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요 Jul 19. 2024

혼자 해결하려 하지 말아요

사랑하는 선생님들께


요즘은 빗소리에 맞춰 턴테이블로 음악을 듣습니다. 그날의 날씨에 맞춰 음반을 고르는 순간은 설렘으로 가득합니다. 조심스럽게 첫 번째 곡 위에 카트리지를 올리고, 마지막 곡까지 잠잠히 듣습니다. 한쪽 면이 주는 울림은 약 25분 정도. 가끔 찌지직 소리가 곁들여지는 자연스럽고 편안한 음질은, 25분이 지나도 진한 여운을 남겨 줍니다.

아날로그가 주는 감동은 독특한 즐거움이 있습니다. 휴대전화로 검색하면 금방 들을 수 있고, 맘에 들지 않는 곡은 금방 멈출 수 있는 시대. 약간은 귀찮고 불편하더라도 25분의 여운을 진득하게 듣다 보면, 마지막에 남는 것은 고요함뿐입니다. 다시 조심스럽게 다음 면의 마지막 곡까지 기다리면 별이 가득한 밤을 건너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크기와 모양도 제각각 다르지만 반짝반짝 빛나는 별은 아름답습니다. 우리 역시 각자의 삶의 이야기와 형태는 다르지만, 하나하나 반짝이는 별과 같습니다. 그 별이 지금 나와 마주하고 있음을 안다면, 우리가 함께 머무는 순간은 특별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종종 선생님들은 수업이 끝난 후에도 질문을 이어갑니다. 삶에서 마주하는 모든 순간이 마음공부로 이어지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그때마다 저는 말합니다. “혼자 해결하려 하지 말아요.”


두려움이 생기면 두려운 대상이 생깁니다. 하지만 그 대상은 아무런 실체가 없어요. 실체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 두려움과는 별개로 존재하는 스스로를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내 안에는 사랑이라는 본질만 있을 뿐이지요. 그러니 혼자 해결하려 애쓰기보다 우리 안에 존재하는 사랑을 먼저 기억해 보세요. 우리는 어떤 잡음이 곁들여져도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존재할 수 있습니다. 그 여운은 새롭게 찾아올 인연으로 이어질 테고요. 그러니 결과를 예상하며 괴로워하는 대신 턴테이블에 음반을 올리고 잠잠히 음악을 듣는 것처럼, 마주한 인연 속에서 잠잠히 머물러 보면 어떨까요?


음반이 천천히 돌아가며 흘려보내는 선율이 마음의 고요한 호수에 작은 파문을 일으키고 사라집니다. 남은 자리에는 별들이 고요하게 반짝이고 있네요. 사랑하는 선생님들 모두 반짝이는 별빛을 품고 편안히 잠들기를 바랍니다.


평화:)


이전 11화 느긋하고 차분하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