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 지구의 인간 ①

[평일의 의식의 흐름. 봄] #5

by 임재훈 N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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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 층 미만의 건물들이 이고 있는 하늘은 유독 더 크고 무거워 보인다. 고도 제한 없는 도심이라면 마천루들이 삐쭉삐쭉 점거했을 상공이 너누룩이 공백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먹구름 잔뜩 낀 날, 고도 지구의 하늘은 한껏 내려앉는 모양새가 된다. ‘산 할아버지 구름 모자 썼네’라는 밴드 산울림의 노랫말이 과연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할아버지나 할머니까지는 아니더라도 아저씨·아주머니, 젊은 신혼부부 정도로만 솟은 봉우리들과 각종 저층 가옥들 위로 ‘구름 모자’가 둥실거린다. 뭐라고 해야 할까, 고도 지구의 지물(地物)들은 인격화하기가 만만하다. 여의도의 63빌딩이나 금융가 사옥들에게 사람의 형상을 부여하기란 쉽지 않다. 그렇게나 우람하고 웅장한 형체는 인간계보다는 신계와 더 어울린다. 일테면 티탄 아틀라스. 구름 모자 따위 양손으로 쫙 가르고 대기권 가까이 목을 곧추세우는 거인신. 고도 지구의 야트막한 세계관에서는 쉽게 상상하기 어려운 이미지다. 하늘의 별까지도 언감생심, 아쉬운 대로 구름 모자라도 가끔 손 뻗어 만지고 써 보는 선에서 나름 기꺼울 줄 아는 수더분함. 고도 지구에 살다 보니 어느새 그런 ‘인간’이 되어 간다.






사진수필 『평일의 의식의 흐름』(2025)

- 글과 사진. 임재훈

- 저자 소개. 포트폴리오 /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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