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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요 Jun 05. 2024

사랑 안에 두려움이 없고

사랑하는 선생님들께 


아침식사를 마치고, 산책을 나섰습니다. 녹음이 짙게 드리워진 숲은 끊임없이 바람에 출렁이면서도 평화로워 보였습니다. 이 풍경을 바라보며 요즘 만나는 이들을 떠올리니 문득 눈물이 났습니다. 작은 묵주알을 굴리며 그이들의 행복과 평안을 바라보았습니다. 오직 한 사람이라도 이 기도로 위로받을 수 있다면… 그러자 어느새 마음이 모래처럼 하얗고 부드러워졌습니다. 



어제, 로컬 공간 ‘봉봉한가’와 함께 진행된 [그대, 평안한가] 프로그램을 잘 마쳤습니다. 선생님들께서는 일상에서 스스로에게 평안한 지 물어본 적 있으신가요? 타인에게는 쉬운데 나에게는 한 번도 하지 못했던 질문. 그러나 늘 기다렸던 질문을 스스로에게 건넸습니다. 타인에게 맞춰졌던 관심을 되돌리고, 나의 마음을 마주하며 물었지요. “소중한 나여, 지금 평안한가요?”


‘평안’의 사전적 의미는, 걱정이나 탈이 없는 상태입니다. 우리는 평안하다고 말하면서도 머릿속으로는 여전히 해야 할 일, 걱정스러운 것들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그리고는 계속해서 마음을 재촉하지요. 그것들을 어서 해결하라고. 그때 내가 느끼는 평안은 일시적입니다. 세상은 계속 변하기 때문에, 특정한 조건이 갖추어져야 가능한 평안은 지속될 수 없지요. 


이번 프로그램을 함께 하신 분들은 모두 가톨릭 신자셨어요. 그래서 가톨릭 묵상수행 방법인 ‘렉시오디비나’로 진행하였지요. ‘렉시오디비나’는 성경구절을 천천히 기도하듯이 읽으며 내면의 중심에 초점을 맞추는 시간입니다. 명상, 글쓰기, 타로에 ‘렉시오디비나’가 연결된 시간. 우리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마주하며 주어진 성경구절을 눈으로 보고, 입으로 읽으며, 귀로 듣습니다. 그리고 고요히 지켜봅니다. 나의 마음과 그 너머에 존재하는 나의 중심을요.


나의 중심을 고요히 지켜보면, 그곳에는 언제나 사랑이 있음을 알게 됩니다. 늘 내 안에 있는 것, 나를 감싸주는 것, 나를 일으켜주는 것, 그것이 사랑이지요. 


사랑 안에는 두려움이 없습니다. 사랑하는 마음은 두려움도 감싸 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매 순간 인지하고 사는 것은 쉽지 않아요. 그래서 알아차림이 중요합니다. 내 마음이 어디에 닿아 있는지 알아차리고 되물을 수 있어야 하지요. “지금 나는 평안한가?”, “내 안에 사랑이 있는가?” 


엄마를 따라온 여덟 살 꼬마 손님 서연이의 말이 우리가 건넸던 모든 질문의 답이 되어 주었습니다. “지금 여기에 있어서 기뻐요.”


어떤 책에서는 렉시오디비나에 대해 ‘사람의 성품을 형성하고 삶을 빚어내는 읽기’라고 표현합니다. 일상에서 자주 마음을 내어 물어봐 주세요. “그대, 평안한가?” 이 질문을 할 때마다 우리는 자신의 마음을 확인하고, 사랑이라는 본래 성품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삶을 새롭게 빚어낼 수 있지요. 나의 본성, 충만한 사랑의 형태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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