퀘스트 창이 사라지고, 마음 가는대로 마을을 거닐어 본다.
엘레나 일행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하지만 스토리 모드로 전환되지는 않고, 말풍선과 사운드로만 대화가 오간다.
[엘레나]
마을 문을 지키고 있는 경비병조차 없네? 이렇게 아무나 들어가도 되려나.
[도로시]
우와, 엄청 평화로워 보이는 마을이야!
[다니엘라]
물이 졸졸 흐르고, 작은 다리가 여기저기 놓여 있고, 오리도 둥둥 떠다니고…….
집들도 다 낮고, 지붕도 예쁘고, 다들 벽돌로 지어서 아기자기해. 번화한 도시만 다니다가 이런 마을에 오니까 분위기가 완전 다른걸?
[제이크]
뭐, 나는 황성보다는 이런 마을이 취향이야.
복잡하고 시끌시끌한 분위기는 영 안 맞는단 말이지.
[도로시]
이런 마을에서는 어떤 음식을 팔까? 고소하고 소박한 빵 종류? 딸기잼과 크림을 가득 곁들여서?
어디 보자, 가이드북에 써 있을 텐데~
모두의 이야기대로 아기자기한 분위기가 가득한 마을이다. 이전에 지나온 나리엔 마을과도 또 다른 느낌이다. 나리엔 마을은 초목이 가득하고 소의 방울 소리가 들려오는 목가적인 장소였다면, 황금들판 마을은 단단한 꿀벌색 벽돌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듯한 모습이다.
우선은 전체적인 지리를 눈에 한 번 담아보고 돌아다녀야겠다.
> 지도
마을의 대략적인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마을 중앙의 광장을 중심으로 동서남북 사방을 향해 길이 나 있는 형태다. 그마저도 일직선의 길이 아니라 굽이진 골목길 형태다. 정확한 방위대로 만들어진 계획도시의 도로가 아니라, 아주 옛날부터 사람들이 걸음을 하다 보니 자연히 굳어진 길처럼 보인다.
우선은 마을 중앙 광장으로 가보기로 마음 먹고, 지도에 마커를 표시한다. 마을 중앙 광장을 향해 반짝이는 지표가 나타난다.
그러고 나서 얼마 걷지도 않았건만, 작은 마을이라 금방 중앙 광장에 도착한다. 이 마을의 중앙 광장에도 분수대가 있다. 물론 델피온 황성에서 본 것에 비하면 소박하기 그지 없다. 하지만 그래서 왠지 정감이 간다.
그런데 마커 때문에 생긴 빛나는 지표 말고도, 반짝이는 화살표가 분수대에 둥둥 떠 있다. 다가가보니 역시 상호작용이 가능하다.
~ 황금들판 마을 분수대 ~
수채화 물통을 채운다
> 목을 축인다
동전을 던진다
[엘레나]
(마실 수 있는 물은 도저히 아닌 것 같다.)
음, 역시 마실 수는 없구나.
딱히 그림을 그리고 싶지는 않으니까, 이번엔 이거…….
~ 황금들판 마을 분수대 ~
수채화 물통을 채운다
목을 축인다
> 동전을 던진다
호기심에 엘레나가 동전을 던지려고 하자, 지나가던 행인이 물끄러미 쳐다보며 머리 위에 느낌표가 뜬다. 엘레나가 동전 던지기를 그만두고 행인을 쳐다본다.
뭔가 하고 컨트롤러를 조작해보니 플레이어블 모드다. 행인에게 다가가서 말을 걸어본다.
[마을 주민]
여행자, 맞죠?
[엘레나]
네? 그렇긴 한데요.
[마을 주민]
여기 사는 사람들은 분수에 동전을 던지지 않거든요.
[엘레나]
그런……가요? 별 뜻은 없었어요.
[마을 주민]
이런 소박한 분수대에 동전을 던지는 사람은 여행객밖에 없어요.
별 볼 일 없는 작은 동네지만, 그래도 볼거리를 찾는다면 마을 구석구석에 있는 ‘돼지 석상’이 그나마 볼만 할 거요.
[도로시]
‘돼지 석상’이라고요?
황금들판 마을이 돼지고기로 유명했던가……?
[마을 주민]
이 마을에 돼지는 한 마리도 없어요.
그러니까 참 희한한 석상이지 않겠어요? 누가 무슨 생각으로 만들었는지, 참.
마을 주민이 말을 마치자, 엘레나 일행은 서로 얼굴만 번갈아 오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엘레나]
석상은 어디에 있나요?
[마을 주민]
글쎄, 보물찾기를 하는 기분으로 찾는 것도 나쁘지 않겠죠?
총 세 개의 석상이 있다는 것만 알려주리다.
마을 주민의 아리송한 대답에, 엘레나 일행은 또다시 서로를 쳐다보기만 할 뿐이었다. 그러고는 플레이어블 모드로 돌아온다.
