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 24일
재운다.
운다.
대체 아이는 왜 (거의) 항상 잠투정을 하는 것일까? 기억은 나지 않지만, 나 역시 아기 시절에는 울면서 낮잠에 들곤 했을 것이다. 아니, 무슨 전생에 못다 한 일이라도 있었거나 아니면 요즘 너무 자서 후회스러운 사람처럼, 피곤해서 낮잠을 잘 수밖에 없는 이 상황을 통탄하듯 울고 또 운다니.
하지만 역시 이 아기도 나중에 자기가 낮잠 자기 전에 울었다는 사실을 기억조차 못 하겠지. 그런 생각이 문득 머릿속에 스쳐갔다. 그러자 아기가 아무리 좀 심하게 울어도 살짝 무미건조하게 느껴졌다. 너 어차피 이거 기억도 못 할 거잖아. 그런데 이렇게 서럽게 운다고? 그래, 울어라 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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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우다가 울었다.
아이가 너무 오래 깨어있었다. 내가 추측한 원인은 그것이었다. 하지만 그걸 고려하더라도 엄청난 강성울음이었다. 보통은 ‘눕히기 - 세워서 토닥 - 눕히기 - 세워서 토닥 - 눕히기’를 시도하면 어느 정도 스스로 잠을 청하곤 하는 아이였다. 글쎄, 지금 와서 돌이켜보자면 ‘보통은’이라고 해도 요 근래 2~3일 정도에 해당하려나?
아무튼 나는 이번에도 20분 정도는 재우려고 노력하려 했다. 범퍼 침대로 데려오기 전에, 아이가 확실히 졸린 표시를 했기 때문이었다. 하품도 쩍쩍 하고, 조금만 놀다가도 금방 짜증내고, 깨어있던 시간도 1시간 반을 넘었고.
그런데 아무래도 아이가 10분 넘게 울어제끼고 있어서 걱정이 되었는지, 남편이 안방에 들어왔다. 남편은 불안한 눈빛을 보내며 어른 침대에 걸터앉아 이 쪽을 바라봤다. 아마도 흡사 무당굿이라도 보는 기분이었으리라. 끊임없는 울부짖음 가운데 두 사람이 얼싸안고 춤을 추는 듯한 괴상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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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내게, 본인이 아이를 재우겠다고도 하고, 아이를 안 재우면 안 되냐고도 이야기했다. 나는 안 된다고 했다. 평소 같았으면 “땡큐!”하고 아이를 건네주었겠지만, 지금만큼은 아이가 너무 깨어있었기에 정말 좀 재워야 하는 시점이었다. 게다가 이렇게 울다가도 보통 20분 안에는 잠들었으니 이제 15분 정도 씨름한 끝에 드디어 잠들 타이밍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이가 나에게 안긴 채로 울다가 응가를 했고, 더 이상 재울 수가 없었다. 남편에게 응가를 씻어달라며 아이를 맡겼다. 그러고 나서 남편이 조금 재워보려고 했다가, 내가 바톤을 빼앗았다가, 결국 셋 다 지쳐버렸다. 나는 아이를 거실로 데리고 나와서 아기체육관에 눕혔다. 아이는 히끅거리면서 아기체육관에 달린 장난감들을 만지작거렸다.
나는 남편에게 내가 왜 아이를 재우려고 했는지 이야기했다. 분명히 이러저러하게 졸린 신호를 보냈고, 바로 잠드는 게 아니니까 평소에도 20분 정도는 마음 먹고 재워보려고 한다. 게다가 아기는 잠들기 전에 늘 잠투정을 한다, 울지 않고 어른처럼 ‘자야지.’하고 스르륵 자는 아기가 어딨느냐…….
마음속에 있던 말들이 봇물 터지듯 흘러나왔고, 울먹이며 말을 이었다.
“나도 루나가 울면 마음 아파. 그런데도 재워야 하니까 재우는 거야. 한 3분 해보다가 ‘어 바로 안 자네’ 하고 자꾸 안 재우면 얘는 점점 더 괴로워하는데, 그럼 어떡해. 2시간, 3시간씩 깨어있다가, 한참 울다 잠들어서 또 금방 깨고, 그렇게 깨고 나서 10분도 안 돼서 또 피곤해져서 울고, 그런 식으로 반복되는 게 애를 건강하게 키우는 거야?”
그러자 남편이 내 어깨를 감싸며 미안하다고 얘기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나는 말을 멈출 수가 없었다.
“남편은 일주일에 주말 이틀 하는 거잖아? 난 일주일 내내, 월화수목금 맨날 이걸 해. 그런데 어떻게 안 울리고 애를 키우고, 안 울리고 재워? 루나가 울면 나도 마음 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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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아이는 이래저래 매트에서 치발기도 빨고 하다가 남편이 재워서 결국 잠들었다.
