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여관이라고 해서 방심했는데, 이름이랑은 다르게 여관이 아니라 아예 리조트 수준이다. 그것도 온천과 호텔을 합쳐놓은 듯한 퀄리티로.
이름만 여관인 숙소에서, 상단주 덕분에 소소하게 호화로운(?) 아침식사까지 먹었고. 여관에 왔을 때처럼 떠날 때도 상단주 멜리사의 마차를 타고 간다. 이번에는 별다른 이벤트 없이 그저 마차를 타고 창 밖을 구경할 뿐이다. 요즘 게임들은 워프하고 끝인데, 이동하느라 플레이어를 느긋하게 기다리게 하다니 몹시 낭만적이다.
그러다 황성 근처에 도착했는지, 마차가 멈춰선다. 높다랗게 이어진 성벽 가운데에 자리한 거대한 문이 나타난다. 루시가 마차에서 훌쩍 내려 문지기와 대화한다. 이런저런 절차를 밟는 모양이다. 오래지 않아 다시 마차로 돌아오고, 마차가 황성으로 진입한다. 루시라는 비서는 아무래도 이런 일에는 이미 익숙한 모양이다.
~ 델피온 황성 ~
[루시]
수속은 문제없이 끝났습니다, 멜리사님.
[멜리사]
으응, 으응. 수고했어 루시.
[도로시]
와아……. 여기가 황성?!
[멜리사]
황성은 처음 와 보는 거야, 꼬마 마녀님?
[도로시]
네에! 가이드북에서 보긴 했는데, 직접 보니까 훨씬 더 북적거리고 모든 게 다 큰 것 같아요.
[엘레나]
정말 그러네. 내가 살던 동네랑은 거리 분위기부터 다른 것 같아.
[제이크]
휘우~ 여기가 인간족의 황성이구나?
[도로시]
제이크! ‘인간족’이라느니 하는 표현은 조심하라구 했잖아.
[제이크]
아직은 우리끼린데, 뭐.
아무튼 그럼 저 멀리 있는 게 황궁이겠네.
[도로시]
어디? 어디?
……우와! 진짜 크다아!!!
[제이크]
뭐든 커다랗게 지어놓은 건 내가 살던 데랑 마찬가지인데, 온통 하얀 것이 영 딴판이네.
저기서 살면 옷도 다 하얘질 것 같지 않아?
[엘레나]
대체 이 드래곤은 어디서 살았길래, 황궁이랑 비교가 되는 걸까…….
[도로시]
제이크, 하얀 게 어때서? 웅장하고 멋지기만 한걸!
[멜리사]
푸하핫, 옷도 다 하얘진다니! 속 시원한 표현이네.
황궁도 그렇고 황성도 그렇고, 도저히 정이 안 가는 곳이란 말이지. 쓸데없이 으리으리하게 커가지고 말이야.
이런 걸 보면 확실히 드래곤은 통찰력이 있어?
[도로시]
으으, 제이크한테 통찰력이라니…….
[제이크]
후후, 천만의 말씀.
[루시]
멜리사 님. 길드 분들은 여행관광국 앞에 먼저 내려 드릴까요?
[멜리사]
어어, 그게 좋겠네.
다들 괜찮지? 어차피 여행자 패스를 받으러 가야 하니까 말이야.
[엘레나]
그래주시면 감사하죠. 상단주님은 상단 본부로 가시는 건가요?
[멜리사]
응, 여정 때문에 일이 좀 밀렸으니까. 아아, 일을 빨리 끝내야 루시한테 허락받고 놀러갈 수 있을 텐데.
[루시]
음, 딱히 제 눈치를 보시진 않는 편…… 아니시던가요?
[멜리사]
농담, 농담.
아니 잠깐, 그러고 보니 오늘이 결승전이던가?!
[루시]
맞습니다. 예정보다 도착이 앞당겨져서 마침 맞아떨어졌네요.
[멜리사]
아아, 어쩐지 평소보다 북적거린다고 했어!
그럼 어쩔 수 없이 이따 참관을 하러 가야겠네. 모름지기 후원자가 직접 응원하러 가면 큰 힘이 되잖아?
[엘레나]
결승전이라는 게 무슨 뜻인가요? 오늘 운동경기라도 있나요?
[멜리사]
힐러님은 체스에 관심이 별로 없구나?
오늘은 체스 챔피언십이 있는 날이거든. 그것도 결승전 당일이란 말이지!
