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Where

by Bono






어두운 밤 거친 숨소리와 함께 감시용 조명을 피해 어둠과 어둠 사이로 공포에 질려 이동하는 남녀가 있습니다. 고비를 넘기며 약속된 곳에 도착하지만 그사이 위험수당이 올랐다며 탑승조건으로 갖고 있던 반지와 시계까지 내놓으라 윽박지르는 사람들에게 어쩔 수 없이 모두 뺏기고 컨테이너 안으로 밀어 넣어지죠. 그 안에 갇히고서야 되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두르고 있던 복대를 푸르며 배를 문지르는 임산부 미아와 그의 남편 니코. 이들은 왜 여기 갇혀있는 걸까요?



갑작스러운 자원자급제 시행령을 공표하며 쓸데없는 자원의 낭비를 막겠다고 전 국민의 삶을 통제하기 시작한 스페인 정부. 영화 속에 뚜렷한 시기나 연도가 제시되지 않기에 긴장감은 더 커집니다. 앞으로 다가올 시간인지, 지나간 시간인지를 모른다는 건 극 중 이야기의 몰입에 방해가 될 수 있는 요소인데 저는 그 점이 외려 더 두려웠어요. 언제든 있을 수 있고 일어날 수 있는 현재진행형의 재난이란 뜻 같아서요.





주인공 미아 : 출처 넷플릭스





스페인 정부는 임산부와 어린아이들을 강제로 가족들에게서 분리시켜 어디론가 끌고 가는데 그 뒤의 행방에 대해서는 아무도 들은 바가 없습니다. 그러기에 많은 이들이 니코와 미아처럼 암암리에 회자되는 안전한 나라 아일랜드로 밀항하기 위해 이렇게 어둠 속으로 숨어듭니다. 자신들의 전부를 내놓고 말이죠. 서로에게 기대어 잠시 잠들었던 이들은 급작스러운 소음에 깨어나는데, 좁은 컨테이너 안에 또 다른 밀항자들을 태우려고 하는 중개인들의 꼼수 때문이었죠. 갑작스레 열린 문과 밀려드는 사람에 떠밀려 미아가 넘어지고 그녀를 부축하려던 니코는 사람들에 의해 문가로 밀쳐집니다. 혼란을 막는답시고 발포를 하며 사람들을 제압하고 강제로 문을 닫아버린 중개인으로 인해 부부는 순식간에 생이별을 하죠.





두려움은 세상 모든 풍경을 흐리게 만들죠




혼자 남겨진 미아는 공포에 질립니다. 총구멍이 난 컨테이너의 벽 틈 사이로 내다본 세상은 혼란 그 자체였죠. 급수 배급을 기다리다 그걸 훔치기 위해 달려든 이들은 총에 맞아 죽고, 커다란 창살로 만들어진 수송차에 가득 실린 아이들과 임산부들의 겁에 질린 표정들, 곳곳에서 불이 나고 무장한 병사들이 아무 데나 총을 쏘고 있는 거리가 보입니다. 그곳에서 지금 그녀는 남편과 떨어진 채 항구로 향하는 중입니다. 국경 가까이 오자 더욱 살벌한 감시가 시작되죠. 수비대 대장의 날카로운 눈썰미는 분명히 짐 밖에 실리지 않았다고 하는 차의 앞바퀴 타이어의 공기압이 다른 곳보다 더 압축된 걸 알아차리죠. 컨테이너 안 비밀 공간에 사람들이 숨어있다는 걸 눈치챈 그는 그곳에 숨은 사람들을 감언이설로 꼬셔냅니다. 지금 나와야 살 수 있다고 말이죠.


불안한 기운에 얼른 짐상자 위로 기어 올라간 미아는 다른 임산부에게 손을 뻗으며 자신처럼 위로 올라오라 재촉하지만 그 사이 겁에 질려 문을 열고 나가버린 다른 여인이 있었죠. 자신과 아이를 지키기 위한 선택이었지만 무자비한 총질 앞에 미아를 제외한 어떤 이도 그 공간에 남아있지 못하게 됩니다. 어린아이까지 몰살해 버리는 무자비함에 저도 모르게 욕이 나오던 순간이었죠. 홀로 살아남은 미아는 그렇게 배에 실립니다. 자신과 떨어진 남편 니코가 타고 있던 반대편 컨테이너 표면에 쓰인 글자를 열심히 보았던 그녀이기에 그래도 곧 약속된 곳에서 만날 수 있으리란 막연한 희망으로 공포를 이겨내며 남편과 그곳에서 먹기로 한 스니커즈를 만지작거리죠.