퀘스트 힌트인가? 어쩐지 반짝이는 화살표가 둥둥 떠 있을 때부터 알아봤다. 하긴, 이 작은 마을에서 중앙 광장을 그냥 지나쳐갈 수는 없을 테니까 어떻게든 퀘스트를 진행시킬 수 있었겠지.
그나저나 돼지 석상의 위치를 알려주지 않는다니, 탐색밖에 방법이 없겠다. 사람들이 이 게임이 퍼즐 맞추기 같은 재미가 있다고 평가하던데, 이제 그게 슬슬 시작하나 보다.
새로운 마을의 이곳저곳도 눈에 익힐 겸, 석상 찾기를 핑계 삼아 돌아다녀봐야겠다. 광장을 중심으로 사방을 향해 길이 뻗어 있는데, 그 중 북쪽으로 난 길을 택해 걸음을 옮긴다.
보면 볼수록 아담한 분위기를 더해주는 포인트가 많은 마을이다. 나무 판자를 페인트로 칠해 만든 간판, 돌담 밑이나 창가에 어김없이 놓여 있는 토분과 꽃들…….
그러다 돼지 석상 하나가 눈에 띄고, 도로시가 외친다.
[도로시]
엘레나! 저기 돼지 석상이 있어!
[제이크]
인간처럼 두 발로 서 있잖아? 제작자가 독특한 취향이네.
[다니엘라]
손에 든 건 뭘까?
돼지 석상에 화살표가 반짝인다. 좀 더 가까이 다가가서 석상을 들여다보니 상호작용이 가능하다.
> 시구 읽기
제물 바치기
제물? 제물은 뭐 가져온 게 없는데.
일단 시구를 읽어본다.
~ 빨강 돼지의 석상 ~
“술은 피를 부르고
피는 술을 부를지니,
오늘의 술로 어제의 피를
잊음이 어떠한가”
[엘레나]
무슨 소리지? 도대체 알아듣지 못하겠어.
[다니엘라]
어쩌면 수수께끼 같은 게 아닐까?
[제이크]
호오, 다니엘라는 수수께끼를 좋아하는 편이야?
[다니엘라]
체스든 수수께끼든, 퍼즐 같은 것을 푸는 일이라면 대체로 좋아해.
실마리를 찾아가는 게 재밌거든!
[엘레나]
그럼, 이 수수께끼도 답을 알겠어?
[다니엘라]
아직은 단서가 부족해.
어쩌면 다른 석상들에서 단서를 더 찾을 수도 있고, 혹은 각각이 하나의 자물쇠 역할을 하는 것일 수도 있어.
[도로시]
흐앙, 어려워! 정보가 하나도 없잖아?
도로시는 감도 못 잡겠는걸.
[다니엘라]
정보라…….
어쩌면 상단주님은 뭔가 알지 않을까? 상단이라면 웬만한 정보는 꿰고 있을 테니까.
[엘레나]
이런 작은 마을의 석상에까지 정보가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한 번 물어봐서 나쁠 건 없겠지?
플레이어블 모드로 돌아와서, 엘레나의 말대로 통신구를 작동시켜 본다.
~ 통신구 ~
연락할 길드원을 선택하세요.
> 도로시
제이크
멜리사
루시
다니엘라
앗, 잘못 선택했다!
게임할 때조차도 성격이 급해서 큰일이군…….
[도로시]
응? 엘레나, 난 여기 있는데?
[엘레나]
앗, 내가 실수로……!
~ 통신구 ~
연락할 길드원을 선택하세요.
도로시
제이크
> 멜리사
루시
다니엘라
[멜리사]
여어~ 오랜만이야!
[엘레나]
오랜만은 무슨, 얼마 안 됐는걸요.
[멜리사]
에잉 섭하게~
그래서, 여행은 잘 하고 있어? 뭔 일 있는 건 아니고?
[도로시]
상단주님~!! 정보가 필요해요!
[멜리사]
엥? 대뜸 정보가 필요하다니, 또 무슨 흥미로운 일을 벌였을까나~
[다니엘라]
혹시 황금들판 마을의 석상에 대해서 알고 계시나요?
사람처럼 두 발로 서 있는 돼지 석상인데, 기둥 받침에는 수수께끼 같은 말만 적혀 있어요.
[멜리사]
흐응, 황금들판에 웬 이상한 석상이 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수수께끼라면 글쎄.
[도로시]
끄응, 역시 이런 작은 마을의 석상에 얽힌 이야기까지는 무리였군요…….
[멜리사]
나야 대체로 박식한 편이긴 하지만~
이런 건 이 지역에서 오래 산 사람에게 물어보는 게 빠를 걸?
노인은 살아있는 한 권의 책이라고도 하잖아.
[다니엘라]
흐음, 확실히 일리 있는 말씀이에요.
고마워요, 상단주님!
[멜리사]
뭘, 이런 걸 가지고.
