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서 높은 직책의 분들은 아무래도 보수적이지 않을까? 상명하복, 위계질서, 절대복종! 그런 가치들을 내면화해야만 대기업의 피라미드 위로 올라갈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 보면 아닐 때가 많다. 하루는 한 임원분께서 나를 포함한 몇몇에게 점심을 사주시겠다고 하셔서 따라갔다.
어색한 분위기를 깨야 한다는 강박(?) 탓인지, 내 입에서 아무 말이나 튀어나왔다.
“오늘은 저희가 독려를 받는 날인가요, 아니면 혼나는 날인가요?”
“……그냥 밥 먹는 날이야.”
“아?”
“뭘 그렇게 의미 부여를 해~ 그냥 때 돼서 밥 먹는 거지.”
다행히 분위기가 풀어져서 다들 편안하게 대화를 이어갔다. 그러다 한 분이 ‘절박함이 없어서’ 라는 표현을 쓰셨는데, 그 말에는 또 이렇게 얘기하셨다.
“어우, 나는 ‘절박함’이라는 단어가 정말 싫어. 맨날 우리 윗분들도 ‘절박함이 없다’ 하신단 말이지.”
오……. 나의 윗분에게도 ‘윗분’이 있구나, 싶은 생각이 순간 들었다. 하긴, 당연한 이야기인데.
“자, 솔직히 봐봐. 누군가한테 ‘너는 절박함이 없다’라고 하면, 그 말을 들은 사람이 ‘앗! 절박해져야지!’ 하고 마음을 먹을까? 아니지, 그냥 기분만 상할 뿐이야. 그러니까 절박함을 논할 게 아니라, 예를 들면 무슨 일을 할 때, 그 일을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공감대를 만들고, 그 일이 잘 성사되었을 때 개인과 조직에 어떤 이익이 돌아오는지를 제대로 해 두는 게 맞지.”
때로는 너무 맞말을 들으면 대답할 말을 잃을 때가 있는데, 이 날이 그랬다.
오후가 되어, 메신저로 동료분께 에피소드를 전했더니 이런 답장이 왔다.“뭐? 아까 회의 때는 ‘다들 너무 착해. 간절하지가 않구나.’ 라고 하시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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