[제이크]
오오, 상단주님은 체스를 무척 좋아하시나 봐?
[멜리사]
그럼 그럼! 왜, 안 그래 보여?
[제이크]
뭐랄까, 체스보다는 좀 더 활동적인 게 더 어울려 보인달까? 마상 활쏘기라거나.
[멜리사]
엥, 내 이미지가 그랬나? 지적이고 도도한 상단주, 아니었어?
[도로시]
제이크한테 통찰력이…… 없진 않구나아…….
[멜리사]
그래도 이번 체스 결승전은 좀 잊고 지냈는데, 마침 잘 도착했어. 원래 일정상으로는 오늘까지 도저히 황성에 닿을 수 없었거든.
이것도 힐러님 덕분인데, 관심 있으면 구경하러 와. 이따 저녁에 오페라 극장에서 시합이 열리거든? 그런데 이번에 우리 루비 상단에서 후원하는 선수가 사파이어 상단 쪽 선수랑 맞붙는다, 이 말이지! 내 전용석이 사파이어 상단 맞은편인데, 이번에는 그 녀석 코를 아주 납작하게 만들어 줄……
[루시]
멜리사님, 밀린 일은 마치고 가시는 거죠?
[멜리사]
아아, 오늘이 결승전인데, 지금 일이 중요……
[루시]
……멜리사 님?
[멜리사]
중요……하지! 그럼 그럼, 물론이고 말고.
[제이크]
천사님, 방금 그 표정 봤어?
[엘레나]
으응. 무섭네…….
[도로시]
상단주님, 아무래도 루시 님 눈치 꽤나 보고 사시는 것 같은데……?
[루시]
아, 도착했네요. 델피온 황성 여행관광국입니다.
[엘레나]
감사합니다, 루시님, 상단주님.
[멜리사]
에이, 감사는 무슨. 힐러님이 고생해 준 덕분이지!
그럼 이따가 힐러님도 오페라 극장 앞에서 보는 걸로 알고 있을게? 무슨 일 있으면 통신구로 연락하고.
엘레나와 도로시, 제이크가 마차에서 내리자, 루시가 미소 지으며 깍듯하게 배웅하고 다시 마차에 탄다. 해맑게 웃으며 창 밖으로 손을 흔드는 상단주 멜리사의 모습이 멀어져 간다. 그래도 잡혀 살 수 있을 정도로 유능한 비서가 있다는 사실은 행운 아닐까? 나도 그런 비서 한 명 있으면 좋겠구만.
[엘레나]
아무래도, 가야겠지……?
[제이크]
응, 난 아무래도 좋아. 어차피 할 일도 없고.
[도로시]
와아, 황궁 바로 앞 광장에 내린 거구나…….
엘레나, 저기 좀 봐. 황궁이라 그런지, 정말 크지 않아?
[엘레나]
정말 크긴 크다.
[제이크]
크긴 한데, 역시 가까이서 봐도 너무 허여멀건한 것 같아. 표백제라도 담근 것 같단 말이지.
[도로시]
네에 네에, 심미안이 뛰어나시군요, 통찰력 있는 드래곤님.
[제이크]
오, 꼬마 마녀님이 웬일로 맞는 말씀을?
[엘레나]
둘이 또 싸우지 말고, 여행자 패스나 신청하러 들어가자.
[제이크]
나도 가도 돼?
[도로시]
넌 왜? 신청 대상도 아니잖아. 델피온 제국민만 할 수 있다고 이미 얘기했는데.
[제이크]
그래도 구경쯤은 할 수 있잖아.
[엘레나]
……둘 다 같이 가.
대화가 종료되고, 퀘스트 발생을 알리는 창이 뜬다.
~ 정식 여행자의 길 (0%) ~
새로운 퀘스트 발생!
여행자 패스를 신청하자.
Tip. 퀘스트가 어려울 때는 주위에 도움을 요청하면 좋다.
[ > 확인 ]
일단은 아까 상단주가 얘기했던 것처럼, 여행관광국으로 들어가는 게 우선이겠지.
~ 여행관광국 ~
여행관광국에 들어서자, 마차와 행인으로 북적거리던 광장의 소음이 사라진다.
대신에 종이가 팔랑거리는 소리와 사람들의 구두 또각거리는 소리, 간간이 무언가 상자를 여닫거나 작은 벨이 울리는 소리만이 공간을 채우고 있다. 음향 효과가 절묘해서, 마치 정말로 어떤 오래된 건물, 그렇지만 활발하게 쓰임을 다하고 있는 건물에 들어온 듯한 착각이 든다. 유럽의 도서관이나 우체국을 떠올리는 분위기다.