수수께끼를 풀게 되면 나도 알려줘~
멜리사와의 통신이 끝나고, 다시 플레이어블 모드다. 정말 힌트에 힌트를 물고 가면서 수수께끼를 푸는 방식이구나? 일단은 마을 구석구석에 있다는 돼지 석상들을 찾아다니면서, 나이 많아 보이는 행인을 마주치면 말을 걸어봐야겠다.
그러나 아무리 돌아다녀봐도 행인은 노인이 아닌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래도 이래저래 말을 걸어보지만,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다들 수수께끼를 푸는 데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대답만 돌아올 뿐이다.
[마을 주민]
델피온 황성에서 대단한 체스 게임이 있었다면서?
당근 수확만 아니면 나도 갔었을 텐데!
[마을 주민]
선생님이 보시기에도 우리 마을 벽돌이 벌꿀 색 같으신가요?
사실 제 눈에는 벌꿀보다는 물을 잔뜩 탄 위스키 색 같거든요…….
[마을 주민]
이 마을에는 옷가게가 딱 한 곳 뿐이라 불만이에요.
한 군데만 있으니까 디자인이 거기서 거기거든요.
[마을 주민]
남쪽의 바트레이야 섬에 가 보셨나요?
저는 어렸을 때 딱 한 번 가 봤는데, 나중에 여행자 패스를 개시하면 아예 바트레이야 섬에만 살아볼 생각이에요.
[마을 주민]
마력은 기체일까요, 액체일까요, 고체일까요?
아무튼 고체가 아닌 것만은 확실해요. 황금들판만 해도 많은 동식물이 마력을 품고 있잖아요? 만약 단단한 고체였다면 그 많은 생명체가 마력을 품고 있는 게 설명되지 않으니까요.
이런이런, 석상과 관련된 단서는 하나도 없네. 게다가 사람들의 이름도 모르니 죄다 ‘마을 주민’으로만 기억에 남아서 온통 헷갈리기 일보 직전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마을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도 흥미롭다. 플레이 스타일이 이런 식이다 보니, RPG 게임만 하면 언제나 캐릭터 성장속도도 느리고 스토리 진행도 느리다.
그러다 다시 마을 광장에 다다르자, 익숙한 얼굴의 마을 주민이 분수대 근처를 여전히 서성이는 모습이 보인다. 처음으로 돼지 석상에 대해서 이야기 해 준 사람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가가서 말을 걸어 본다.
[마을 주민]
글쎄, 보물찾기를 하는 기분으로 찾는 것도 나쁘지 않겠죠?
총 세 개의 석상이 있다는 것만 알려 주리다.
예상대로 똑같은 대답만 돌아올 뿐이다.
그 때, 처음 보는 노인 한 명이 눈에 들어온다. 구부정한 허리에 지팡이를 짚어서 걸음걸이가 느긋하고, 머리에는 베레모를 써서 대머리를 가린 노년 남성이다.
아직 말을 걸어 보지 못한 사람인데다, 주름이 자글자글한 얼굴은 웃는 상이라서 왠지 느낌이 좋다.
다가가서 말을 걸어보자, 드디어 퀘스트가 발동한다.
~ 돼지 석상의 수수께끼 (0%) ~
돼지 석상의 수수께끼를 풀어보자.
x 빨강 돼지의 석상
x 파랑 돼지의 석상
x 노랑 돼지의 석상
[ > 수락 ]
[노인]
으응, 돼지 석상 말인가?
아주 옛날에는 말하는 돼지들이 있었다고 하네.
[다니엘라]
말하는 돼지들이요?
[노인]
그래, 그래. 두 발로 서서 걷고, 생각한 바를 언어로 표현하는 돼지들이 있었다지. 마치 인간처럼 말이야.
그 희한한 석상들로 말하자면, 그들이 좋아하는 것을 각자 들고 있는 게 아니겠나?
[엘레나]
‘각자’라고 하심은, 석상이 이 마을 여기저기에 있다는 뜻인가요?
[노인]
그렇지. 이 마을의 북쪽, 서쪽, 남쪽에 각각 하나씩 있다네.
각각의 모습에 따라 별명을 가지고 있는데, 북쪽은 ‘연회의 주최자’, 서쪽은 ‘권력자‘, 남쪽은 ‘서기관’이라고 하지.
[도로시]
그럼, ‘그들이 좋아하는 것’은 어디서 구할 수 있어요?
[노인]
아마 마을 상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을 걸세.
그런데 정말 가져다 주려고? 물어보니 대답은 해준다만.
[다니엘라]
재미있잖아요~ 수수께끼를 푸는 기분이에요!
[노인]
후후, 이래서 젊은이들과 대화하면 나까지 활기찬 기분이 든단 말이지!
더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 물어보게나.
[다니엘라]
감사합니다, 할아버지!
오호, 이 노인이었군!
그럼 이제 마을 곳곳에 놓은 돼지 석상을 더 자세히 조사해봐야겠다.
그런데 아까 빨강 돼지의 석상에 뭐라고 적혀 있었지……? 우선은 북쪽 석상부터 다시 가 봐야겠다. 이미 한 번 봐서 위치를 알고 있으니까 금방 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