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猫]-기척

[평일의 의식의 흐름. 봄] #4

by 임재훈 N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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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에 걷는 동네 숲길은 사시사철 잔잔하다. 휴일, 특히 날 맑은 봄철의 주말에 산보객들로 붐빌 장면을 상상하면 평일 낮시간의 고적한 산책로에도 얼마간 긴장감이 스민다. 개장을 앞둔 유원지의 시설물 점검 요원이라도 된 듯, 주위를 면밀히 살피며 걷게 된다. 그러다 기척을 느낀다. 저- 멀리 맞은편에도, 지금껏 지나온 뒤편에도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이 길에 인간이라는 생명체는 나 혼자뿐이다. 그러다 또 사각, 누군가(혹은 무언가) 잎사귀 건드는 소리를 듣는다. 몇 번이나 두리번거려도 기척의 주체는 찾을 수 없다. 약간은 경직된 발걸음으로 어쨌든 앞으로 계속 나아간다. 사각, 사각, ⋯⋯. 산책자는 분명 이쪽에서 발을 내딛는데 정작 발소리는 저-쪽에서 나는 기묘한 상황. 누군지 무언지 몰라도 나를 졸졸 따라오는 것 같은 기분. 피사체를 신중히 골라 초점을 맞추려는 카메라 렌즈처럼, 길섶에 펼쳐진 숲의 여러 지점들을 걸터듬는다. 이윽고 시야에 포착된 실체는, 통나무 위에 앞발을 얌전히 괴고 앉은 고양이 한 마리다. 이른바 ‘숲냥이’인가. 상대를 빤히 응시하는 기세에 눌려서 미안하단 생각마저 들고 만다. 더 조용히 걸을 걸. 아무도 없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네. 하기야, 숲에 사람만 다니라는 법이 있을 리가. 숲냥이에게 덜미가 잡히고 만 ‘세상에 나 혼자뿐’이라는 이기적 잠행.






사진수필 『평일의 의식의 흐름』(2025)

- 글과 사진. 임재훈

- 저자 소개. 포트폴리오 /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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