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도 추워지고, 어려운 시국 가운데 정말 모든 게 추워져가는 11월입니다.
모두의 마음을 다 알고 있는 것인지... 나뭇잎들은 제게 꼭 맞는 색의 옷을 입으며 떨어지거나, 떨어질 준비를 마쳐가고 있습니다. 특별히 붉어지는 단풍을 보며 여러 감정들이 들어와 제 마음도 물들어가기 시작했고, 가을 끝나기까지 지내온 시간들을 잠잠히 떠올려보게 됐습니다.
단풍은 죽기 위해 얼굴을 붉히는데, 나는 나 하나 살고자 열을 내며 얼굴을 붉히지 않았는지 반성해보게 됩니다. 지금 일어나는 모든 문제들도 결국 나 하나 살자고 붉히는 문제들임을 마주하게 됩니다.
내일은 대규모 시위가 있는 날입니다. 소설보다도 더 허구 같은 우리나라의 현실 속에서 희망을 봅니다. 그리고 그 촛불의 물결에서 우리를 살리고자 하는 '붉음'을 보게 됩니다. 그 어느 때보다 붉어질 내일과 밝아질 우리의 현실을 기대하며 기도합니다.
오늘도 단풍은 붉습니다.
오늘도 단풍은 떨어집니다.
그리고 속을 삭이며, 속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