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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요 Jul 17. 2024

느긋하고 차분하게

사랑하는 선생님들께


밤 사이 장맛비가 요란하게 내렸습니다. 인근 지역에는 마을과 동떨어진 곳에 고립되었다가 구조된 이들도 있습니다. 마음을 애태우다가도 한 시름 덜면, 부드럽게 얽히는 일상의 순간에 귀를 기울이게 됩니다. 습하고 서늘한 공기 속에서도 여전히 존재하는 음악과 책, 벗들과의 대화는 마음의 여유를 줍니다. 느긋하고 차분하게 그 시간에 머무르는 동안에는 아무도 큰 소리를 내지 않습니다. 소곤소곤 작은 속삭임 정도의 말들이 마음을 포근하게 만들어 주지요.


포근한 여름을 함께 맞으며 선생님들과도 자주 대화를 이어갑니다. 수업시간이 아닐 때도 우리는 각각의 일상에서 나오는 화두를 질문 삼아 공부로 연결시킵니다. 단순히 안부를 주고받는 것을 넘어 때마다의 마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잠시 마음에 창을 내어 밖을 바라보는 시간입니다.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도 함께 산책을 하는 시간이기도 하고요.


때마다 마음을 어떻게 돌보고, 어떻게 쓸 것인지 자신에게 건네는 질문은 일상을 풍요롭게 해주는 자양분이 됩니다. 넘어지면 넘어지는 대로, 울고 싶으면 울고 싶은 대로 있는 그대로의 마음을 알아주고, 돌봐주는 것. 그리고 돌본 마음을 다시 잘 쓰는 것은 내가 어떤 모습이든 너그럽게 받아들이고, 기다려줄 수 있는 여유를 잃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선생님들은 마음에 대해 자주 질문하고, 스스로 답을 찾아갑니다. 저의 역할은 함께 머물고 기다려주는 것이지요. 선생님들 마음에 윤기가 흐를 수 있도록, 공부한 내용을 처음부터 다시 수 놓아주는 겁니다. 제가 놓은 수를 천천히 되짚으며 선생님들은 마음을 잃어버린 지점을 찾아냅니다. 그리고 다시 거기서부터 마음을 되찾아 돌아오지요.


잠깐의 머묾을 통해 갖는 여유는 삶을 부드럽게 받아들이는 힘으로 연결됩니다. 그 힘은 대단하거나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지극히 평범하고 일상적인 것들이 모아 만들어지는 것이지요.


작고 하찮게 여겨지는 것들이 모여 풍요로운 일상을 이룹니다. 그리고 풍요로운 일상은 풍요로운 삶으로 이어져 가겠지요. 선생님들의 일상이 날마다 더 풍요로워 지기를, 여유로워지기를 바랍니다.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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