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후 아이 친구 엄마에게 장문의 카톡이 왔다. 아이들끼리 놀이터에서 놀다가 집 근처 문구점에 갔다는 것이다. 아파트에서부터 문구점까지는 아이들 걸음으로 15분 정도이다. 큰길을 두 번이나 건너야 하고 차와 사람이 같이 다니는 도로도 지나야 한다. 이제 초등학교 1학년 여자아이 세 명이 겁도 없이 그 길을 간 것이다! 위험천만한 자동차가 떠오르자 머릿속이 하얘졌다.
아이 친구 엄마는 놀이터에 아이들이 없는 것을 발견하고는 근처 아이들에게 물었다고 했다. 아이들 입에서 문구점에 갔어요라는 소리를 듣는 순간 너무 놀라서 문구점까지 뛰어갔다고 했다. 해맑게 웃으며 문구점에서 나오는 아이들을 발견하고는 자기도 모르게 너무 무섭게 혼을 냈다고 했다.
퇴근 시간이 되자 다른 아이 엄마에게서 카톡이 왔다. '잠시 통화 가능하세요?' 하아... 무언가 불안함이 밀려온다. 재양이 친구에게 5천 원짜리 열쇠고리를 사줬다고 했다. 8살 아이가 사주기에 너무 비싼 거라 환불하러 갔더니 산 아이가 직접 와야 한대서 못했다고 했다. 게다가 아이가 친구에게 2백 원을 선물로 줬다고 했다. 결국 열쇠고리는 선물로 받기로 했고 현금은 아이가 직접 딸아이에게 돌려주기로 했다.
집에 오는 길 내내 아이에게 어떻게 얘기해야 할지가 고민됐다. 분명 내가 집에 올 때까지 엄청 졸아있을 터이니 단단히 설명해주기로 했다. 아니나 다를까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니 안절부절못해하는 아이 모습이 보인다. 아이와 마주 앉아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었다.
"재양아, 오늘 오후에 평소랑 다른 일이 있었어?"
"응.. 사실은 친구들이랑 **문구점에 다녀왔어."
"엄마가 놀이터에서만 놀고 다른 데 가지 말라고 당부했는데 왜 거기까지 가게 됐어?"
"놀이터에서 친구들이랑 놀다가 갑자기 구경을 가고 싶어 져서......" "가는 길은 무섭지 않았어?"
"차가 많아서 친구들이랑 손을 번쩍 들고 갔어!
그리고 친구 얼굴에 엄마아빠를 그리며 같이 간다 상상했어"
"가서 친구들과 구경만 했어?"
"용돈 가져가서 친구에게 예쁜 열쇠고리도 사줬어."
"친구에게 돈도 줬다는 데 그랬어?"
"응.... 친구가 너무 좋아서 200원을 줬어."
너무도 순수한 아이의 대답에 피식 웃음이 나고 말았다. 말 그대로 가고 싶었고, 용기 내서 갔다는 것이다. 아직 혼자 길 건너 멀리 가는 것은 위험하다고 설명을 하고 다시는 그러지 않기로 단단히 약속을 했다. 돈을 바르게 쓰는 법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자 유치원과는 다른 사회생활이 시작됐다. 스스로 하는 것이 많아지고 활동반경이 넓어진다. 실제로 놀이터에서 놀자고 아이 친구가 집으로 찾아오는 일이 잦아졌다. 자기네들끼리 약속을 하고 보호자 없이 노는 경우도 점점 많아진다.
이 시기에는 보호자의 역할도 달라져야 한다. 아이와 하루 종일 붙어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보호자 없이도 아이 스스로 안전하고 바르게 지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이와 노는 범위, 시간,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약속을 정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오늘 하루 어떻게 지냈는지 매일 아이와 대화를 하면서 잘 지켜지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오늘 같은 해프닝은 나쁜 것만은 아니다. 이럴 때 혼내기보다는 충격요법(?)으로 단단히 일러놓을 수 있다.
잠깐의 해프닝으로 잠시 잊고 있던 사실이 떠올랐다. 매일 같은 하루 같지만 아이들은 매일 달라지고 또 자란다는 것. 부모도 아이와 발맞춰 함께 자라야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