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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요 Jul 10. 2024

순간에서 영원으로

사랑하는 선생님들께 


여름이 무르익으면서 마당에 심은 방울토마토도 맛있게 익어갑니다. 장맛비 덕분에 매일 물기를 머금은 연둣빛 줄기 사이로 빠알간 열매를 발견할 때면, 즐겁고 경이로운 마음을 갖게 됩니다. 열매들은 서로 시샘하는 법 없이 오늘은 여기서, 내일은 또 저기서 우리에게 줄 수 있는 양만 틔웁니다. 주어진 힘을 적절히 분배하여 매일 고르게 자신의 생명력을 나눠주는 거지요. 덕분에 저도 셈하지 않고 매일 주어진 만큼의 열매를 감사히 받아들이게 됩니다. 



지나고 나면 순간순간이 참 아름답습니다. 새로운 씨앗을 뿌리고, 떨어진 잎들이 녹아든 흙을 거름으로 주면서 죽은 식물을 추억하고, 물 주고 돌보며 기다리다 보면 열매가 열리고, 무르익고, 따 먹고, 기뻐하고, 감탄하고, 그 영감으로 다시 살아가고, 내일을 맞이하는 모든 순간이 참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일상의 모든 순간은 자연의 순리에 맞게 일어나고 사라집니다. 우리는 그 덧없음에 만족하지 못하고, 특별한 순간을 계속해서 만들고 영원히 지속시키려 하지요. 하지만 정말 특별한 순간은, 눈앞에 있는 것을 잘 마주하고 그것을 온전히 누리는 지금이 아닐까요?


지금 가진 것에 만족할 수 있다면, 우리는 매일 주어진 순리대로 삶의 중심에 있을 수 있게 됩니다. 그 중심에서 우리는 매일 스스로에게 물어야 하지요. 무엇이 지금 나와 함께 있고, 무엇이 사라지는 지를요.


매일 일어나고 사라지는 순간은 어떤 순간도 똑같지 않습니다. 저마다 하나의 원형일 뿐이지요. 닐 기유메트 신부님의 말씀이 떠오릅니다. “아름다움은 ‘알다’에서 나왔고, 사랑하다는 ‘생각하다’에서 나왔다“ 이처럼 지금 나와 마주하는 것을 아는 것이 내게 주어진 최선의 아름다움이고, 그것을 오롯이 생각할 때 사랑을 경험하게 됩니다. 


사랑을 통해 우리는 살아있는 기쁨을 누릴 수 있습니다. 지금 내가 마주하고 있는 것을 오롯이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그 기쁨을 만끽할 수 있지요. 그 기쁨이 순간에서 영원으로 이어지는 것, 그것이 삶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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