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지랑날

[평일의 의식의 흐름. 봄] #2

by 임재훈 N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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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지랑날은 늦은 오후를 가리키는 경북 지방의 방언이다. ‘날’ 대신 꽃(花)이나 나무(木), 풀(草)을 붙여도 제법 그럴싸하다. 예지랑화, 예지랑목, 예지랑초. ‘예지랑’이라는 말 자체가 뭐랄까, 봄의 식물성을 머금고 있는 듯하다. 소리마디가 비슷한 ‘아지랑이’가 떠올라 낱말 자체에서 봄기운을 느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예지랑날은 그냥 늦은 오후보다 ‘봄날의 늦은 오후’에 더 어울린다. 가사 뜻도 모르고 멜로디가 좋아 자꾸 듣는 팝음악처럼, 예지랑날을 그런 식으로 발음하고 활용하고 있다. 진짜로 이상 기후의 영향인지 봄이 점점 짧아지는 것 같다. 봄이 금세 지나간다기보다 여름이 성마르게 봄을 밀어내는 느낌이다. 이 계절 이 시간, 서둘러 봤자 만나는 거라곤 무더위뿐. 예지랑날만이라도 가만히 앉아 있고 싶다. 제자리에서 살랑살랑, 살아지는 삶들을 구경하는 풀꽃 흉내라도 내고 싶다.






사진수필 『평일의 의식의 흐름』(2025)

- 글과 사진. 임재훈

- 저자 소개. 포트폴리오 /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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