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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12 돼지의 나라 (3)

by 구의동 에밀리

북쪽 석상으로 향하는 길에서도, 엘레나의 길드원들은 툭툭 뭔가 이야기를 던진다.


[도로시]

가이드북에 의하면, 황금들판 마을은 인구가 300명 뿐이라고 해.


[다니엘라]

작고 아름다운 마을의 미스테리한 석상이라니, 흥미진진한걸?


북쪽 석상까지의 거리 자체도 짧았지만, 길드원들이 제각기 혼잣말인 듯 아닌 듯 얘기하는 걸 듣다 보니 시간이 짧다.

북쪽 석상에 가까이 다가가니, 역시 아직 상호작용이 가능하다.


시구 읽기

> 제물 바치기


시구는 아까 읽었고, 제물은 없다.

그래도 일단은 ‘제물 바치기’를 시험 삼아서 눌러본다. 혹시라도 오는 길에 채집했던 아이템들 중에 들어맞는 게 있을지도 모르니까……?


[빨강 돼지의 석상]

…….


[도로시]

우웅, 마땅히 바칠 만한 제물이 없는 것 같네.


[제이크]

노인의 말처럼 제물을 구해야 하지 않을까?


[다니엘라]

제물은 마을 상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을 거라고 했으니까.

그렇다면 석상들을 둘러보면서, 필요한 물건이 무엇일지 알아보자.


[엘레나]

음, 좋은 생각인데?


[다니엘라]

북쪽 석상은 별명이 ‘연회의 주최자’라고 했지?

잔을 들고 있는 모습인데다 피를 언급하고 있으니까, 포도주 같은 걸 가져다 줘야 하지 않을까?


제물 바치기를 눌렀지만, 석상에는 아무 변화가 없고 길드원들이 힌트 같은 얘기를 건넨다.

다시 석상을 자세히 살펴보니, 역시 손…… 아닌가, 앞발인가? 하여간 손인지 발인지에 들려 있는 독특한 잔이 눈에 들어온다. 다니엘라의 말처럼 포도주를 마을 상점에서 구해와야 하는 모양이다. ‘제물 바치기’만 눌러봐도 힌트를 얻을 수 있으니까, 서쪽이랑 남쪽의 돼지들을 둘러보면서 일단 필요한 물건을 다 파악해봐야겠다.

마을 크기가 작기는 한데, 그래도 쭉쭉 뻗은 대로로 방위가 또렷하게 나누어지는 신생 도시와는 달라서 좀 구불구불 돌아다녀야 한다. 하지만 작고 아기자기한 마을이라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번에도 얼마 지나지 않아 서쪽 석상이 있는 곳에 도착한다.


[도로시]

우앗, 저게 서쪽 석상인가 봐!


[제이크]

‘권력자’라고 하더니, 정말 왕홀을 들고 있는 모습이잖아?


먼발치서 시야에 들어온 석상을 보며, 길드원들이 제각기 감상을 이야기한다.

가까이 다가가서 조사해본다.


> 시구 읽기

제물 바치기


~ 파랑 돼지의 석상 ~

“힘 가진 자라면

왕관이 마땅하나,

눈물로 지은 예복이야

아름다워 무엇하리

고독한 근엄 뒤로

마음은 눈물짓네“


[도로시]

알쏭달쏭한 시네…….


[다니엘라]

서쪽 석상의 별명은 ‘권력자’라고 했지?

왕홀을 들고 망토를 둘렀지만, 정작 시에 언급된 왕관이 없어. 모자 같은 걸 줘야 하지 않을까?


수수께끼를 좋아한다는 호언장담에 걸맞게, 다니엘라는 포도주며 모자 같은 답안을 척척 이야기한다. 덕분에 혼자 끙끙대며 헤매고 다닐 일이 줄어들었다. 이런 난이도의 퍼즐 게임이라면 스트레스 받을 일은 없겠는걸?

이번에도 혹시나 싶은 마음에 제물을 한 번 바쳐본다.


시구 읽기

> 제물 바치기


[도로시]

우웅, 마땅히 바칠 만한 제물이 없는 것 같네.


결과는 역시나 허탕. 성실하게 하나하나 둘러보는 것이 답인 모양이다.

세 개의 석상 중 북쪽과 서쪽 석상을 조사했으니, 다음은 마지막 석상인 남쪽 석상이다. 다니엘라의 덕분에 수수께끼에 대한 막막함은 사라져서, 느긋하게 마을 주민들에게도 말을 걸어보며 남쪽을 향해 걷는다.


