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가는 이야기

by 구의동 에밀리

안녕하세요. <이다지도 낯선 육아>의 구의동 에밀리입니다.


<이다지도 낯선 육아>는 제목 그대로, 저에게는 너무도 낯설었던 첫 육아의 경험을 그렸습니다. 임신과 출산도 쉽지 않은데, 육아는 완전히 또 신세계더군요. 완벽하게 약하고 쉼없이 꼬물대는 하나의 생명체가, 제게 모든 것을 기대어 살고 있다는 사실은 언제 떠올려도 새삼스럽게 느껴집니다. 심지어 작성 시점인 지금은 만7개월의 아이를 키우고 있는데도 말이지요.


<이다지도 낯선 육아>는 신생아부터 한 달씩 끊어서 브런치북으로 구성했습니다. 음, 정확히 말씀드리자면, 어떤 경우에는 두 달씩 묶기도 했지만요. 브런치북은 목차가 10개를 넘어가지 않으면 안된다고 제한이 걸려 있더군요. 한 권의 브런치북을 읽는 데에는 60분을 넘기지 않기를 권장하나, 목차는 무조건 10개 이상으로 할 것. 불행히도 제 글들은 편당 길이가 좀 길었기에, 어떤 경우에는 읽는 데에 소요되는 시간을 좀 희생(?)하고 두 달치 분량을 하나로 합하여 목차를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4개월은 편수가 좀 애매했습니다. 4개월 글들만 모으자니 아홉 개 뿐이고, 5개월과 묶어서 내기에는 거의 2시간 짜리 장편 에세이가 될 판이었죠. 겸사겸사 쉬어가는 이야기를 꾸렸습니다. 프롤로그가 중간에 껴들어간 브런치북이라니, 신선하지 않나요? 아니면 어쩔 수 없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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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육아를 하면서 정말 다양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대체 이 힘든 과정들을 다들 어떻게 겪어낸 것인지 의아할 정도였습니다. 이 세상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은 타인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아기 시절을 거쳐왔을 텐데, 정말 한 사람도 빠짐없이 그런 총체적인 보살핌을 받았다는 사실도 신기했고요.


한편으로는, 어째서 육아에는 매뉴얼 같은 게 없는지도 원망스러웠습니다. 다행히 요즘에는 인터넷에도 후기가 많고, 소아청소년과 의사 선생님들께서 지으신 책도 많이 나와 있어서 많이 도움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모든 것을 총망라하면서도 실제 사례들이 풍부하게 들어간 교과서같은 책은 없더군요. 여기서 조금, 저기서 조금, 이런 식으로 정보를 모아야 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힘든 육아 생활 중에 정보의 파편을 수집하는 일은 그 자체로 또 하나의 업무처럼 느껴졌고 말이지요.


하지만 육아에서 어떤 정답 같은 것을 제시하는 일은 애초에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6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아이를 키워보며 몸소 깨달아버려습니다. 괜히 다들 진리의 애바애라고 하는 게 아니더군요. 수면교육에서만 해도, 어떤 아이는 자장가를 불러주면 좋아하고, 또 어떤 아이는 그냥 백색소음을 틀어주면 더 잘 잡니다. 안아주면 잘 자는 아이도 있고, 엄마아빠가 안아주는 게 불편하다고 그냥 땅바닥에서 자기를 선호하는 친구들도 있고요.


심지어 저희 루나만 해도 그때그때 다른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신생아 때는 엄마아빠를 거의 인간 침대로 삼아서 잠들었는데, 이제는 그 때처럼 가로로 안겨있으면 오히려 더 버팅기고 악을 씁니다. 방금 전만 해도 슬링에 세로로 안겨서 잠들었고 말이지요. 그리고 예전에는 반드시 좁쌀이불로 덮어주거나 옆잠베개에 끼워줘야 비로소 침대에서 수면을 이어갔는데, 요즘에는 그렇게 하면 불편한지 오히려 종종 깰 때가 있습니다.


