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선생님들께
며칠 전 광주가톨릭대학교에 다녀왔습니다. 이곳은 가톨릭 사제 양성을 목적으로 설립된 학교입니다. 시골마을에 위치해 있고, 평소에는 외부인 출입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이날은, 봉사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주어져 방문할 수 있었지요. 국도를 타고 가며 여름의 전경을 살피다 보니, 어느덧 경건함과 경외심이 차오르는 교정에 다다랐습니다. 성기게 우거진 나무들이 녹음을 드리우고, 거룩한 기도로 반겨 주더군요.
저는 주어진 시간 동안 봉사자의 역할에 충실했습니다. 견학 온 아이들의 도시락을 식당으로 나르고, 식탁과 의자를 정갈히 닦았습니다. 후식으로 먹을 과일을 준비하고, 아이들과 맛있는 점심을 먹었지요. 식사 후에는 아이들 사진을 찍어주고, 더워하는 아이들의 땀을 닦아주었습니다. 시원한 음료를 원하는 아이들을 위해 아이스박스를 여러 번 오가기도 했지요. 요즘은 뒷산에 잠깐 오르는 것도 힘겨울 정도로 체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지만, 봉사하는 동안 힘들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그저 아이들이 행복한 시간을 보내기를 바라는 마음뿐이었지요.
일정이 마무리되어 갈 때쯤, 홀로 학교 주위를 산책했습니다. 보리수나무와 등나무가 시원하게 그늘을 만들어 주고, 나지막한 풀들이 걸음을 이끌어 주었습니다. 5분이 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찬찬히 걸으며 아이들의 행복과 사제들의 건강을 기원할 수 있었어요.
잠깐의 산책과 기도는 마음에 평화와 기쁨을 선물해 주었습니다.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온전히 나로 존재하는 시간은 누구에게나 필요합니다. 그 시간 동안 산책을 할 수도 있고, 기도를 할 수도 있고, 음악을 들을 수도 있고, 책을 읽을 수도 있겠지요. 무엇을 하든 온전히 나로 존재할 수 있다면 충분히 가치 있는 시간이 되어줄 겁니다.
온전히 나로 존재한다는 것은 내가 어떻게 살아있는지 아는 것입니다. 익숙한 일상에 파묻혀 살아가다 보면 삶의 소중함을 알아차리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일상에서 벗어나는 시간이 필요하지요. 익숙한 것들과 거리를 두고 바라보면, 그것들이 내 삶을 지탱해 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일상의 소중함에 감사하게 되지요.
매일을 열심히 살아내는 자신을 격려하며, 온전히 나로 존재할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해 보면 어떨까요?
평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