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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y Jun 07. 2024

지금부터 서로 죽여라

잘못된 탕평책의 폐해 

안녕하세요? 리더십과 ‘글쓰기’를 돕는 Kay작가, 김우재입니다. 오늘은 우리나라의 잔치상에 올라오는 음식 중의 하나인 탕평채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탕평채라는 음식을 아시나요? 그리 고급 음식은 아닙니다만, 한정식집에 가면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재료는 간단합니다. 청포묵, 쇠고기, 미나리, 김 등 간단하지만 각각 명확하게 구별되는 색감을 지닌 재료들로 이루어집니다. 각각 익혀서 마치 잡채처럼 무쳐서 조리를 합니다. 맛도 있습니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재료들이 어우러져 꽤 괜찮은 맛을 냅니다. 크게 부담도 가지 않으면서 정갈한 재료들이 어울리는 그 맛이 고급 한정식의 멤버로서 손색이 없습니다.



왜 탕평채라는 이름이 붙었을까요? 다들 잘 아시겠지만, 조선시대 유명한 정책의 이름과 의미를 그대로 요리로 재현했기 때문입니다. 노론, 소론, 남인, 북인 등 뜻을 같이 하는 정치집단을 붕당이라고 했는데요, 이들 붕당끼리는 서로 엄청난 논쟁으로 공격을 주고받았습니다. 당파 싸움에 정작 민생고가 높아가자 조선의 왕들은 각 붕당의 인물들을 골고루 등용하는 등 조화로운 인사정책을 펼쳤습니다. 이를 두고 탕평책이라 하였는데요, 탕평책의 이름을 그대로 따서 탕평채라는 요리가 생겼다고 합니다. 각 재료의 색깔이 각각의 붕당들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다고들 합니다. 이렇게 당파별로 나뉘어서 서로 싸우는 것은 조선시대만 해당되는 것은 아닌가 봅니다. 직간접적인 경험과 신문기사들로 미루어보아 아무리 작은 스타트업이라도 분명히 당파가 존재하고, 이들 간 세력싸움이 벌어집니다.  물론 인원이 적을 때는 전혀 티가 나지 않습니다만, 조직이 커질수록 그 색깔이 분명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경영자의 입장에서는 어느 한편의 손을 들어주기는 어렵습니다. 선악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기업에서 당파라고 표현하니 전혀 안 맞는 것 같습니다만, 사실 IT기업에서 기획, 개발, 영업, 디자인이 서로 격돌하는 것은 일상입니다. 직군의 특성이나 부서별 업무 우선순위 등에 따라  조직에는 끊임없이 당파(?) 간 대립이 발생합니다.



이러한 대립의 원인은 다양합니다. 제가 존경하는 스타트업 코치님의 말씀처럼 목표가 너무 많거나, 너무 없거나의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혹은 프로세스의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대표의 입장에서는 학창 시절 어렴풋이 들어보았던 ‘탕평책’이란 단어를 떠올리기 쉽습니다. 그래서 대립하는 부서 간 조율을 통해 해결을 하려고 하지요. 그런데, 문제는 이때 발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해관계가 다른 부서들을 조율한다는 좋은 취지에서 출발하였으나 방법에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지금부터 서로 죽여라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줄 순 없으니 서로 협의하라고 권유합니다. 그런데 권유 뒤에는 함정이 있습니다. A팀장에게는 B팀장은 문제도 많고, 성과도 저조하기 때문에 어차피 중용할 생각이 없다. 그러니 A팀장 당신이 B팀장을 밀어내고 일의 주도권을 잡으라고 조언합니다. 그런데, B팀장에게는 반대로 A팀장을 중용할 생각이 없고, B팀장을 밀어줄 테니 잘 싸워보라고 합니다. 대표가 서로에게 어떤 조언을 했는지 모르는 A, B팀장은 대표의 말만 믿고 서로 싸우기 시작합니다. 대표는 그 싸움에 그 누구의 편도 들어주지 않습니다.



이기는 편 우리 편



이런 구도가 되면 대표의 입장에서는 서로 싸워서 이기는 승자의 손만 들어주게 되면 됩니다. 아주 편하지요. 대표입장에서는 아주 훌륭한 전략입니다. 각 당파(?) 간 싸우는 것을 보기만 하면 되니까요. 이제는 상대 당파를 공격하는 상소를 받고 고민하지 않아도 됩니다. 겉으로는 각 부서 간 입장을 조율하는 것 같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자기도 모르게 링 위로 올라간 셈이 됩니다. 대표의 말만 믿고 말이지요. 



탕평책의 진짜 취지는 대립과 정쟁을 해소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무늬는 탕평책이지만, 대립을 통해서 상황을 정리하려는 잘못된 방법을 사용해서는 안됩니다. 조직 내 불신과 대립만 팽배하게 될 테니까요. 단기적으로는 상황을 잘 정리할 수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조직에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정치보다는 합리적인 협의와 의사결정이 필요합니다.

감사합니다. 




Kay 작가(김우재) / 출간작가 / 리더십 / 조직문화

https://www.linkedin.com/in/kay-woojae/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그리고 컨설팅펌에서 쌓은 다양한 경험으로 리더십과 ‘글쓰기’를 돕습니다.

★ '나는 팀장이다' (공저)  / 플랜비디자인 2020년 / 7쇄 / 대만출간

★ hahahaHR.com,  네이퍼카페 "팀장클럽", 코치닷  정기 연재

★ 리더십 칼럼 기고: 대기업 내부 블로그, HR인사이트 등

★ 카카오 커리어 분야 크리에이터 (브런치)

★ 리더십 강의 진행: 러닝스푼즈, IT 스타트업, 국가기관 등

★ 글쓰기 모임 운영: 작심삼일 글쓰기, 두들린 체인지 스터디 ‘리더의 글쓰기’ 등

★ 다수의 기업 및 기관의 다양한 HR 프로젝트 수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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