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북캉스를

by 구의동 에밀리

기회가 생긴 김에 <월든> 완독에 재도전했다.

회사에서 또 ‘힐링 북스테이’를 모집했다. 힐링캠프가 되는 북스테이의 개념이었다. 신청하는 사람들은 주말에 1박 2일간 연수원에서 밥도 주고 숙소도 주고, 2만 원 이하의 신청 도서 한 권도 연수원에 대령해 준다.

강제되는 프로그램은 하나도 없고, 숙소도 1인 1실이라 눈치 볼 일도 없다. 껄렁껄렁하게 연수원에 와서 책 받아다가 무위도식하며 아무 데서나 독서를 하면 그만이었다. 몇 달 전에도 한 번 남편이랑 참여했는데 만족도가 최상이어서 이번에도 또 신청했다.

가기 전에, 남편은 내게 무슨 책을 신청했는지 물어봤다.

“<월든>. 9,000원짜린데, 그냥 신청했어요.”

“2만 원까지 신청할 수 있는데?”

“어차피 사려고 벼르고 있던 참이었거든.”

동네 주민센터에 딸린 도서관에서 처음 빌리고, 반납 기한 안에 도저히 못 읽어서 연체 상태로 반납해 버린 책이었다. 그 후에는 예스24에서 무료로 구독 서비스를 1~2개월 주길래 전자책을 빌려서 읽었는데, 또 무료 기한이 끝나기 전에 완독에 실패했다.

느낌이 왔다. 이 책은 종이책으로 구입해서 눈앞에 가져다 놓아야만 읽어내겠구나. 그렇다면 표지도 예쁘고 재생지 감촉도 부드러운 펭귄 클래식으로 주문해야겠다. 회삿돈 2만 원을 싹싹 긁어서 써먹지 못하는 게 한스럽지만, 그래도 계획에도 없던 책을 신청하면서 <월든>은 내 돈을 따로 태워서 사는 것보다야 낫지 않을까?

비장한 마음가짐으로 연수원에 도착해 텐동을 먹었다. 구내식당 점심으로 텐동이라니, 멋져! 이틀 내내 책만 읽고 살아도 된다니, 그것도 멋져! 임신으로 인한 면역력 저하 탓인지 콧물이 나오는 것만 빼면 모든 게 멋져……!

그리고 결국 일요일 오후에 <월든>을 클리어했다!

부모님 아니면 후견인 집에 얹혀 살던 반백수였을지언정 깡다구만큼은 굉장했던 소로 씨. 그 시절에 혼자서 ‘나는 자연인이다’를 찍고, ‘나는 정부에 실망했다’라며 세금 안 내다가 감옥에도 다녀온 사람. 어떻게 보면 참 인간적이면서도 (생전에 베스트셀러 작가로 이름을 떨치지 못한 것마저 인간적이었다), 자기 소신 뚜렷하게 살았던 모습이 참 대단한 사람이었다. 어떤 분은 힐링 북스테이를 ‘회캉스 (회사+바캉스)’라고도 하시던데. 잘 먹고 잘 읽고 잘 쉬다가 왔다. 얏호!



[ 신간안내 ]

수필집 『돌고 돌아 돈까스』로 출간되었습니다.

글의 여운을 책으로 이어보세요.

https://brunch.co.kr/@senses/345


keyword
월, 화, 수, 목, 금 연재
이전 16화이 구역의 무라카미 하루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