복층식 구조라 2층에는 길다란 회랑 난간이 보이고, 1층과 2층의 채광 좋은 창문으로 햇살이 비추어 들어온다. 덕분에 천장에서 내려온 단조로운 모양의 둥근 조명들이 굳이 없더라도 충분히 내부가 밝은 편이다.
중앙에는 서서 사용할 수 있는 탁자들이 여기저기 놓여 있다. 나무로 만들었지만 큼지막하고 단단한 모습이다. 홀의 안쪽에는 U자형으로 창구들이 보이고, 그 뒤편으로 직원들이 왔다갔다 하는 모습도 보인다.
내부를 이리저리 둘러보다, 문 쪽에 서 있는 직원에 화살표가 반짝이고 있는 게 눈에 띈다. 다가가보니 직원의 이름은 ‘애덤’이다.
> 애덤
말을 걸었더니 대화가 시작된다.
[엘레나]
저기, 안녕하세요.
[애덤]
안녕하세요. 무슨 일로 오셨나요?
[엘레나]
여행자 패스를 신청하고 싶은데요.
[애덤]
아, 여행자 패스 말씀이시군요? 여기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시면 저기 오른쪽 창구에서 차례대로 호출해 드릴 거예요.
기다리시는 동안 서류 먼저 작성하시면 좀 더 빠르게 접수 가능하실 텐데, 양식은 세 장 드리면 될까요?
[엘레나]
아, 두 장만 주세요.
[애덤]
네, 여기 서류랑 펜 쓰시면 되고요. 펜은 가져가셔도 되세요.
~ 여행관광국 펜 ~
여행관광국 로고가 박힌 펜.
투박해 보이지만 꽤 쓸 만하다.
[ > 확인 ]
[엘레나]
감사합니다.
[도로시]
직원 분 되게 친절하시다……. 그치, 엘레나?
[엘레나]
으응, 그렇네.
어디 보자. 여기에 이름을 적으면 되고. 나머지도 특별할 건 없네.
일단 번호표부터 뽑아야겠다.
~ 어느 길드원에게 임무를 배정하겠습니까? ~
> 도로시
제이크
[ > 확인 ]
이런 간단한 일은 아무한테나 시켜도 될 것 같지만, 어쩐지 제이크를 선택했다가는 골치 아프고 번거로운 일이 생길 것 같다. 별 소득 없어 보이는 선택지에서 쓸데없이 정신력을 낭비할 필요는 없겠지.
[엘레나]
도로시, 번호표 좀 뽑아다 줄래?
[도로시]
응!
그런데 엘레나, 내 서류도 같이 써 줄 수 있어? 나는 아무래도 키가 작아서, 저 탁자가 좀 높을 것 같아…….
[엘레나]
응, 써 줄게.
[도로시]
고마워!
도로시가 번호표를 뽑으러 총총 걸음으로 달려간다. 그런데 돌아오는 손에 뭔가 하나가 더 들려 있다.
[도로시]
자, 여기 번호표!
그리고 지도도 하나 가져왔어. 아무나 가져가도 된대.
~ 지도 기능이 활성화됩니다 ~
~ 미니맵이 활성화됩니다 ~
~ 델피온 제국 지도 ~
델피온 제국의 모습을 나타낸 지도.
여행자를 위해 만들어진 만큼, 꽤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 > 확인 ]
뭐야, 지도랑 미니맵이 있는 게임이었어? 아직까지 언락이 안 되었을 뿐이구나.
안내창이 사라지면서, 지도가 화면에 펼쳐진다. 그리고는 어두컴컴한 지도의 한가운데가 환해지면서, ‘델피온 제국’이라는 이름이 붙는다. 이건 완전히 <젤다의 전설>을 따라한 것 같은데? 아니, 어쩌면 젤다마저도 스타크래프트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걸까? 미지의 영역이 밝게 켜지면서 지도가 환해지는 원리는 똑같으니까.
그래도 일일이 지도에 불을 켜고 다녀야 하는 방식이 아니라서 더 마음에 든다. 꽤 넓은 지역이 한꺼번에 환하게 밝혀져서 속이 시원하다. 그래, 현실에서도 지도를 얻으면 그냥 전체가 다 그려져 있지, 발품 팔아가면서 미답지를 개척해야 하는 것은 아니니까.
