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선생님들께
일주일에 세 번 비대면으로 새벽수업을 합니다. 준비물은 노트 한 권, 잘 깎은 연필 한 자루, 그리고 나를 밝히는 촛불 하나입니다. 다른 것은 필요하지 않지요.
수업 전에는 커튼을 열어 둡니다. 수업을 시작할 때는 어둠이 짙게 깔려 있지만, 만남이 무르익으며 어둠의 장막이 걷히고 아침을 맞이하게 됩니다. 그것은 오늘의 새로운 아침. 어제의 아침이 아닙니다.
우리는 습관적으로 지난날의 옷을 입고 오늘을 살아갑니다. 그 때문에 괴로운 것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반복하는 일이지요. 하지만 매 순간 ‘지금 여기’를 알아차리면, 과거와 현재 사이에서 종종거렸던 발걸음을 멈추고 지금 눈앞의 풍경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선생님들이 오늘의 마음에 대해 써 내려가는 동안 저는 눈을 감고 창밖의 소리에 귀 기울입니다. 보는 것에서 일어나는 분별을 멈추고 선생님들과 함께 있는 시간을 오롯이 느껴보는 것이지요.
오늘은 어제보다 새들이 일찍 울음을 터트리는 군요. 뒷집 아저씨는 주차장까지 빠른 걸음으로 내려가시고요. 옆집 대학생 청년도 평소보다 이르게 집을 나섭니다. 각자의 속사정은 알 수 없지만 일찍 집을 나서야 하는 분명한 이유가 있겠지요. 그 마음을 헤아리지 않고, 그저 그이들의 행복과 평안을 기원합니다. 오늘 행복하기를, 평안하기를.
마음공부는, 어떤 마음이 일어나든 바라보며 허용하는 공부입니다. 어떤 마음이 일어나더라도 내가 행복하기를, 평안하기를 바라는 것이지요. 그 바람으로 내 마음이 충만해지면, 서서히 나의 행복을 주변에 전달해 줍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행복하기를, 평안하기를. 함께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기를, 평안하기를.
그래서 이 공부는 함께 머무르는 공부이기도 합니다. 내가 어떤 순간에 머무르는지를 알아차리고, 그 풍경에 함께 머물고 있는 사람들을 세심히 바라보며, 함께 행복하기를, 평안하기를 바라는 것이지요.
서서히 번지는 미소를 느끼며 눈을 뜨니, 어느새 여명이 우리를 비추고 있습니다. 우리는 새 아침을 함께 맞이하고 있습니다. 이 순간에 함께 살아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