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주변에 늘 자신을 증명해서 보여주려고 하죠. 나란 사람이 얼마나 괜찮고, 얼마나 멋진 사람인지 포장해서 보여주고 싶어 해요. 그러다 보니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버리는 일도 종종 발생하게 되죠. 어떤 일에 대한 판단을 하지 못할 정도로 주변의 눈치를 볼 때도 있고요.
보여주기가 아닌, 진짜 나를 알고 좋아해 주는 이들과의 다정한 교류가 주는 위로를 잊어버린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런 사람들의 자기 증명은 끊임없는 불만족과 허기만을 부르는 일입니다. 가슴에 커다랗게 뚫려있는 구멍을 보지 못하고 무엇이든 채우기 위해 들이붓는 행동은 바다 위에서 조난당한 이들이 겪게 되는 극심한 탈수증상과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거대한 수장고 위에 떠 있으면서 물 한 방울을 마시지 못하며 심한 갈증을 느끼는 것처럼 어떤 사람을 만나고, 어떤 것을 사더라도 그 허기는 채울 수가 없는데도 우리들은 끊임없이 시도를 하죠.
삶을 온전히 내 것으로 영위하는 일은 주변에 나란 존재를 증명하는 것이 아닌 내 안에 스며든 나란 사람의 걱정, 내가 해야 할 일들에 대한 두려움, 해야만 하는 일들로 인한 압박감, 초조함을 잘 달래고 누르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불안정한 마음들이 만들어 낸 마음의 틈새가 벌어지고 헐거워지고 그곳으로 끊임없이 밀려들어오는 부정적인 생각들이 일상의 평온까지 순식간에 삼켜버릴 때가 많습니다. 그저 부단히 마음을 갈고닦는 노력만 하는 걸로는 대처할 수가 없다는 걸 알게 된 요즘이어요.
만족을 모르는 공허감으로 늦은 밤에도 잠 못 들고 서성이는 분이 있다면 내가 나에게 주는 사랑의 온기, 위로를 전할 방법을 떠올려 보기를 권합니다. 내가 좋아하던 어린 날의 물건들을 떠올려 보세요. 내게 위로를 전해 준 사람들의 다정한 편지 구절을 떠올려 보세요. 지금 내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을 떠올려 보세요. 보지 못했던 눈을 가리고 있던 가리개를 벗어던져요. 내 안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시간을 만들어 보세요.
우리들의 마음이 따뜻한 기억들로 이루어진 마음이란 배의 바닥짐, 자신만의 무게추로 흔들리거나 요동치지 않고 살아가길 바랍니다. 거세게 내리던 비가 잠시 그친 시간, 열돔이 걷히자 불어오기 시작하는 가을바람을 마주하며 안부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