아무리 ‘과피로’라느니, ‘과각성’이라느니 해도, 피곤한 녀석은 수면 엔딩을 벗어날 수 없었다. 아이를 재울 때 이따금 아기가 너무 울면, ‘과각성에 접어들었나……’ 하고 난감해질 때가 있곤 했다. 아이가 졸려하는 신호를 놓쳐서 깨어있는 시간이 너무 길어지면 오히려 더 난동을 피우는(?) 과각성 상태에 접어들고, 그로 인해 잠투정이 훨씬 심해진다고들 이야기했다.
피곤해질수록 잠들기가 더 어려워진다니, 이건 무슨 과피로의 저주도 아니고. 그러나 오늘 깨달은 바로는, 피로가 쌓이면 5분 대신 1시간을 잠투정으로 울 수는 있지만 어쨌든 아이는 잠에 들었다. 이로써 의문이 하나 해소되기는 했다.
물론 아직 궁금한 게 하나 남아있기는 하다. 하루종일 아이를, 밥 먹이고 기저귀 갈 때 빼고 내버려둔다면, 알아서 잠들고 깨고 할까? 누가 안 재워주더라도 본인이 엄청 피곤할 텐데, 아무렴 안 자고 어떻게 배기려고. 하지만 아마도 예상하기로는, 1시간 울다가 10분 기절하기를 반복하지 않을까 싶다. 현실은 이상과 다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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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울고 난리를 치다가 잠들었는데도, 아이는 기가 막히게 평소처럼 딱 40분 자고 일어났다.
마침 오후 3시가 되었기에 밥을 먹여주었다. 그런데 수유를 하다가 아이는 또 응가를 했다. 혹시 속이 찜찜해서 잠이 잘 안 왔니?
밥을 다 먹은 아이와 놀아주다가, 남편이 브라보콘을 먹고 싶다며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마트를 갔다. 나는 집에 남아서 <츠바키 문구점>이라는 소설책을 마저 다 읽었다. 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한 책이었는데, 제목도 표지도 마음에 들어서 바로 집어왔다. 잡화점, 백화점, 편의점에 이어서, 이번에는 문구점인가? 아니, 어쩌면 특정 가게를 둘러싼 이야기는 인류 대대로 흥미를 불러 일으키는 스토리텔링인지도…….
아이도 남편도 없이, 집에 혼자 남아서 책을 읽고 있으니 생소하면서도 익숙한 기분이 들었다. 곁에는 아까 남편이 아이를 재워주고 있을 때 아이 울음소리를 들으며 무신경하게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주문한 밀크티와 치즈 케이크가 있었다. 평소에는 친정 어머니든 남편이든 아니면 예전이라면 산후도우미님께 아이를 맡기고 내가 외출을 다녀오곤 했는데, 오늘은 거꾸로 내가 집에 있고 아이가 바깥에 나가 있었다. 처음이었다.
집에서 아이스 밀크티를 마시면서 책장을 넘기고 있다니. 아주 오랜만에 느끼는 내 집에서의 여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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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이야기하지는 않았지만, 남편이 아이를 데리고 나간 이유는 아마도 나를 쉬게 하려고 그랬던 것이겠지…….
저녁에는 어제 깎다 말은 아이의 배냇머리를 마저 깎아주었다. 이번에는 아이가 낮잠을 자고 나서 거의 바로 머리를 깎아주었다. 어제는 평소 목욕하던 때에 맞춰서 그 직전에 하겠다고 나섰는데, 일이 다 끝나고 나서 생각해보니 애초에 목욕 시간이 막수 시간과 가까웠다는 점을 고려하지 못했다. 덕분에 아이는 평소에도 시달리던 늦저녁의 피로와 공복감은 물론이고, 목욕하는 줄 알고 좋아했는데 웬 이상한 기계(=바리깡)를 들이미는 부모와의 씨름도 견뎌내야 했다.
다행히 오늘의 전략은 잘 들어맞았다. 아이는 낮잠 자고 일어나서 컨디션이 거의 최고였을 때 범보의자에 앉혀졌고, 미리 세팅된 이발 도구들과 목욕물까지 완벽했다. 여기에 쪽쪽이를 물리고, 피젯 스피너와 튤립 사운드북을 보여주면서 주의를 끌었더니 정말 어제에 비하면 강 같은 평화 속에서 배냇머리를 마저 밀어줄 수 있었다.
이발을 끝내고 나서 남편은 아이를 바로 욕실로 데려가서 조금 이른 목욕을 시켜주었다. 예견했던대로 머리카락이 목욕물에 다 떨어졌기에 나는 남편이 다른 쪽 욕조로 아이를 옮겨서 씻겨주는 동안 반대편 욕조의 목욕물을 새로 받았다.
목욕을 마친 다음에 남편은 이번에도 본인이 아이를 유모차에 태워서 아파트 단지를 30분 좀 넘게 빙글빙글 돌고 오겠다고 얘기했다. 평소보다 일찍 목욕을 시켜줬기에 막수 때까지 버틸만한 컨텐츠가 없었던 차에, 목욕한지 10분도 안돼서 피곤하다고 짜증낼 게 분명한 아이를 달래기에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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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아이를 데리고 나간 사이, 나는 집에 남아서 뒷정리를 했다. 역시 사방팔방에 머리카락이 흩어져 있었다. 그나마 예전에 출산하고 병원에서 쓰다 만 깔개매트를 두 장 이어붙여서 범보의자 밑에 깔아두었기에 머리카락 대부분은 싹 모아서 버릴 수 있었다. 머리숱 부자 엄마아빠를 닮은 아이의 배냇머리는, 누가 보면 성인이 미용실에서 커트한 흔적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많았다.
