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선생님들께
여름이 무르익으면서 마당에 심은 방울토마토도 맛있게 익어갑니다. 장맛비 덕분에 매일 물기를 머금은 연둣빛 줄기 사이로 빠알간 열매를 발견할 때면, 즐겁고 경이로운 마음을 갖게 됩니다. 열매들은 서로 시샘하는 법 없이 오늘은 여기서, 내일은 또 저기서 우리에게 줄 수 있는 양만 틔웁니다. 주어진 힘을 적절히 분배하여 매일 고르게 자신의 생명력을 나눠주는 거지요. 덕분에 저도 셈하지 않고 매일 주어진 만큼의 열매를 감사히 받아들이게 됩니다.
지나고 나면 순간순간이 참 아름답습니다. 새로운 씨앗을 뿌리고, 떨어진 잎들이 녹아든 흙을 거름으로 주면서 죽은 식물을 추억하고, 물 주고 돌보며 기다리다 보면 열매가 열리고, 무르익고, 따 먹고, 기뻐하고, 감탄하고, 그 영감으로 다시 살아가고, 내일을 맞이하는 모든 순간이 참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일상의 모든 순간은 자연의 순리에 맞게 일어나고 사라집니다. 우리는 그 덧없음에 만족하지 못하고, 특별한 순간을 계속해서 만들고 영원히 지속시키려 하지요. 하지만 정말 특별한 순간은, 눈앞에 있는 것을 잘 마주하고 그것을 온전히 누리는 지금이 아닐까요?
지금 가진 것에 만족할 수 있다면, 우리는 매일 주어진 순리대로 삶의 중심에 있을 수 있게 됩니다. 그 중심에서 우리는 매일 스스로에게 물어야 하지요. 무엇이 지금 나와 함께 있고, 무엇이 사라지는 지를요.
매일 일어나고 사라지는 순간은 어떤 순간도 똑같지 않습니다. 저마다 하나의 원형일 뿐이지요. 닐 기유메트 신부님의 말씀이 떠오릅니다. “아름다움은 ‘알다’에서 나왔고, 사랑하다는 ‘생각하다’에서 나왔다“ 이처럼 지금 나와 마주하는 것을 아는 것이 내게 주어진 최선의 아름다움이고, 그것을 오롯이 생각할 때 사랑을 경험하게 됩니다.
사랑을 통해 우리는 살아있는 기쁨을 누릴 수 있습니다. 지금 내가 마주하고 있는 것을 오롯이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그 기쁨을 만끽할 수 있지요. 그 기쁨이 순간에서 영원으로 이어지는 것, 그것이 삶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