 대관령에도 하이디가 있다는 사실.
친환경 채소를 재배하는 하이디팜의 농장 주인이자 농촌 자원 스토리텔러로 활동하는 ‘하이디샘’ 박윤희 농부의 이야기다.
“이것 좀 보세요. 너무너무 이쁘죠.”
밭에서 막 뽑아낸 싱싱한 채소들로
한아름 꽃다발을 만들어 보이며 활짝 웃는 박윤희 농부.
아기 피부처럼 부드럽고 윤기 나는 채소도, 그것을 들고 활짝 웃는 사람도 싱그럽기만 하다.
“자 한번 먹어봐요.
우리는 밭에서 작업하다가 상추도 배추도 다 뜯어서 바로 먹어요. 아삭아삭 얼마나 맛있는지 몰라요.”
마치 과일처럼 달짝지근하면서도 고소한 채소.
이 맛에 길들이면 다른 것은 못 먹는다는 농부의 자부심은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
대관령에서 나고 자라 농사를 짓는 남편과 1990년 결혼하면서 이곳에서 채소 농사를 지어왔다.
원래는 양상추 농가였으나 친환경 인증을 받으면서 친환경 매장에서 수요가 많은 포기상추, 생채, 로메인, 미니코스, 양배추, 쌈배추, 롤라로사, 양상추 같은 특수 야채를 주로 재배하게 됐다.
그 가운데서도 주 작물은 상추와 로메인이다. 상추는 일반적으로 많이 먹는 채소여서 수요가 많고, 로메인은 샐러드에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찾는 곳이 많다.
친환경 제도가 없었을 때부터 친환경으로 농사를 지어왔다고 말한다.
1998년 친환경을 시작해, 2001년에 무농약 인증을 받았다.
“저희도 처음에는 일반 농사로 지었죠. 그런데 대부분 도매업자들이 밭째로 채소를 사 가니까 가격 등락이 커요.
친환경은 기본적인 소득은 적지만 안정적인 판로가 보장되니까 마음 편하게 농사를 지을 수 있어서 좋아요.”
뿐만 아니라 자신이 정성껏 키운 채소를 일일이 포장하고 직접 판매하다 보니 자식처럼 애지중지 키운 채소를 어디서 누가 먹는지 알 수 있어서 농사를 짓는 기쁨과 보람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친환경 무농약 재배는 농약과 제초제를 쓸 수 없고, 화학 비료도 일반 농가의 30%밖에 쓸 수 없기 때문에 일일이 사람 손을 거치는 게 많아 힘들 수밖에 없다.
“초기 3년 정도는 비료 포대를 들고 매일 밭고랑을 누비며 벌레를 다 주워냈어요. 애써 키워놓으면 멧돼지와 고라니들이 내려와 다 먹어버리기도 하고요. 그런데 3년 정도 지나니까 뱀이나 개구리 같은 천적이 생기면서 벌레들도 많이 줄어들고 땅도 내성이 생기더라고요.”
풀을 손으로 일일이 다 뜯어주고 퇴비나 거름을 만드는 노동력뿐만 아니라 가뭄이나 장마 같은 기후에 민감한 것도 친환경 농사의 어려운 점이다. 지난해에는 오랜 가뭄 끝에 비가 오는 날이 계속되면서 4천여 평에 심은 무를 다 버리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하이디팜은 약 1만 평에서 연간 150여 톤의 채소를 생산하고 있다. 대관령의 기후는 일교차가 크고 서늘해서 채소가 아삭하고 결이 단단해 식감이 뛰어나고 저장성도 좋다. 특히 무더운 7~8월에는 다른 지역에선 채소가 생산되기 어려워 대관령 고랭지 채소는 귀한 대접을 받는다.
박윤희 농부는 고랭지에서 친환경으로 재배한 하이디팜의 채소는 그만큼 품질이 좋고 귀할 수밖에 없다며 자부심을 내비친다. 대관령의 농사는 4월에 시작해 10월이면 완전히 끝난다. 늘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공부하는 삶을 지향하며 소중한 농촌의 자원을 개발하고 전파하는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대관령 체험학교를 운영하며 대관령 사람들의 삶을 널리 알리고 농부의 아내들로 구성된 농업회사법인 바우뜰에 참여해 고랭지 김치 체험 등의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저는 어디서나 ‘농부의 아내 하이디’라고 자신을 소개합니다. 농부의 아내로서 농사를 짓고, 그 체험을 나누며 제가 살아가고 있는 농촌 공동체의 아름다운 모습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요.
행복은 작은 미소로 시작된다는 마음으로 늘 알프스 소녀 하이디처럼 밝고 긍정적으로 살아가려고 해요.
이런 제 마음이 담긴 평창의 친환경 고랭지 채소 많이 사랑해주세요.”
한식 해설사들에게 강원도의 산간 마을 가옥의 특징을 설명하고 있는 박윤희 농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