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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요 May 14. 2024

나에게 꼭 알맞은 당신

사랑하는 선생님들께


몇 주 전 허브 교실에서 함께 가꾸는 텃밭에 코리앤더를 심었습니다. 코리앤더는 한국말로 고수라고 불립니다. 각종 요리에 풍미를 더해주고, 음식의 부패를 방지해주기도 하지요. 4월 말에 심은 코리앤더는 잎이 꽤 단단하고, 손으로 한 번만 쑥 훑어도 특유의 향이 금세 올라왔어요. 6월이 되면 하얀 꽃을 피운다고 하는데, 그 꽃은 어떤 모양일까요. 궁금하지만 찾아보지는 않았습니다. 어떤 형태든 그 꽃은 나와 인연 맺은 귀한 꽃일 테니까요.



모든 인연은 때가 되면 맺어지고, 자연의 섭리대로 오고 갑니다. 하지만 우리는 인연도 내가 원하는 형태로 만들려고 하지요. 꽃의 형태를 미리 규정짓고 똑같이 생긴 꽃을 기대한다면, 다른 형태의 꽃이 필 때 실망할지도 모릅니다. 인연이란 조건에 따라 자연스러운 형태로 일어나는 겁니다. 어떤 형태의 꽃이든 지금 나와 함께 있는 소중한 인연임은 달라지지 않지요.


인연에도 때가 있습니다. 피고 지는 꽃처럼 오고 가는 때가 있는 거지요. 하지만 우리는 인연이 영원할 거라 여기고, 인연을 통해 얻는 행복을 붙잡으려 노력합니다. 때로는 그 행복이 매일 함께 있으리라 생각하며 방관하다가 인연이 끝날 때서야 소중함을 깨닫기도 하지요.


세상의 모든 형태처럼 인연 또한 영원하지 않습니다. 인연이 영원하지 않다는 인식은 인연의 소중함을 일깨우지요. 지금 나와 함께 있는 인연을 세심히 바라봐 보세요. 비교하며 분별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마주해 보세요. 너의 꽃은 이런 모양이구나, 이런 색이구나, 이런 향을 지녔구나…. 그렇게 하나씩 알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 깨닫게 될 거예요. 지금 나에게 꼭 알맞은 소중한 사람이 내 곁에 와주었다는 사실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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