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선생님들께
4월에 심은 고수가 꽃을 피웠습니다. 마치 웨딩드레스처럼 새하얗게 빛났지요. 고수에 하얀 꽃이 핀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직접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본 건 처음입니다. 이렇게 일찍 꽃을 피우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어느 날 반짝하고 꽃을 피운 거예요. 책에서 읽고 느낀 것보다 백배는 더 감동적이었지요.
고수 꽃에서 감동을 느낀 이유는, 꽃이 아름다워서만은 아닙니다. 새끼손가락처럼 자그마한 꽃은 모종을 심은 날부터 고수가 지나온 여러 날을 상기시켜 줍니다. 그리고 앞으로 지나갈 날들 또한 알려주지요. 꽃은 그 모든 변화를 받아들일 뿐입니다.
꽃의 생장과 변화가 우리에게 전하는 것은, 사소한 것에도 언제나 희망이 있다는 것입니다. 희망은 우리를 다시 일으킵니다. 그리고 다시 살아가게 하지요. 고수는 지금 그런 희망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온몸으로 말이지요.
고수를 바라보며 자기만의 빛을 끌어내어 세상의 쓸모가 되는 것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거창한 역할이 아니더라도 생존을 위해서가 아닌 쓸모를 위해 사는 삶에 대해서요. 거의 다 쓴 몽당연필도 쓸모가 있습니다. 삶의 형태는 날마다 변하지만, 자기만의 빛을 잃지 않고 사는 삶에는 분명한 가치가 있습니다. 아직 빛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해도 괜찮습니다. 우리가 밤하늘을 올려다보지 않을 때에도, 별빛은 늘 밝게 빛나고 있으니까요.
반복되는 일상이 답답하게 느껴질 때, 좋아하는 꽃 한 송이를 떠올려보세요. 자주 쓰는 사소한 물건도 아무거나 쓰지 말고 나의 취향에 맞는 것으로 골라 보세요. 마음의 방에 바람이 통하도록 자주 방문을 열고 환기시켜 주세요. 일상의 모든 순간에서 자신의 살아있음을 느끼며, 자신의 가치를 알아봐 주세요. 그 가치가 바로 나의 쓸모, 나만의 빛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