[마을 주민]

작은 마을이라서, 웬만한 상점들은 서로 품목이 겹치지 않아요.

간판도 판매하는 물건을 대충 그림으로 그려 놓은 집들도 있고요.


[마을 주민]

우리 마을에는 돼지는 없고 소만 키우는데, 도대체 왜 돼지 석상이 있을까요?

어른들은 그냥 그러려니 하시는 것 같긴 하지만요.


[? ? ?]

동쪽의 델피온 황성은 워낙 북적거리고, 서쪽의 에메랄드 시는 글쎄 정신이 하나도 없어요.


어라? 이 사람은 왜 이름이 ‘마을 주민’이 아니지?

다른 마을 주민들이라면 한 두 마디 감상을 늘어놓는 것이 고작인데, 이 사람은 대뜸 델피온 황성과 에메랄드 시를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 ? ?]

의상실을 하는 사촌이 살아서 가끔 놀러 가는데, 저는 아무래도 이런 조용한 마을이 적성인가 봐요.


이거, 어쩐지 퀘스트의 느낌이 온다.


[엘레나]

그래도 조용한 마을이라고만 하기에는 정말 아름다운 걸요? 여행길에서 놓쳤다면 아쉬웠을 게 분명해요.


[? ? ? / 클라라]

저랑 취향이 비슷하시네요!

만나서 반가워요, 여행자님. 저는 클라라라고 해요.


[엘레나]

반가워요. 저는 엘레나라고 해요.


[클라라]

아무튼……. 이번에도 사촌이 초대를 했는데, 저는 아직 휴식이 좀 필요한 것 같아요.

혹시 여행 중에 에메랄드 시를 가신다면, 사촌에게 이 사탕상자를 좀 전해 주시겠어요? 급한 건 아니지만, 사촌이 받으면 좋아할 게 분명하거든요.


~ 에메랄드 시에서 넬슨 찾기 (0%)~

새로운 퀘스트 발생!

황금들판 마을의 ‘클라라’로부터 건네 받은 사탕 상자를 전달해 주자.

보상 : 황금들판 마을 축제 의상

[ > 수락 ] [ 거절 ]


거절할 수 있는 퀘스트잖아?

지금까지의 퀘스트는 늘상 ‘수락’ 버튼만 있어서 이건 그냥 장식일까 싶었는데, 필수 메인 퀘스트만 그런 모양이다. 아무튼 거절을 할 필요는 없으니까 이대로 진행해본다. 어차피 에메랄드 시라면 서쪽 항구로 가는 길에 어차피 거쳐야 하는 도시다. 빙 돌아서 가야 하면 모를까, 겸사겸사 퀘스트를 수행하면서 경유하는 쪽이 더 재미있는 여행길이 되리라.

그런 생각을 하며 가벼운 부탁을 수락하고, 한편으로는 도대체 그 사촌이란 어떤 사람이기에 사탕 한 상자에 축제 의상을 건네주는 위인일지를 잠시 상상해본다. 현실 세계에서도 이런 거래가 성립할까? 뭐, 아무렴 게임이니까.

다시 발걸음을 옮기고, 남쪽 석상 근처에 다다르자 대화들이 튀어나온다.


[도로시]

남쪽 석상도 금방 찾아냈네!


[제이크]

이번에는 책상 앞에 앉아 있는 모습인걸?


[다니엘라]

가서 뭐라고 적혀 있는지 한 번 보자!


~ 노랑 돼지의 석상 ~

> 시구 읽기

제물 바치기


~ 노랑 돼지의 석상 ~

“잉크로 얼룩진 손가락,

얼룩진 자유를 그리네.

춤추는 펜을 따라

적어내린 이야기가

영혼을 구원하리.”


[다니엘라]

남쪽 석상의 별명은 ‘서기관’, 그러니까 뭔가를 적는 게 필요할 거야.

손에 깃펜처럼 보이는 물건이 들려 있는데 책상 위는 텅 비어 있으니, 종이를 가져다 줘야 할 것 같아.


아, 종이?

아마 높은 확률로 마을 상점에서 따로 구입해야겠지만, 델피온 황성에서 화구 세트로 그림을 그린 적이 있다. 화구 세트라면 종이가 필수일 테니까, ‘쓰다 만 종이가 있다’ 하는 컨셉으로 화구 세트가 작용을 할 지도……?


