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벽

[평일의 의식의 흐름. 봄] #3

by 임재훈 NOWer



동네 주택가 골목길에 자리한 적벽돌 카페. 삼층 가옥의 입구 앞마당과 일층 실내, 중정 야외석, 반지하의 전시 공간으로 오밀조밀 꾸며진 건물이다. 언제나 단정한 옷차림으로 서비스를 듬뿍 내주시는 사장님 내외 두 분의 자택이면서, 예술인들과 애서가들에게 언제나 활짝 열린 문화 교류 공간이기도 하다.

책 읽기 모임 회원들의 예약 테이블, 전시 준비에 한창인 젊은 도예가와 사진가, 커피도 마시고 전시도 볼 겸 놀러온 동네 무명 작가(바로 나)의 방명록 작성 현장, ⋯⋯. 카페의 인스타그램을 채운 이미지들이다. 아담한 카페가 실제보다 널찍이 느껴지는 까닭은, 방문객들을 한 명 한 명 이웃으로 품고 꼼꼼히 기록해 두는 두 사장님의 넉넉한 마음자리 때문이다.

서양식 풍경(風磬)인 윈드 차임이 얕은 바람결에도 긴긴 소릿기를 남기는 중정도 운치 있지만, 출입문과 마당 사이에 위치한 ‘밭벽 자리’야말로 내게는 상석으로 느껴진다. 막으려 쌓은 벽이 아니라 누구든 앉으라고 세운 벽. 방석 없이 앉아도 왠지 푹신하다는 착각은 부부의 방긋한 서비스(사진 속 수제 샌드위치 두 조각) 덕일까.






사진수필 『평일의 의식의 흐름』(2025)

- 글과 사진. 임재훈

- 저자 소개. 포트폴리오 /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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