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onica Jan 22. 2024

왜, 나인가?

왜, 하필이면, 꼭...

길지 않은 인생이었지만 나는 그동안 충분히 많은 삶의 부조리와 불공평들을 보아왔다.

극명한 대조를 이뤘던 나의 친가와 외가 이외에도 살면서 마주치고 보아온 여러 사람들의 인생들을 보며 늘 "왜? "라는 의구심이 들었었다.


왜, 악한 사람들이 먼저 죽지 않고 늘 착한 사람들이 먼저 죽는지?

왜, 욕심 많고 이기적인 악인들은 더 배부르게 살고, 선을 베푼  사람들은 늘 가진 것조차 빠앗기는지?

왜, 권선징악은 바로 우리 눈앞에서 일어나지 않는 건지?




집은 넘어가고, 소송은 3개나 걸려있고, 남편은 없어지고, 빚쟁이들이 내가 가는 곳마다 들끓던 그때,

나는 마음으로 늘 빌었다.

신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지만, 세상엔 기적도 있는 건 분명 사실이니까,... 나에게도 그런 기적이 일어나면 좋겠어.


내가 그때에 바란 기적은... 그저 모든 일의 해결이었다.

나의  힘으로는 도저히 해결 못할 일들이었지만 돈의 힘으로는 될 일들이었다.

하지만 중얼거리다가도 나는 내가 하던 읊조림에 반문을 했다.

결혼 초부터  이 일은 계속 되풀이되어왔어.  돈문제는 돈이 해결하겠지만, 사람문제는 누가 해결하지?

그렇게 늘 코앞에 닥친 현실의 문제를  생각하고 간절하게 빌다가도.... 내 안의 이성은 냉정한 질문들로  나를 몰아세웠다.


그건 사실이었다.


우리가 처한 현재라는 열매 한가운데에는 늘 뽑히지 않는 거대한 씨앗 같은 그의 일탈이 있었다.

어찌어찌 돈문제가 해결되고 나면 마치 고장 난 레코드처럼  앞으로 되돌아가 끝없이 다시 반복되는 노래처럼  그의 미친 짓은  반복되어 왔다.

그저 시간과 돈의 액수와 상대만 바뀌었을 뿐, 모든 것은 똑같았다.

그럼, 돈이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문제인 것은 분명하다.


기적은, 돈으로 그 일을 해결하는 데에 있는 게 아니다.

기적은 , 그 사람이 바뀌어야 하는데에 있는 거였다.




나는 십오 년이 넘어가도록 바뀌지 않는 그 사람을 보며 진심으로 살의를 느꼈다.

마음으로는, 자고 있는 그의 등뒤를 보며 칼로 찌르기도 수십 번,.. 그러다 내가 나를 찌르고 싶었다.

그런 상상을 하다 잠이 든 밤이면 또 악몽으로 땀에 젖에 깨기 일쑤였다.

그런 뒤숭숭한 밤에 나는 곧잘 성경책을 들고 앉아 읽었다.

하지만 그렇게 읽은 성경책에서 은혜를 받아 내가 하루아침에 평안해지거나 하는 그런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다.  되레 나는 성경을 읽으면 읽을수록, 그들이  말하는 절대주권자, 하나님에게 너무나 화가 치밀었다.


내가 원한 건 남의 것이 아니었다. 나는 남의 것을 탐한 게 아니었단 말이다.
내가 원했던 건..... 내가 노력하고 애쓴 만큼만의 대가였다.
내가  생각한 건... 내가 행한 착한 덕목이 제 값만큼만 인정받고  그가 행한 악행이 처벌받으며, 고상함이 승리하고, 치졸함과 비열함은 지탄받아 마땅한... 당연한 삶의 인과응보였다.  기본만큼은 유지되어야 세상질서가 잡히는 것 아니겠는가?
그것이 진리 아니겠는가? 그런데 왜 내 인생에서는 그것이 지켜지지 않는가? 왜 나는 그의 일탈이 일상이 된 세상에서 이런 이유 없는 모욕감을 느껴야 하는가?  
왜 나는 옆집의 아무개도 누리는 무난한 평범함을 누리지 못하는가?    
나는 옆집 아무개보다 무엇을 잘 못한 것인가? 왜 나는 실망과 고통과 모욕과.... 더불어 재산의 상실까지 감수해야 하는가?                         왜 신은 이런 내 인생의 불공평과 불합리 앞에서 시종일관 침묵하는가?

성경을 읽을수록 나는 그 절대자에게 분노가 치밀었다.


 남편 때문에 남의 회사에 리셉션으로  취직한 첫날, 전화받는 일을 하다  손님들의 커피잔을 설거지하며 나는  나의 처지에 눈물이 흘렀다.  도저히 현실이 믿기지 않는 바닥으로 패대기 쳐 질 때마다 그 원망은  남편에게 갔고,  뒤이어  말도 안 되는 일에 침묵하고 있는 절대주권자에게 향했다.

하느님이 있을 리가 없어, 있다면 나에게 이럴 수 없어. 내가 뭘 그리 잘못했다고?

나는 시장좌판에서 거친 말싸움을 하는 아줌마처럼 끊임없이 내가 했던 조그마한 착한일까지 줄줄이 기억해내어서 읊으며 ….원망의 중얼거림을 마무리했다.

그러니, 모든 것에 때가 있다는 전도서의 말씀에 잠시 위로를 느꼈다가도, 눈뜨면 호랑이처럼 맹렬하게 나를 몰아세워오는 현실에서 나는 기도와 원망을 동시에 하고 있었던 것이다.


왜 다른 사람은 다 행복한데 나만 불행하게 내버려 두느냐는 원망이었고,

나는 죽을힘을 다하고 있는데 나보다 애쓰지 않는 아무개는 왜 행복하냐는 불만이었고,

남편의 어리석음과 무능력이 불러온 사악함과 잔인함이 얼마나 나를 처참한 고통으로 몰아넣었는지에 대한 고발이었다.


그리고, 그 고통을 당하는 당사자가 왜, 하필, 꼭, 나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이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