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의 의식의 흐름. 봄] #7
꽃구경의 시각적 감흥을 일으키는 꽃의 구성 요소는 대체로 꽃잎에 한정되지 않나 싶다. 꽃을 구조물이라 치면, 전면부에 해당하는 꽃잎이 가장 형형색색 눈에 띄기 때문이다. 나의 꽃구경 방식이 뭔가 표지 디자인만 보고 책의 선호도를 매기는 태도 같아서, 겉핥기로나마 꽃의 특성을 알아보았다. 꽃잎들은 꽃받침(꽃턱)으로 괴어진 형상이고, 꽃잎과 꽃받침 모두 꽃받기(꽃을 구성하는 모든 부분이 붙어 있는 줄기)의 일부다. 일반적으로 꽃송이라 이르는 부위는 꽃받기인 셈이다. 꽃받기는 꽃대에서 갈라져 나온 꽃자루(꽃이 달리는 짧은 가지)에 매달려 있다. 꽃구경의 ‘비주얼 담당’인 꽃잎 아래의 존재들, 꽃잎을 ‘센터’로 띄우고 지탱하는 힘들, 그러니까 꽃받침과 꽃받기는 낙화 후 열매를 이루기도 한다. 석류화의 꽃받침, 배꽃과 사과 꽃의 꽃받기가 그러하다. 꽃을 내보이지도 않고 열매 맺는 무화과나무도 있다. 무화과는 꽃받침과 꽃자루가 비대해져 영그는 과실이다. 한자로 없을 무, 꽃 화, 열매 과. 단호한 이름이다. 그런데 사실 꽃이 없다기보다는 감춰져 있다고 표현해야 맞다. 무화과를 쪼갰을 때 비로소 드러나는 붉은 부분이 바로 꽃이기 때문.
이런 정보를 살펴보다가 괜히 소침해졌다. 꽃구경하는 나 자신을 구경하는 기분. 구경 당하는 쪽은 꽃이 아니라 나였던 것 같은 뜨끔함. 인생에서 꽃을 피우건 못 피우건 나만의 열매 하나는 남겨야 할 텐데, 재훈(在勳)이라는 이름대로 삶에 하나쯤 공적은 있어야 할 텐데⋯⋯.
사진수필 『평일의 의식의 흐름』(2025)
- 글과 사진. 임재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