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으로 스트레스 아웃

by 구의동 에밀리

한때 <수박 게임> 붐이 일었다.

단순한 머지 형식의 게임이었다. 조작도 엄청 쉽다. 화면 위에서 과일들을 테트리스처럼 떨어뜨리기만 하면 된다. 체리 두 개를 나란히 맞추면 딸기가 되고, 딸기 두 개를 뭉치면 포도가, 포도를 합치면 귤이 되는 식이다.

최종 목표는 거대한 수박까지 만드는 것! 물론 고인물들은 수박+수박까지 시도하는데, 일반인은 수박 한 개 만들기도 쉽지 않다.

엄청 간단하지만 은근히 중독성이 있는 게임이라, 한참을 하다 보면 잠들기 전에 또 생각이 난다. ‘그때 이렇게 저렇게 했다면 귤이랑 귤을 합칠 수 있었는데’라면서 말이다. 그래서인지 게임 스트리머들 사이에서 <수박 게임>이 한창 인기였고, 나도 게임을 구매해서 닌텐도 스위치로 한동안 열심히 플레이했다.

그러던 중에 옆 부서에서 닌텐도 게임을 하는 분을 발견해서, 서로의 스위치를 가져와 점심시간에 각자 가지고 있는 게임을 시켜주기로 했다. 나는 <수박 게임>을, 동료분은 <모여봐요 동물의 숲>을 가져오기로 했다.

“프로님!”

“넵! 오늘 맞죠?”

“네, 그런데 이사했더니 닌텐도 본체가 어디 갔는지 모르겠어요……. 모동숲 시켜드려야 하는데!”

“괜찮슴다~ <수박 게임>만 해도 1시간 후딱 가요!”

회의실에 모여 피자를 시켜 먹고 <수박 게임>을 시작했다. 그런데 정말 시간이 훅 갔다.

“오, 그렇죠, 그런 식으로 체리랑 체리를 합치면!”

“아? 다른 것들도 합쳐지면서 복숭아가 만들어졌어요!”

“의도하신 건가요?”

“아니요!”

그렇게 왁자지껄 플레이하고 있다 보니, 지나가던 분들이 하나둘 구경하러 다른 분들이 회의실로 들어오셨다.

“무슨 게임이야?”

“<수박 게임> 아시나요?”

“그런 게임이 있었어?”

“어! 이거 <수박 게임>이잖아?”

“프로님은 아시는군요!”

“우리 딸이 며칠 전에 사달라고 했거든.”

“한국에서도 2~3천 원이면, VPN 잡아서 일본에서 사면 더 싸겠는걸?”

“VPN? 그거 어떻게 잡는 건데?”

그렇게 회의실에 있던 다 큰 어른들은 너도나도 <수박 게임>을 깔았다. 다들 이런 단순한 힐링 게임에 목말라 있었구나. 얼마나 현생에 치여서 살았으면. 그나저나, 이 정도면 판매 수당이라도 받아야 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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