[제이크]
지도? 나도 볼래.
오, 나름 상세하게 나와 있잖아? 지금 델피온 황성이 여기니까, 동쪽에 우리가 지나온 고양이 여관이랑 나리엔 마을도 있고.
[엘레나]
응, 남쪽에 비트레이야 섬까지 있네.
[제이크]
미셸이 얘기했던 그 섬? 그렇네, 등고선까지 잘 그려졌어.
[도로시]
으응, 가이드북보다 상세하게 나와 있길래 하나 가져왔어. 그런데 델피온 제국이 아닌 다른 나라는 대충 윤곽선이랑 나라 이름 정도만 그려놓은 모양이야.
[제이크]
이거 나라별로 돌아다니면서 지도만 모아도 재밌겠는데? 이래서 사람들이 여행을 하는구나.
[도로시]
그런데 봄의 마녀령은 없어서, 내가 따로 구석에 메모해 뒀어.
분명 갔었는데, 지도가 부정확한 걸까……?
[엘레나]
어쩌면 지도에 표시되지 않은 곳도 많을 지 몰라.
[도로시]
우와! 그럼 우리가 직접 지도를 만들 수도 있는 거네?
[엘레나]
푸흡, 먼저 마녀령을 적어준 건 도로시였는걸? 앞으로 여기저기 열심히 다녀보자.
[도로시]
응!
그 때, 직원이 일러주었던 쪽의 창구에서 작은 종소리가 울린다.
[도로시]
아, 벌써 우리 차례네? 엘레나, 신청서 다 적었어?
[엘레나]
응, 제출하러 가자.
이번에는 창구 직원의 머리 위에 반짝이는 화살표가 동동 떠 있다. 다가가니 이 직원의 이름은 ‘앨리슨’. 말을 걸어본다.
> 앨리슨
[앨리슨]
안녕하세요! 어떤 일로 오셨나요?
> 여행자 패스를 신청하고 싶어요.
여행관광국에 대해서……
[ 확인 ]
[앨리슨]
서류는 작성하셨나요?
[엘레나]
여기요.
[앨리슨]
네.
~ 정식 여행자의 길 (50%) ~
여행자 패스를 신청하자.
[ 확인 ]
엥? 여행자 패스를 신청했는데, 왜 퀘스트 진척도가 50%밖에 안 올라갔지?
어쨌거나 대화가 이어진다.
[앨리슨]
엘레나님과 도로시님이군요. 빠짐없이 잘 작성해 주셨습니다.
곧 여행자 패스를 발급해 드릴 텐데, 카드에 정보를 새겨야 해서 30분 정도 걸리실 거예요.
[도로시]
엘레나, 우리 그럼 이 근처나 구경하고 올까?
[엘레나]
그래, 그러지 뭐.
저희 잠깐 나갔다 와도 되죠?
[앨리슨]
물론이죠.
그러고는 대화가 종료되고, 여행관광국 출입문 쪽에 반짝이는 화살표가 하나 생긴다.
잠깐 황성을 둘러보고 오라는 뜻이구나. 나갔다 들어오면 바로 퀘스트가 완료될까? 아무튼 문을 나서본다.
~ 델피온 황성 ~
[제이크]
하아~ 나는 여행자 패스 신청도 안 하는데. 덩달아서 30분이나 기다려야 한다니, 지루한걸?
엥? 바로 퀘스트 끝내려고 문만 나갔다가 들어오려고 했는데. 의외로 대화가 시작된다.
[엘레나]
으음, 그럼 이 참에 제이크 것도 챙겨볼까?
[제이크]
내 꺼?
[엘레나]
제이크는 장학증서를 받았잖아? 증서를 가지고 루비 상단 지부를 찾아가면 돈을 받을 수 있다고 했으니까, 한 번 찾아가 보자.
[제이크]
아아, 그랬지 참.
[엘레나]
어때, 도로시?
[도로시]
좋아!
~ 루비 상단 지부(?)를 찾아서 (0%) ~
새로운 퀘스트 발생!
델피온 황성의 루비 상단 지부를 찾아가자.
Tip. 활성화된 퀘스트는 의뢰자나 목표 장소의 위치가 지도에 표시된다.
[ > 확인 ]
오호, 이런 식으로 퀘스트를 또 준단 말이지? 그럼 황성도 둘러볼 겸, 루비 상단을 찾아가야겠다.
가만 있어 보자, 목표 장소의 위치가 지도에 표시된다니. 지도를 한 번 열어봐야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