밤이 되고 바다 한가운데 태풍이 몰아치기 시작하죠. 몸을 묶을 곳도, 기댈 곳도 없던 그녀는 거센 풍랑에 이리저리 부딪히다 그만 정신을 잃고 맙니다. 블랙아웃된 그녀가 깨어나는 장면이 나옵니다. 스며들어 찰방대는 물에 옷이 다 젖어버리고 심지어 뱃속의 아이는 태동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컨테이너 벽 사이 총구멍이 난 자리를 통해 내다보는데 보이는 건 온통 섬 하나 없는 망망대해 수평선뿐이었죠. 그런 곳에 그녀가 실린 트레일러가 둥둥 떠다니고 있을 뿐입니다.



그때였죠. 어디선가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들리기 시작해요. 마치 환청처럼요. 그녀가 미쳐가는구나 생각이 들었는데 아니었어요. 남편 니코가 탄 컨테이너가 바로 앞바다가 떠 있었는데 바로 눈앞에서 그대로 바닷속으로 가라앉아버립니다. 그 안에 있던 사람들이 내는 비명소리였어요. 남편의 이름을 미친 듯이 부르던 그녀는 연결되지 않는 전화기에서 흘러나오는 남편의 부재중 응답 목소리만을 계속 듣습니다. 그러다 결국 세상에 혼자 남았다는 절망감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고 하죠. 그때, 멈춰있던 아이의 태동이 다시 시작됩니다. 엄마의 옆구리를 발로 세게 밀면서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키죠.



영화 포스터 : 출처 넷플릭스







영화 초반부, 홀로 컨테이너에 올랐던 임산부를 보며 미아가 걱정하자 남편 니코가 말하죠.


"혼자가 아니야! 둘이야!"

복선이었던가 봅니다. 그녀가 이 안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고 어떻게든 지켜내고 무엇이든 할 거라는 일종의 미끼였죠. 저 말에 끌려서 더 집중해서 보았거든요. 타파웨어와 거대한 티브이 스크린, 수천 개의 이어폰들과 칙칙한 회색 작업복들로만 가득했던 컨테이너 안 박스 속에서 그녀는 생존도구들을 만들어 냅니다. 믿기지 않게도 그녀는 홀로 출산을 하고 산욕열을 이겨내고, 아이의 분변이 묻는 옷조각으로 물고기를 유인해 잡아내고, 생으로 그걸 뜯어먹으며 삶을 이어갑니다. 무려 한 달이 나요. 무엇보다 갇혀있던 컨테이너에서 천장에 구멍을 내고 밖으로 빠져나오는 장면이 감동적이었어요. 단 한순간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는 모습이 그녀를 저절로 응원하게 만들었죠.




출처 : 넷플릭스





주연을 맡은 배우 안나 카스틸로의 연기가 정말 인상적입니다. 수많은 재난영화에서 거의 대부분 남자들의 생존기가 그려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망망대해 한가운데, 그것도 철로 된 컨테이너에 홀로 남겨져 구멍이 난 곳을 통해 들어오는 물을 빼내가며 아이를 키워가며, 생존을 이어가는 설정 자체가 이것보다 극한 상황이 또 무엇이 있을까 싶게 실감 나게 그려집니다. 알베르트 핀토 감독은 헝거게임의 게임제작자 같습니다. 영화 속에서 끊임없이 주인공 미아에게 미션을 제시하죠. '어쭈? 이걸 이겨내? 그럼 이건 어떻게 버틸래?' 이렇게 그녀를 시험하고 또 시험해요.








영화는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 생각이 드는 순간에 자신이 지켜야 할 생명 앞에 힘을 내고 점점 더 강인해지는 여성의 모습을 통해 삶에서 살아가는 이유가 되는 존재들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됩니다. 어떤 순간에도 살아있음이 감사한 순간임을 노래할 수 있게 만드는 사랑하는 존재들로 인해 지켜갈 수 있는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가만히 생각해 보게 됩니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주는 건 동물과 똑같이 그저 생명연장을 위한 루틴을 따라 시간을 보낼 때가 아닌 나의 생각과 경험과 배워온 모든 것들을 나 아닌 다른 존재에게 넘겨주며 부족한 것들은 배움으로 같이 채워가며 완성하는 서사에 있다고 생각하기에 그녀가 만든 재난 상황 속 삶의 안식처가 심지어 위대해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그리고 영화 속 이 모든 사건의 시초가 된 정부의 극한 식량제한 정책이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 안에서 벌어질 수도 있는 일이란 생각이 드니 오싹해졌고요. OECD 가입 국가 중 식량자급도가 제일 낮은 나라가 우리나라입니다. 급격한 기후변화로 생산되고 있는 농산물들의 종 자체가 바뀌고 있는 요즘,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을 생각하면 영화 속 미아의 모습이 낯설게만 다가오지 않습니다. 얼마 전에 부피가 작고 가볍고, 유통기한 이 긴 재난상황 때 쓸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이 있을까 심각하게 고민해 본 적이 있던 저인지라 이 영화에 굉장히 깊게 몰두했고요. 청소년 관람불가라 보시기에 정말 미간이 저절로 찌푸려지는 장면들도 많이 나옵니다. 그땐 살짝 스킵하시며 마음 단단히 붙드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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