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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mazing Grace YJ Jul 30. 2023

만남이 주는 즐거움

Hawaii, US (3)


아들!


여행을 다니다 보면 만나게 되는 많은 사람들과 상황들이 있어. 계획한 만남도 있지만, 계획하지 않은 만남도 꽤 많단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했던 만남은 여행을 아주 풍성하게 해 준단다.


예를 들면 하와이 여행을 준비하면서 만나게 된 뭉게구름 이모랑 클로이 이모라든지, 마우이 민박집에서 만난 가족을 오아후에서 다시 만나서 하루를 보내게 된 것이라든지 말이야. 여행은 이런 재미난 만남으로 가득하단다.


만남의 이야기는 일단 뒤로하고, 마우이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 볼게.

마우이에서 꼭 보고 싶었던 것 중 하나가 할레아칼라 일출이었다고 했었지? 그래서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출을 보러 가려고 했어. 그런데 섬의 날씨란 우리 같은 관광객들은 예측하기 어려운 거더라고. 민박집 사장님께 내일 일출을 보러 갈 거라고 했더니, 내일은 아마 비가 와서 안될 거라고 하시더라고. 밤하늘이 멀쩡한데 왜 내일 안된다고 하시는 걸까? 혹시라도 비가 안 오면 나가봐야지라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그날 새벽부터 비가 오기 시작하더라고. 다음날은 오아후로 넘어가야 하는 날이라 일출은 포기하고 오후에 일몰을 보러 가기로 했어.


오전이 되니 비는 그쳤지만 하루 종일 흐린 날씨가 이어졌지. 일몰도 못 보는 건 아닌가 하며 일몰 시간에 맞추어 할레아칼라 분화구 비지터센터를 목적지로 찍고 움직이기 시작했어. 할레아칼라 분화구로 올라가는 길의 첫 시작에는 울창한 숲이 나타났어. 키가 아주 큰 나무들이 큰 키를 뽐내며 쭉쭉 뻗어있었지. 나무들을 지나고 나니까 구불구불한 길이 나타나기 시작했어. 그 길은 너무 구불거리면서 가파른 낭떠러지를 따라 올라가는 길이었어. 초행길인 데다가 해가 질 시간이 거의 다 되어가는 터라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했지. 게다가 비지터 센터로 가는 차는 우리 차밖에 없어서 내가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이 맞나? 싶은 생각도 들더라고. 이리 비틀 저리 비틀하면서 올라가고 있는데, 아뿔싸 엄마랑 외할머니가 시간 계산을 잘못하는 바람에 올라가던 중간에서 지는 해를 마주하게 되어버렸어. 할레아칼라 정상에서 떨어지는 해를 보는 건 실패하고 말았지. 밤하늘의 별이라도 볼까 해서 올라가려 했는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길을 운전할 자신이 없어서, 지는 해와 함께 할레아칼라를 내려오고 말았단다.

몇 년 후에 알게 된 사실인데 내가 올라갔던 할레아칼라는 글쎄 할레아칼라의 'ㅎ'에도 못 미치는 곳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어. 뭉게구름 이모랑 같이 올라가는 내내 얼마나 웃었는지 몰라. 그때 나는 할레아칼라 구경도 못하고 왔었네! 하고 말이야.


할레아칼라 올라가던 중 만났던 소 떼
 우리보다 먼저 내려와 버린 그날의 태양


때론 멋진 풍경을 놓치고, 하고 싶었던 것들을 다 못해도 여행이 즐거운 이유는 예기치 못한 기쁨들이 생겨나기 때문이야.

마우이의 일정을 끝내고 오아후로 가는 날이 주일이어서 예배드릴 곳을 찾다가 마우이 순복음교회에 들러 예배를 드렸어. 아무래도 외지인이라 눈에 띄었나 봐. 그래서 그런지 파이아(Paia)에서 만난 한인 분들이 우리를 알아보시고 점심 식사를 하고 가라고 초대를 해주셨어. 그런데 시간이 애매할 것 같아서 그냥 가겠다고 했더니 기다리라고 하시면서 도시락을 싸주셨어. 도시락을 들고 공항으로 가는 길에 있는 이아오 벨리(Iao Valley)를 구경했어. 구경하는 중간에 비가 와서 차에서 도시락을 먹었는데 아주 꿀맛이었어. 그냥 보내도 되는데 도시락까지 싸주신 게 너무 감사하더라고.


소박하지만 정말 맛있었던 도시락


이아오 벨리를 내려와서 다시 공항으로 가는 길에 뭔가 축제를 하고 있더라고. 사람들이 꽤 많이 모여있길래 궁금해서 한 번 가봤더니 우쿨렐레 축제를 하고 있었어.


마우이 우쿨렐레 축제
마우이 우쿨렐레 축제
마우이 우쿨렐레 축제


메인 무대에서는 우쿨렐레 공연을 하고 있었고, 여기저기 우쿨렐레를 들고 배우기도 하면서 즐거운 시간들을 보내고 있더라고. 시간이 조금 더 있었으면 아마도 더 구경했을 텐데, 약속된 비행기 시간이 있어서 아쉽지만 발길을 돌려야 했지. 다음에 마우이에 간다면 우쿨렐레를 들고 이 축제에 꼭 참여해 보자!


아참, 마우이에서 무지개를 만나면, 마우이에 다시 오게 된다는 속설이 있대. 마우이에서 무지개를 봤으니 마우이에 또 갈 수 있지 않을까?


아들.

인생은 나의 계획대로 되지는 않지만 지나고 나면 늘 그분의 계획대로 잘 흘러가기 마련이니 계획이 틀어졌을 때 여유를 가지고 한 걸음 천천히 가도 괜찮아. 그러다 보면 또 다른 길이 열릴 테니까.

Aloha Nui Loa. (내 모든 사랑을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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