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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이브니어 Dave Near Mar 19. 2018

잡담

2018년 3월 19일

최근 몇 년 페북에서 가장 부러웠던 분들이 있다. 우울증이 있다고 치료를 받고 있으며, 공황장애가 있고 고소공포증이 있다고 말하는, 폐쇄공포증이 있다고 말하고 사람들에게 위로와 공감을 받던 분들이다. 부럽다. 내 약함을 드러내고 공존과 연대를 모색할 수 있어서. 모두가 그런건 아니겠지만 만일 그분들 중 그런 공개가 다소 과장된 스스로 만든 또 하나의 안전지대라 할지라도. 그 역시 치료의 여정일테니까. 난 좋다고 본다. 부럽다.


나는 종종 코가 깨질까봐 팔굽혀펴기를 못하고, 손가락을 다칠까봐 에스컬리에이터 손잡이를 못잡고, 간판이나 조명이 떨어질까 고개 숙이고 다니고, 천장을 늘 보고 자리잡으며, 누군가 염산을 들고 나타나 얼굴에 부을까 늦은 퇴근시간에 주위를 둘러보며, 갑자기 쓰러질까봐 머리숙이고 머리감다 현기증을 느껴 화들짝 놀란다.


어느 사건 이후로 그 방향으로 운전조차 하지 않는다. 의도적으로 기억을 지워버리는게 가능한 것도 알았다. 소시오패스 체크리스트 체크하다가 순간 멈칫한다. 똑똑하면 셜록같다고 자랑이라도 하지. 실은 은근 체크할게 많을 줄 알았는데 꼭 그렇진 않아서 실망했다고나 할까. 셀프치료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깨졌고 또 깨졌고 전혀 아름답지 않다. 신의 이름을 망령되이 일컫지 않으려다 신을 놓쳤고 기도하는 법을 잊었다.  


그럼에도 누군가 날 아름답다고 말해준다면 아마 그 사람은 날 사랑하는 사람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투정들 따위를 다 뒤로 하고, 내가 누군가에게 그럼에도 당신은 아름다워라고 말할 수 있길 바란다. 하지만 내 안의 어린아이는 늘 투정에 투정을 거듭한다.


따뜻하고 다정한 말 한마디. 진솔하게 나눌 사람, 시간, 그리고 또 시간. 그런 것보다 소중한게 있을까. 더 담백하게 노래를 짓고 시를 쓸 일이다. 20년 안에 교향곡 하나 쓰고 죽을 수 있다면 좋겠다는 꿈을 꾼다. 그때까지 살 수 있을까. 오늘 많이 웃고 땀흘리며 평화롭게 살자.


#잡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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