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하는 아이와 영화 ‘승부’를 함께 보고
우리 부부는 둘다 공대를 나왔고
MBTI는 둘다 T다.
그런 우리에게서 나온 아이가
어쩌다 음악을,
그것도 작곡을 하더니
예술 중학교에 들어갔다.
취미로 하던 음악이
전공이 되고
전공이 되고나니
아이의 선생님은
스승을 넘어
절대자가 되었다.
스승님(?)의 평가에
아이는 하늘을 날았다가
좌절하기도 하고
나는 재능이 없는 것 같아, 할 때는
내 마음이 너무 아파
그만하고 싶으면 그만할래?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걸
참는다.
아이가 원하는 말이 아닌 걸 알기에.
음악에 답이 있을 리 없잖아,
너의 음악이 엄마가 듣기엔 너무나 아름다운걸
이라고 말하면
나의 어린 왕자는 세상 거칠게,
엄마는 음악을 모르잖아,라고
내 앞에 선을 그어버린다.
그래, 엄마는 음악을 전공하지 않았고
음악을 모르지.
하지만 엄마가 아는 건, 하나 있어.
노력은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는 것.
지금 너의 눈물 어린 노력의 시간이
너를 키워줄 거라는 걸,
엄마는 너를 항상 응원해.
그런 마음으로 아이와 함께 영화를 봤다.
조훈현과 이창호의 바둑 얘기를 다룬 ‘승부’
바둑의 치열한 세계도 예술 같더라.
스승님의 방식대로 하지 않겠다고,
저는 저만의 바둑을 찾겠다는 이창호의 외침에
그래, 맞아!
아들아, 너도 너만의 음악을 찾아!라고
나도 모르게 울컥 외치고 있었다.
너는 조성진도 아니고
이창호도 아닐 테지만,
너만의 음악을 찾아가기를
그 과정 속에서 상처받고 좌절하고
무너질 순간순간이 너무나 많겠지만
그때마다 매번 다시 일어나
조금씩 더 단단해지기를
세계 제일 음악가가 되기는커녕
음악을 업으로 살지 않겠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날이 온다 해도
하루하루 시간 쪼개가며
많은 걸 참아가며
한 땀 한 땀 쌓아가고 있는 이날들이
앞으로의 날들을 지켜내 줄 기반이 되어주리라.
아들아, 그러니까
너는 너만의 음악을 하면 좋겠어
*
오랜만에 귀염둥이와 과자 한 봉지 뜯어먹으며 함께 영화를 본 평화로운 시간, 추억을 남기며 기록한다. 행복한 순간들을 조금 더 열심히 남겨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