목욕할 때 아이를 감쌌던 천기저귀에 콕콕 박혀있던 머리카락도 하나하나 빼내고, 미용 가운에 정전기처럼 붙어있던 머리카락도 돌돌이로 밀면서 떼내었다. 아이 얼굴에서 대강 머리카락을 털어줄 때 썼던 스펀지와 기저귀 갈아주면서 눕혔던 아기체육관에 떨어진 머리카락도 돌돌이로 천천히 밀었다. 욕실의 슈너글과 오케이베이비 욕조에 남은 머리카락은 샤워기로 헹궈냈다.
‘이걸 언제 다 정리하지?’ 싶었던 뒷정리를 차근차근 하다 보니, 거실도 욕실도 얼추 정리가 끝났다. 남편이 돌아오기 전까지 설거지를 해놓고 싶어서 주방으로 갔다. 쪽쪽이가 다섯 개나 쌓여 있었다. 나름 평화로웠지만 그래도 전쟁 같은 셀프 이발이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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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 밖 풍경을 내다보면서 천천히 쪽쪽이와 젖병을 닦았다. 하늘에는 뭉게구름이 느긋하게 떠있고, 땅에는 골목길들이 보였다. 저 골목들을 따라서 어린이대공원까지 갔었지. 그러고 보면 세상은 참 묘했다. 골목길에 쓰레기를 무단투기하는 사람들과, 잘 관리된 대규모 무료 개방 공원이 공존하는 세상이라니. 이렇게 얼렁뚱땅 굴러가는 것이야말로 이 세상의 진짜 모습인 걸까?
그러고 보면 아이를 낳아 기르겠다는 결정은 일생일대의 선택인데, 중요도에 비해서 재고 따지는 측면은 좀 미흡하지 않나 싶기도 했다. 하물며 어느 집으로 이사를 갈까 고민할 때도 수입과 지출은 물론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계산기를 엄청 두드려보고 결정하는 세상이다. 그런데 평생 책임져야 할 하나의 소중한 생명을 잉태하는 일에서는, 예컨대 사교육비부터 시작해서 나중에 학자금과 결혼 도와줄 때 들어갈 비용 대비 앞으로의 내 벌이가 충분할 지 같은 것을 계산해보고 결정하지 않는다. (앗, 혹시 나만…… 안 그랬나?)
아무튼 아이는 혜성처럼 반짝이고 특별한 존재로서 우리 부부에게 찾아왔고, 우리 부부의 삶은 운석을 정통으로 맞은 지구처럼 거대한 변화를 맞이했다. 아이가 태어난다는 것은 단순히 부부 두 명의 인생에 가족 한 명이 추가되는 일이 아니었다. 나 혼자 먹고, 입고, 자던 생활에서, 신체부터 시작해서 모든 것이 미숙한 누군가를 먹여주고, 입혀주고, 재워주고, 또 그 밖의 모든 생활 환경을 제공해주는 삶으로 완전히 모드가 바뀌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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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정말로, 어리광 부릴 때는 지났구나. 하늘에 떠 가는 구름을 보며 생각했다.
아이를 낳아 키우기로 한 것은 나의 결정이었고, 한 아이의 엄마로서 살아가는 삶에는 유예도 일시정지도 있을 수 없었다. 회사에는 방학이 없다고 투덜대던 것도 굉장한 어리광이었다. 육아에는 휴가도 없었다. 물론 누군가에게 아이를 맡길 수는 있지만, 그것은 회사에서 휴가 받는 직장인과 월세 걱정하며 휴업 간판을 내거는 자영업자의 차이와도 같았다.
그런 가운데서도, 낮잠 자라고 하면 잠투정이든 어쨌든 울면서라도 잠들고, 배냇머리 오늘 덜 밀었으면 다음날 엄마아빠가 마저 밀어줄 때까지 절반쯤 덥수룩한 상태로 그냥 다니는, 그런 귀엽고 순진한 아기가 내게 있다. 게다가 본인도 평일에는 회사에서 일하고 아침저녁으로 육아 참여하느라 힘들었을 텐데 (심지어 밤에는 쪽쪽이 셔틀까지), 주말에는 아내 쉬게 하려고 수유와 유모차와 그 밖의 잡다한 일들을 도맡아 하는 남편도 있다. 이 정도 조건이라면, 나는 충분히 행복할 수 있는 편이 아닐까…….
어쩌면 나는, 엄마가 된 것 자체는 얼렁뚱땅 되었기에, 엄마가 ‘되어가는’ 것은 조금 느리고 더디게 되어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 표지사진 출처: Unsplash의 Peace Creat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