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 지구의 인간 ②

[평일의 의식의 흐름. 봄] #8

by 임재훈 N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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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거주하는 강북구 수유동은 이른바 ‘북한산 주변 고도 지구’로 분류되는 행정동이다. 북한산 주변 고도 지구는 말 그대로 북한산 경관 보호를 위해 건축물들의 고도를 제한한 주변 지역들을 일컫는다. 1990년 12월 북한산 인근 3.56제곱킬로미터에 달하는 면적이 고도 지구로 지정되었는데, 그중 67.3퍼센트를 차지하는 2.39제곱킬로미터가 강북구에 위치하고 있다. 수유동을 포함해 삼양동, 우이동, 인수동 등이 해당한다. 저층 주택가 중심의 ‘제1종 일반주거지역’은 4~5층 규모의 18미터, 보통 15층 미만의 중고층 공동주택 단지가 들어서는 ‘제2종 일반주거지역’은 28미터로 건축물 높이가 규제된다. 2023년 서울시는 남산 및 북한산 주변 지역의 고도 제한을 완화했다. 주거 환경 개선 및 도시 기능 회복과 같은 공공 차원의 정비 사업을 추진할 경우 일부 지구중심(자치구 내 생활권 중심지) 역세권에 한하여 최대 45미터(15층)까지 고도가 허용된다고 한다. 나의 현 거주지를 대상으로 한 도시 계획 소식이라 관련 보도를 챙겨 보고 있다. 산을 가리지 않는 높이와 범위에서 이루어지는 지역 재개발 논의. 나도 이참에 부동산으로 재미 좀 볼 수 있을까나, 하는 기대와 욕망이 산의 기운에 눌리는 기분이다. ‘욕심 부리면 더이상 나는 못 볼 걸.’ 산이 이렇게 경고하는 듯도 하다. 동네 어디서든 산봉우리가 훤히 보이는 게 좋아서 이사 온 동네가 아니던가. 일부러 찾아온 고도 지구다. 초심을 잃지 말아야지, 하고 산 앞에서 이따금 다짐한다.






사진수필 『평일의 의식의 흐름』(2025)

- 글과 사진. 임재훈

- 저자 소개. 포트폴리오 /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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