~ 파랑 돼지의 석상 ~

조사한다

> 공물을 바친다


[도로시]

우웅, 마땅히 바칠 만한 공물이 없는 것 같네.


[제이크]

그래도 이제 세 가지 공물을 모두 알아냈잖아?

마을 상점들을 돌아보면서 구해보자. 여기 비용제한 없는 장학생도 동행하니까~


[도로시]

아아, 정말! 멋대로 마구 썼다가는 상단주님한테서 무슨 말을 들을 지 모른다니깐?!


역시 화구 세트로 어떻게 되지는 않는구나. 느긋하게 산책 삼아 둘러보며 마을을 둘러본다. 벌써 어느 정도 길이 눈에 익는 걸 보니, 델피온 황성보다 확실히 작은 마을이기는 하다.

굽이굽이 골목 모퉁이를 돌면 기대하지 못했던 아기자기한 가게들이 나오고, 경사가 심한 지형은 아니지만 이따금 계단으로 된 골목길도 마주친다.

아주 오래 전부터 주민들에게 사랑 받아온 길이었는지, 돌로 된 계단 모서리가 둥글둥글 뭉툭하다. 계단 난간에는 하얀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화분 모양의 석상이 양 옆으로 나란히 하나씩 놓여 있다. 사유지도 아닌데 이런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다니. 마을에 대한 이 곳 주민들의 애정이 느껴진다.

그렇게 길을 걸으며, 공물로 바쳐야 할 포도주와 모자, 종이를 떠올리며 가게의 간판을 유심히 살핀다.


> ‘주류점’ 들어가기


[조니]

어서오십쇼! 외지인 분들이시군요?

아무리 아름다운 마을이라도, 술 한 잔이면 더 아름다워 보인답니다!


> 포도주

위스키

맥주


이 게임에서 뭔가를 가게에서 제대로 사 본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런 식으로 NPC한테 말을 걸고 물건을 사는 방식인가 보다. 파는 기능은 없나? 예전에 고전 게임 할 때는 이것저것 주워와서 팔면 돈이 쏠쏠하게 벌렸는데.


[엘레나]

일단 구매하긴 했는데, 가격이 얼마인지도 모르고 사버렸네.


[제이크]

글쎄, 비용 무제한의 장학생이 있는데 상관없지 않을까?


[엘레나]

그런 거야?


[다니엘라]

상단주의 특별 장학생이란 대단하구나아.


[도로시]

에휴, 나도 모르겠다.


그러고 보니 가격표도 안 보고 그냥 구매해버렸다. 어쩐지, 이런 설정이 없을 리가 없었다. 제이크의 한도 무제한 장학증서가 있으니 부담이 없다. 그런데 이거 무제한인가……?

다음은 모자를 구하러 의상실을 찾아 들어가 본다.


> ‘의상실’ 들어가기


[샤롯데]

안녕하세요! 옷은 뭐니뭐니 해도 유행을 타지 않는 클래식한 아이템이 제일이죠.

어떻게 도와드릴까요?


> 모자

코트

드레스

장갑

황금들판 마을 축제 의상


엥, ‘황금들판 마을 축제 의상’이 있네? 퀘스트로만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라, 따로 구매할 수도 있는 거였구나.


> ‘문구점’ 들어가기


[알파]

어서오십시오, 손님.

급할 것 없이 천천히 둘러보세요. 문구류를 고를 때는 누구나 행복해 지는 법이니까요.


> 종이

잉크

질 좋은 가죽 수첩


잠깐……. 문구점 주인 이름이 ‘알파’?

그러고 보니 다른 가게 사장들 이름도 어딘가 수상하다. 주류점은 조니, 의상실은 샤롯데, 문구점은 알파…….

아무튼 필요한 아이템을 다 구했으니, 북쪽 석상부터 제물을 바치러 가 봐야겠다.


~ 빨강 돼지의 석상 ~

시구 읽기

> 제물 바치기


[도로시]

우, 우앗! 이게 뭐야?!


북쪽 석상에 포도주를 공물로 바치자, 불그스름한 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석상의 두 눈이 붉은 보석으로 바뀐다. 왜 이름이 ‘빨강 돼지의 석상’인지 알 것 같다.


[제이크]

흐음, 흥미롭네.


[엘레나]

그러게. 빛이 뿜어져 나올 줄은 몰랐는걸.


[제이크]

그게 아니라, 포도주가 석상에 동화되었어.


[도로시]

에엣, 정말?!


[다니엘라]

아까까지만 해도 빈 잔이었는데……. 잔이 채워져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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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