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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요 Jul 05. 2024

중심은, 내가 살아있음을 아는 것

사랑하는 선생님들께 


여름이 한창 깊어집니다. 매일 아침잠을 깨우던 새들의 울음소리에 매미 소리가 더해져 한층 더 생기 있는 여름을 만들어 줍니다. 여름의 삶을 함께 느끼려고 왔을까요. 그렇다면 반갑게 맞아줘야지 하는 마음으로 온 감각을 활짝 열고 매미 소리를 듣습니다. 그렇게 매일 새로운 날들, 새로운 벗들이 찾아옵니다.



새로운 것들을 맞이하는 기쁨에 잠시 흩어진 몸과 마음을 가지런히 모읍니다. 그리고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를 생각하지요. 그렇게 매 순간 중심을 다잡습니다.


중심은 내가 살아있음을 분명히 아는 것입니다. 어디에 어떻게 살아있는지 스스로 질문하며, 주어진 순간에 최선을 다하고, 또다시 주어지는 새로운 순간을 자연스레 맞아들이는 것이지요. 일상의 모든 순간에는 저마다의 깊은 속내가 있어요. 중심을 지키는 것은 무엇을 해결하기 위해 애쓰는 것이 아니라, 매 순간의 깊은 속내를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마음공부에서 알아차림의 역할은, 나를 분별하여 좋은 쪽으로 안내하는 것이 아닙니다. 알아차림은 나와 마주하고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주는 것입니다. 그렇게 나를 온전히 만나면, 인연 속에 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지금 나는 어떤 인연 속에 존재하고 있나요? 인연은 즐거움을 일으킬 수도 있고, 괴로움을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어떠한 인연이든 영원하지는 않지요. 나도 그렇습니다. 언제든 새로운 길을 선택하고, 새로운 삶으로 나아가며, 새롭게 변화할 수 있지요


잠시 산책을 한다고 생각해 볼까요. 동네에 좁지만 정돈된 골목 사이를 지나면 고갯길 하나가 나옵니다. 한쪽으로는 뒷산으로 오르는 길이 나 있고, 반대쪽으로는 도서관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나에게 주어질 인연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뒷산으로 오른다면, 이제 막 핀 무궁화꽃과 수국이 가득한 숲을 거닐 수 있습니다. 사철나무 앞 벤치에 앉아 여름의 생명력을 오롯이 받으며 차분히 글을 쓸 수 있어요. 글에서 받은 영감은 다시 일상으로 옮겨갈 테지요. 


자 이번에는 반대쪽 길로 나서봅니다. 도서관으로 가는 길목에는 작은 두릅나무 묘목이 아기자기하게 식재되어 있습니다. 나무가 크지 않아 불어오는 바람을 세밀하게 느낄 수 있지요. 바람 사이로 스치는 새소리에 귀 기울이다 보면, 어느새 도서관에 도착합니다. 차분히 고른 한 권의 책은 몰랐던 세계를 펼쳐 주며 그곳에 우리를 데려가 주겠지요. 


짧은 고갯길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선택한 길은, 저마다의 인연을 갖고 있습니다. 그 시간 그 길에 존재했던 모든 것은 그곳에서만 유일합니다. 햇살, 바람, 나무, 꽃, 새, 풀, 흙… 한순간도 같은 것이 존재하지 않지요. 하지만 우리는 어떤 길을 가더라도 그 길이 안내하는 인연에 따라 다시 집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중심이란 그렇습니다. 어떤 순간이든 그곳에 잘 머물러주고, 다시 어떤 순간이 오더라도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 그 순간들이 이어져 삶으로 연결된다는 것. 


중심이 있는 삶은 미소가 번집니다. 습관처럼 입으로만 짓는 미소가 아니라 마음으로 짓는 미소입니다. 미소가 번지는 삶에는 생기가 있고, 우리는 매 순간 살아있는 나에게 고맙다는 말을 건넬 수 있습니다. 그곳에 함께 존재하는 인연들에게도요.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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