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올덴뉴 13화

[올덴뉴] 13편/ 굿바이 내비

7월 신간 청소년 도서

by 이야기술사

새책과 헌책을 골라 읽는 주말의 어린이, 청소년 도서 리뷰 No. 13


사본 -굿바이 내비.jpg

그때, 네비게이션이 오래된 지프차에 있었는지는 솔직히 잘 기억이 안 난다.

하지만 내비게이션이 없었을 확률이 더 높다.

주인 아저씨한테 계속 가는 길을 전화로 몇번이고 물어봤으니까.

지금으로부터 몇년 전이었는지도 까마득한 그때,

어느 여름, 춘천 근교의 어느 펜션으로 떠나던 그 길,

회사의 거래처 직원 가족이 운영한다는 그 펜션은

그 위치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자정이 다 되어가는 그 시각, 깊은 산속으로 올라가는 길에는

물안개가 가득 피어올랐다.

흰 옷 입은 여자만 나타나면, 그 차에 타고 있던 네 명이

모두 다 처녀 귀신님 영접했다며, 다같이 까무러칠 준비가 되어 있던 그때,


만약 고성능의 내비게이션이 있다면 차에 있었다면

우리가 이런 상황에 놓였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나에게 펜션을 추천해주었던 거래처 사람이

그런데 네비게이션도 안 나오는 곳이거든요,

이라고 말했던 것까지 뒤늦게 떠올랐던,

지나고 보면 그게 다 추억이었지, 싶은 그 까마득한 때.

이번달 나온 7월 신간 도서 <굿바이 내비>를 읽으며 그때를 생각했다.

지금은 그 펜션이 네비게이션에도 등록되어 있을까.


몇년 전, 우리가 물 안개속을 헤매던 그때도 아마 7월이었을 것이다.

원래 펜션 도착 예정 시각은 저녁 7시~8시쯤이었는데,

길을 헤매는 바람에 자정이 다 되어서야 도착했지만

물안개 피어오르던 그 산 길 만큼은 몇년이 지난 지금도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살면서 그런 광경을 얼마나 더 볼 수 있을까.


이 단편집의 표제작이자 첫번째 수록작인 <굿바이 내비>에도 고장난 내비게이션 때문에 길을 빙빙 돌아가는

청소년의 이야기가 나온다. 모두가 정해놓은 지름길을 대신,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라는 이야기.

그래야만 평소에는 볼 수 없었던 것들이 보인다.


예전에 고등학교 담임 선생님한테 장래 희망을 '명문대'생으로 적어냈던 친구가 있다.

나는 친구가 나름의 일침을 가한다고 생각했고,

선생님이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을 때 매우 통쾌했다.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장래희망을 물어서 뭐할 것인가,

어차피 답은 정해져있는데.

그런데 요즘의 고등학생들은 장래희망 칸에 명문대생이 아니라

건물주라는 말을 적어낼지도 모르겠다.

총 7편의 단편이 수록된 이 책에서 반전이 인상적이었던 두편의 소설이 있다.

<부동산 키드>와 <자기소개설>

'조물주'보다 '건물주'가 더높다, 라는 말이 더 이상 농담이 아닌 시대.

월세를 받는 건물주와 임대업자의 자식들이 겪는 갈등이 이 작품에서는 생생히 그려진다.

나름의 반전도 인상 깊었다.

<자기소개설>은 경험도 과장해서 그려야 하고, 가난도 포장해야 하는 우리 사회의 실태를

우울하지 않은 필체로 꼬집은 것이 인상 깊었다.


이 밖에 영화 감독이 되고 싶어하는 시네마 키드의 이야기인 <온에어>, 거리를 떠도는 가출 청소년들의 이야기인 <광장의 아이, 둘>, 경쟁 사회에서 우울증에 걸린 청소년을 소재로 한 <번아웃>, 학교 폭력에 시달리던 주인공이 동반 자살 사이트에서 만난 노숙자에게 사기를 당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마지막 프로젝트>까지 이 소설은 다양한 환경에 놓인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때로는 경쾌하게, 때로는 과장하지 않고 담담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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