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무늬 스타킹을 입어요

당당하게!

대담하게 살아요.
안주하지 말아요.
줄무늬 스타킹을 당당하게 입어요.
아직 기회가 있다는 건 감사한 일이에요.
-<미 비포 유> 중

 영화 ‘ 미 비포 유 ‘를 보다가 마지막 장면에서 울컥했다. ‘줄무늬 스타킹을 당당하게 입어요’라는 말이 마치 ‘당신이 살고 싶은 모습으로 살아요’라는 말로 들렸기 때문이다.

 학창 시절, 한동안 '빨간 머리 앤'에 빠졌던 적이 있다. 앤의 생각과 말투, 외모까지 모두 동경의 대상이 되었다. 그리고 앤처럼 빨간 머리를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절정에 이르렀다. 하지만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우스꽝스러울까 봐. 학생은 그러면 안 될 것 같아서.'

 어른이 되어서 이런저런 규칙들이 사라졌지만 난 아직도 실천하지 못하는 빨간 머리를 많이 가지고 있다. '우스꽝스러울까 봐. 어른은 그러면 안 될 것 같아서. '누군가 그런 식으로 말한 적 없지만, 어른이 되며 스스로 정해 놓은 생각의 틀 안에서 결정을 내리는 일들이 많아졌다.

 얼마 전 ‘어쩌다 어른’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봤던 ‘밧줄에 묶인 코끼리’가 연상됐다. 어릴 적 밧줄에 묶여 도망갈 수 없었던 경험을 가진 코끼리는 어른이 되어서도 더 이상 자신을 묶고 있는 밧줄을 끊으려 하지 않는단다. 몸집이 커졌기에 밧줄을 끊어낼 수 있는 충분한 힘을 지니고 있지만, 어릴 적부터 가지고 있던 생각의 틀 때문에 더 이상 밧줄을 끊어내려 시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코끼리의 밧줄이 내게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생각의 틀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나 또한 자유롭게 하고 싶은 것들이 많지만 주변을 의식하는 생각 밧줄 때문에 새로운 도전을 머뭇거리는 건 아닐까. 이제 그런 생각들을 조금씩 끊어내 보려 한다. 쉽지는 않겠지만, 조금씩 천천히.

당신만의 줄무늬 스타킹을 입어요.
당당하게!
기회가 있다는 건 감사한 일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