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남편과 로맨티스트

by 구의동 에밀리

결혼한 남직원 분들은 둘로 나뉜다.

한쪽은 아직도 로맨티스트다. 어떤 분은 주말 아침이면 꼭 스타벅스 커피를 테이크아웃해서 아내에게 모닝커피를 선물하신다고 한다. 심지어 다른 한 분한테서는 이런 에피소드도 들은 적이 있다.

“결혼기념일에 다들 뭐 해?”

“저희는 에그타르트랑 문어 라면을 먹어요. 프러포즈 받은 날에 마침 문어 라면을 끓여 먹었거든요.”

“독특하네.”

“혹시 결혼기념일 이벤트 같은 걸 하시나요?”

“예전에 했었지. 아파트 단지에 ‘OO씨 사랑해요!’ 하고 현수막 걸었거든.”

“와? 엄청 로맨티스트시네요!”

“그런데 아내가 보자마자 ‘저거 빨리 치워!’ 하고 혼냈어.”

반면에 다른 한쪽은 완전 반대다. 결혼을 하면 ‘남’에서 ‘남편’으로 거듭나는 셈인데, 도로 ‘남’으로 내려앉아 버린 모습이다. 애들이 있으니까 어쩔 수 없이 정과 의리로 같이 살아간다는 그런 뉘앙스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글쎄. 후자의 경우는 좀……. ‘부부란 이런 게 현실이고, 그것을 깨닫고 받아들일 때 비로소 어른이 되는 것이지’ 하고 쓸데없이 허세를 부리는 게 아닐까 싶은 의심이 든다. 그렇게 생각한다고 해서 더 행복해지는 것도 아닐 텐데.

게다가 멋있어 보이지도 않는다. 겉으로는 얘기를 안 하지만, 속으로는 ‘실패한 결혼생활을 이어나가고 계시구나’, ‘부인도 남편이 저렇게 떠벌리고 다닌다는 사실을 아실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른이라고 해서 귀엽고 사랑스럽게 살면 안 된다는 법이 있나?나는 노부부가 손잡고 나란히 걷는 뒷모습 짤이라든지, 어린아이처럼 놀이터에서 같이 빙글빙글 기구를 타는 짤을 보면 어쩐지 뭉클해진다. 아름다운 삶이란 그런 게 아닐까.



[ 신간안내 ]

수필집 『돌고 돌아 돈까스』로 출간되었습니다.

글의 여운을 책으로 이어보세요.

https://brunch.co.kr/@senses/345


월, 화, 수, 목, 금 연재
이전 06화립스틱을 사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