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선생님들께
한국의 1세대 조경가 ‘정영선’ 선생님을 아시나요? 우리나라의 조경문화는 1970년대부터 중요성이 인식되면서 성장하게 되었습니다. 정영선 선생님은 그 흐름을 이끌어 온 분이십니다. 그분은 ‘한국적’ 조경이 어떤 것인지를 몸소 보여주셨습니다. 모든 풍경의 중심인 우리의 땅과 자연이 얼마나 아름다운 지도요.
정영선 선생님의 삶과 조경 철학이 담긴 ‘땅에 쓰는 시’라는 다큐멘터리영화가 만들어졌습니다. 제가 머무는 지역에는 상영일정이 없어 아쉬웠는데, 선생님을 사랑하는 지역 정원사님들이 마음을 모아 상영관을 알아보고, 감독님과 대화 나눌 수 있는 기회까지 마련해 주셨습니다. 덕분에 정영선 선생님이 말씀하신 ‘자연과 대화하는 도구’로서의 조경이 무엇인지 내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었지요.
영화는 사계절의 변화 속에서 정영선 선생님의 삶을 잔잔히 따라갑니다. 그분의 걸음이 닿는 곳마다 풀과 꽃, 나무가 있습니다. 바람과 햇살이 있고, 사람과 삶이 있습니다. 그 걸음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과 삶에 대한 관계를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되새기게 되지요. 자연은 삶의 모든 순간에 우리 곁에 있고, 자연을 통해 얻은 위로와 지혜가 우리의 삶을 아름다운 정원으로 가꾸어 준다는 것을요.
그 정원의 바탕은, 본래 있는 것을 잘 보존하면서도 새것과 조화를 이루는 것. 그래서 정영선 선생님은 스스로를 ‘연결사’라고 합니다. 자신은 자연과 사람을 연결하는 연결사라고요. 저는 그 말이 참 좋았습니다. 고요의 마음공부는, 나와 마음과 삶을 잇는 여정이라고 말씀드리곤 하지요. 그런 의미에서 우리 모두는 연결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나와 마음과 삶을 조화롭게 연결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고, 앞으로의 여정이니까요.
“순리에 맞게 해라. 편안하게 해라.”
정영선 선생님의 말씀이 마음을 울립니다. 좋은 것을 오랫동안 누리기 위해서는 아무리 급하더라도 기본을 잘 다지는 게 중요하다. 사사로운 욕심이나 걱정 없이 자연의 흐름을 따라가는 게 기본이다. 담담하게 전하는 선생님의 말씀을 통해 기본이 무엇인지 되새겨 봅니다. 기본이란, 모든 것의 바탕을 이루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의 바탕이 생각을 만들고, 삶을 이루는 것이지요.
기본이 잘 다져진 삶은 그윽하고 윤기가 흐릅니다. 편안하면서도 매 순간 새로운 생명력으로 충만하지요. 우리의 바탕이 되는 마음의 정원을 고요히 거닐어 보세요. 나와 내 마음에 깊이 다가가 정원을 거닐듯 천천히 음미해 보세요. 그러면 나의 바탕을 이해하게 되고, 그 바탕이 삶을 어떻게 이루어 가는지 알 수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