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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y Jun 03. 2024

라면은 한 개씩 끓여야 제맛이다

우리 조직은 라면 레시피보다 더 복잡합니다 

안녕하세요? 리더십과 ‘글쓰기’를 돕는 Kay작가, 김우재입니다. 오늘은 라면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라면 싫어하실 사람은 없을 겁니다. 음주에 지친 마음과 속을 달래주고, 야외에서 먹는다면 천국의 맛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배고플 때 저렴한 가격으로 든든한 한 끼를 제공해 주기도 합니다. 조리 방법도 간단합니다. 게다가 다양한 재료들과의 조합(Combination)이 가능합니다. 심지어 주재료보다 더 값비싼 부재료와의 조합도 있습니다. 전복라면, 해산물라면이 그 좋은 예입니다.



저는 보통 주말 아침에 라면을 먹습니다. 평소에는 아침도 안 먹는 편이기도 하고, 주중에는 라면을 먹을 기회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가족들이 모두 잠들어 있는 주말 아침에는 혼자서 조용히 라면을 끓여 먹으면서 저만의 시간을 가집니다. 좋아하는 라면도 먹고, 주중에 보지 못한 방송들도 봅니다. 저만의 힐링타임입니다.



그런데 혹시 두 개 이상의 라면을 한 번에 끓여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라면의 레시피는 간단하면서도 심오합니다. 물의 양과 면을 익히는 시간에 따라 같은 라면이라도 천차만별입니다. 같은 O라면이라도 분식집에서 먹을 때와 집에서 먹을 때 맛이 다른 이유이기도 합니다. 화력과 물의 양 등 많은 변수가 있기 때문이죠.



혼자서만 1인분의 라면을 끓이다가, 캠핑을 가게 되면 한 번에 여러 개의 라면을 끓이게 됩니다. 이때 저는 많은 실패를 경험했습니다. 1인분의 라면을 요리할 때는 통상 끓는 물 500ml에 수프 한 개와 한 개의 면을 넣고 4분간 조리합니다. 그런데 라면 두 개를 끓일 때는 그 두배인 물 1,000ml에 수프 두 개와 면 두 개를 넣고 8분간 조리하면 될까요? 야외라는 특수성이 있긴 하지만 한 개의 라면을 끓일 때의 물과 수프의 양과 익히는 시간을 단순 비례적용하게 되면 실패하기 쉽습니다. 분명히 레시피를 지켰음에도 불구하고, 한강라면이 됩니다. 또한 면의 상태나 간(염분)도 한 개를 끓일 때와는 전혀 다릅니다.



여러 개의 라면을 많이 끓여본 분들은 나름의 노하우가 있습니다. 라면 두 개를 끓일 때는 수프 하나 반, 물의 양은 1개 끓일 때의 1.8배, 시간은 5분 등 단순하게 한 개 끓일 때의 레시피를 단순 비례적용하지 않습니다.  라면 두 개를 끓인다고 수프도 두 배, 물도 두 배, 시간도 두 배를 적용하면 어떻게 될까요? 







취업사이트 혹은 언론기사를 찾아보면 경기가 어렵다고는 하지만 성장 궤도에 올라간 스타트업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기업의 성장은 제품이나 서비스의 질적인 변화뿐만 아니라 조직의 규모 같은 양적인 변화를 수반합니다. 단순하게 표현한다면 기업이 성장한다는 것은 인원수가 많아지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저와 커피챗을 했던 유명 IT기업의 세일즈 컨설턴트님은 구성원이 30명도 안 되는 시기에 입사하여 현재 200명 규모의 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경험하셨습니다. 구성원이 증가함에 따라 필연적으로 겪을 수밖에 없었던 성장통 이야기를 들으며 많은 인사이트를 얻었습니다. 



기업의 성장 즉 구성원의 증가는 많은 성장통을 불러옵니다. 저는 성장통은 마치 라면 끓이기와 비슷한 점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20명 규모의 조직이 60명 규모의 조직으로 성장하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요? 20명 규모에서 적합한 일하는 방식이 있습니다. 그런데 60명으로 인원이 3배 증가할 때 20명 규모의 일하는 방식을 그대로 비례적용하면 될까요? 마치 라면 수프 3개를 넣는 것처럼 말이지요. 



예를 들어 창업초기 3개의 팀이 있었습니다. 3개의 팀은 일주일에 한 번씩 CEO와 미팅을 했습니다. 그런데, 기업이 성장하고 구성원이 많아 짐에 따라 팀의 개수는 15개가 되었습니다. 그러면 이제 CEO는 15개의 팀과 미팅을 하면 될까요? 단순한 비례적용의 결과입니다. 이렇게 되면 CEO는 대부분의 업무시간을 각 팀과의 미팅에만 사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적절하게 관련 팀들을 묶는 본부가 필요하고, CEO는 팀장들이 아닌 본부장들과 미팅을 해야 합니다. 



간단한 요리인 라면도 한 개만 끓일 때와 3개를 한꺼번에 끓일 때는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라면도 이 정도인데, 그보다 훨씬 더 복잡한 기업은 어떨까요?   

감사합니다. 




Kay 작가(김우재) / 출간작가 / 리더십 / 조직문화

https://www.linkedin.com/in/kay-woojae/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그리고 컨설팅펌에서 쌓은 다양한 경험으로 리더십과 ‘글쓰기’를 돕습니다.

★ '나는 팀장이다' (공저)  / 플랜비디자인 2020년 / 7쇄 / 대만출간

★ hahahaHR.com,  네이퍼카페 "팀장클럽", 코치닷  정기 연재

★ 리더십 칼럼 기고: 대기업 내부 블로그, HR인사이트 등

★ 카카오 커리어 분야 크리에이터 (브런치)

★ 리더십 강의 진행: 러닝스푼즈, IT 스타트업, 국가기관 등

★ 글쓰기 모임 운영: 작심삼일 글쓰기, 두들린 체인지 스터디 ‘리더의 글쓰기’ 등

★ 다수의 기업 및 기관의 다양한 HR 프로젝트 수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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