상황이 이럴진대, 어떻게 교과서적인 육아 매뉴얼 같은 게 존재할 수 있을까요? 백일까지만 해도, 국가에서 반년짜리 커리큘럼 하나 만들어다가 임신 기간에 부모들에게 들으라고 해주면 좋겠다 싶었더랬죠. 하지만 이제는 그런 제도가 없는 것이 조금 이해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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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아빠가 이렇듯 허우적대고 있는 동안에도, 아이는 무럭무럭 쑥쑥 성장했습니다. 본인 의지와는 상관없이 착실하게 월령별 발달단계를 따라서 몸과 마음이 성장하는 모습도 참 귀엽더라구요. 바닥에 누워서 팔다리 파닥거리는 게 전부였던 신생아 시절이 바로 얼마 전 일 같은데, 이제는 엎드려서 쉼없이 옹알거리며 알집매트를 쓸고 다닙니다.


그러나 이러한 폭풍성장 또한 어느 정도는 예견하고 있었습니다. 이웃집에서 돌 지난 아기를 키우고 계셨는데, 신생아가 태어난 저희 부부를 보고 말씀하셨거든요.


"그 시기는 정말 빨리 가요."


그런데 같은 내용의 이야기를 정말 많은 부모님들로부터 들었습니다. 눈 깜짝할 새에 지나간다, 찰나와 같다, 그러니까 사진을 많이 남겨라.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동일한 내용을 얘기하니, 이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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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은 아이 사진을 엄청 많이 찍었습니다. 아예 카페를 하나 개설해서, 양가 가족분들께 알림 설정 방법까지 알려드리고 매일같이 사진을 올렸습니다. 그랬더니 이제는 월령별로 들춰볼 수 있는 온라인 앨범이 만들어졌습니다. 일부러 시간을 내서 양가 부모님께 카톡으로 사진을 보내드릴 필요가 없어진 것도 물론이었고요.


하지만 사진만으로는 모든 이야기를 담아낼 수 없었습니다. 아이와 서로 눈을 바라보다가 동시에 미소를 지었던 일, 스와들업을 졸업시키려다가 된통 울음바다를 만든 일, 처음으로 이유식을 준비해주면서 알게 된 점, 이런 것들은 어떤 장면을 사진으로 찍어두는 일만으로는 간직할 수 없었습니다. 지나고 나면 눈 깜짝할 새처럼 느껴질 반짝이는 시간인데, 이대로 흘려보내기에도 아쉬웠고 말이지요.


그래서 육아 에세이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느꼈던 감정이나 시간이 흐르고 나서도 기억하고 싶은 일들을 블로그에 남기기로 했지요. 그런데 그렇게 시작한 육아 일기가 온라인상에 켜켜이 쌓이고 나니, 이제는 아이 키우는 다른 부모님들께서도 찾아 읽어주시는 에세이집처럼 되었습니다. 개인적인 일기처럼 시작한 글쓰기였는데, 많은 분들께서 찾아주시니 이보다 더 감사할 수가 없었습니다.


조용히 올라가는 공감 수라든지 간혹 가다 남겨주시는 따스한 댓글들을 보면서 무척 기쁜 마음이 들었습니다. 비슷한 고민이나 문제로 심신이 지쳐있었는데, 이야기를 읽으면서 너무 똑같아서 웃기도 하고 위로도 받으셨다는 말씀들을 해주셨지요. 그런데 그 이야기를 듣는 저 역시도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어쩌면 저부터가 육아라는 생소한 세계에 똑 떨어져서는 외롭고 두려웠던 기억이 있어서 더욱 그러했지 않았나 싶습니다.


아무리 정답이 없다고는 해도, 적어도 앞서서 누군가가 비슷한 일을 해보고 경험담을 들려주면 조금은 위안도 되고 하는 것이 바로 사람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잘하면 그러한 경험담에서 어떤 해결책을 찾아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도 있고, 또 그렇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나만 이렇게 힘들게 느껴지는 것은 아니구나' 하고 심리적으로 부담을 덜 수가 있으니까요.


이제는 브런치북으로 담아내는 이 이야기가, 누군가에게는 육아에 지친 어느 날 위로와 공감이 되고, 또 누군가에게는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기와의 날들에 대한 궁금증을 다소나마 풀어드릴 수 있는 이야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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