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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요 Jun 28. 2024

나도 삶도, 피고 지는 꽃처럼

사랑하는 선생님들께 


지역 로컬 푸드 판매장에서 꽃 한 다발을 샀습니다. 푸른 꽃망울이 인상적인 이 꽃의 이름은 옥시페탈룸. 들풀 같은 느낌을 풍기는 꽃은 분홍색 봉오리와 잔털 섞인 초록 잎과도 잘 어울립니다. 화려하지 않아도 충분히 조화로울 수 있는 작은 생명체는 평온함을 줍니다. 꽃이 질 때는 분홍색으로 변한다는데, 그 모습은 또 얼마나 어여쁠까요. 


“꽃은 지라고 피는 것이라네.” 최명희 작가의 혼불 속 문장처럼 꽃은 지는 모습까지 잔잔히 지켜봐 줄 수 있어야 합니다. 마음을 조급하게 먹지 않고기다려 주는 거지요. 모든 생명체는 분명 피고 지는 순환 속에 있으니까요. 



사 온 꽃은 집안 곳곳 눈에 잘 보이는 곳에 놓아둡니다. 꽃병 안은 금세 작은 정원이 되어 여기저기서 기쁨을 주지요. 매일 다르게 피고 지는 꽃에서 삶의 순환을 봅니다. 활짝 피었던 꽃은 얼마 안 있으면 질 때가 가까워짐을 아는 듯이 푸른 빛을 원 없이 띄웁니다. 깊은 바다처럼 맑고 선명한 푸른 빛은 이제 곧 노을을 닮은 분홍색으로 잔잔히 물들겠지요. 그런가 하면 새초롬한 분홍색 봉오리는 굵은 초록 줄기 사이로 명상하듯 서 있습니다. 꽃이 피지 않은 채로도 온전히 귀한 자태를 뽐내면서요. 


날씨가 더워지면서 아침에는 깨끗하게 미소 짓는 얼굴을 했던 꽃들이 저녁에는 풀 죽어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형태와는 별개로 꽃은 그냥 그대로도 아름다운 존재입니다. 일정하지 않고 변화한다고 해서 아름답지 않은 건 아니니까요. 


매일의 아름다움 속에서 이사한 집에서의 첫 여름을 즐겨봅니다. 벗들과 시원한 수박화채를 해 먹거나 메마른 산책길을 걷기도 합니다. 일주일에 세 번만 여는 동네빵집에서 첫 번째 손님이 되는 특권을 누리기도 하지요. 군데군데 핀 양귀비며 메꽃들이 반겨줄 때면 뒷산에 올라 오랫동안 그 앞에서 쉬기도 하고요. 집이 시원해서 바람 한 점 없는 날도 선풍기 없이 지낼 수 있고, 고요한 새소리가 새벽부터 깊은 밤까지 벗이 되어주곤 합니다. 밤에는 아침과 달라진 꽃을 바라보며 기분 좋게 천천히 잠이 들지요. 


많은 것들이 일어나고 변화하는 일상에서는 매일 다른 풍경이 펼쳐집니다. 내일은 또 어떤 풍경이 펼쳐질지 알 수 없어요. 분명한 것은, 그 모든 것이 저에게 주어져 있다는 것입니다. 매일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에서 의미를 발견하고, 가치를 담아 바라볼 때 우리의 일상은 더욱 풍요로워질 수 있어요. 


 ‘나’도 마찬가지에요. “꽃은 지라고 피는 것”처럼 오늘 내가 어떻게 피고 지는지 그 여정을 가만히 지켜봐 주세요. 매일 아름다운 순환 속에서 살아가는 소중한 나의 의미와 가치를요.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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