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의 의식의 흐름. 여름] #13
평일 오후는 고사하고 주말에도 공원 산책은 언감생심이었다. 회사 다닐 때 연차나 오후 반차를 쓰면 얼른 집에 와 쉬기 바빴다. 토요일에는 주로 장을 보고 밀린 빨래를 하고 집 안 대청소를 하느라 부산했고, 일요일에는 다음날이 월요일이라는 이유로 도통 흥이 오르질 않아 아무 데도 안 가고 싶었다. 주말 끼고 연휴가 이어지는 동안에는 거실 바닥에 드러누워 책이나 읽거나, OTT의 이 콘텐츠 저 콘텐츠 기웃거리며 재생했다 멈췄다 다시 보기를 반복했다. 한국식으로 집돌이, 미국식으로 카우치 포테이토의 전형이었다.
집에서 점심밥을 차려 먹고 발밤발밤 동네 공원으로 나갔다. 사방 어디를 둘러봐도 온통 여백이다. 사람들은 점점이 가만 서 있거나 벤치에 앉아 있다. 그나마 움직임이 있는 산보객들도 열이면 열 모두 완보로 걷는다. 데운 모차렐라 치즈처럼 눈앞의 모든 시간과 존재가 주-욱 늘어진 것만 같다. 저녁매미 소리가 더해진다면 아주 어울릴 께느른한 정경이다. 평일 오후의 공원은 이런 모습이었구나. 그랬구나.
공원 거니는 데 맛을 들인 후 약간 멀리 나가보았다. 집 근처에서 버스로 네댓 정거장 거리인 퍽 규모가 큰 공원. 면적이 넓어서인가, 깨나른함의 밀도감이 동네 공원과는 비교가 못 될 정도로 높다. 블랙홀 주변의 시공간이 국숫발처럼 늘어지고 휘는 현상을 스파게티피케이션(spaghettification)이라고 했던가. 뭔가 낯선 세계에 당도한 기분이었다. 더 호들갑을 떨자면, ⟨스타트렉⟩ 시리즈에 나오는 ‘아무도 가 보지 못한 곳을 향해 담대하게 나아갈 것(To boldly go where no one has gone before)’이란 임무에 성공한 느낌. 평일 오후라는 우주는 이런 것이었구나. 그랬구나.
그동안 몰랐던 평일의 가치를 하나씩 알아갈수록 구직(이직) 활동은 더뎌진다. 다시는 회사라는 행성으로 돌아가고 싶지가 않은 것이다. 대체 나는 어떻게 될까. 나는 우주 미아일까 탐험가일까.
사진수필 『평일의 의식의 흐름』(2025)
- 글과 사진. 임재훈
※ 『평일의 의식의 흐름』 브런치북은 [봄], [여름], [가을], [겨울] 네 편으로 분재됩니다. 각 계절당 25편의 글과 그보다 많은 사진들을 실을 계획입니다. 혹시 모를 무단 전재 및 배포 행위를 예방하고자 브런치북에는 원본 사진이 아닌 해상도(용량)를 줄이고 텍스타일 효과를 입힌 사본을 게재합니다. 추후 출간 작업이 진행되면 출판사와 원본 사진들을 공유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