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선생님들께
지난주부터 전주국제영화제가 시작되었습니다. 전주에 사는 덕분에 전 세계의 좋은 영화들을 가까이서 누릴 수 있었습니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세 개의 영화를 보았어요. ‘당신을 만난 날’, ‘어느 봄의 여정’ ‘사랑, 내 마음대로’. 각각 브라질, 대만, 중국영화로 국적도 다르고 내용도 달랐지만 공통적인 메시지가 있었습니다. 사랑, 상실, 그리고 함께 머무는 것에 대해 잔잔한 질문을 던져주는 것 같았지요.
영화를 보면서, 사랑의 형태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사랑하는 마음에 대해서도요.
우리는 대부분 사랑을 감정이라 여깁니다. 감정이 시작되고 이어질 때는 설렘과 기쁨으로 충만하지만, 끝에 다다르면 상실과 괴로움을 느끼게 됩니다. 사랑할 때의 내 모습, 내 감정이 사라지면, 나도 사라지고 내 마음도 사라진다고 생각하게 되지요.
조금 다른 시각으로 사랑을 바라봐 볼까요? 사랑이란, 감정에 따라 생기고 사라지는 게 아니라 언제나 내 안에 있는 중심이라고요. 감정은 조건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변하지만, 사랑은 모든 곳에 모든 형태로 존재합니다.
우리가 사랑을 아름답다고 느끼는 순간은, 사랑의 형태를 알아차릴 때입니다. 하지만 알아차리지 못할 때도 사랑은 늘 우리와 함께 존재합니다. 내가 마시는 차 한 잔, 차를 머금은 찻잔, 찻잔을 든 상대의 손길, 함께 머무는 시간 안에 일어나는 모든 형태로요.
사랑은 상대에게 나의 감정을 표현하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함께 머무는 거예요. 그리고 언제나 그 진심을 잊지 않겠다는 약속이기도 하지요. 그렇기에 사랑은 맑은 날에도, 흐린 날에도, 다정한 안부나, 날 선 다툼 속에서도 변함없이 이어지는 소중한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