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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이브니어 Dave Near Mar 21. 2018

죽은 나무가 살아났다

신의 손짓에 항복하다

*
6년 전 그들은 개업기념으로 내게 나무를 보냈다. 쉽게 죽지 않는 종자였다. 적절한 물과 볕을 주면 절로 자라는 나무였지만. 그들과 사이가 틀어지고는 그 나무는 시들시들했다. 하지만 나무가 뭔 죄가 있을까. 때마다 기운이 강하면 무성한 가지를 손질하고 벌레가 나면 바람을 쐬주고 사철을 몇 번 함께 하며 정이 들었다. 허나 작년 여름부터 이 나무는 마치 무슨 일 있는 양 말을 듣지 않았고 모든 잎과 가지가 샛노래지다가 검게 죽어갔고 기둥도 새까매졌다. 죽었으니 내버리라고 누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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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순 없지. 모든 잎을 다 떼어버리고 가지를 다 잘라내버리고 썩은 기둥을 겨우내 바싹 말렸다. 그리곤 사무실 한귀퉁이에 두고 나조차 잊었는데, 무심코 어제 보니 새 잎이 저리 나있다.


죽었다면 선물한 이들도 내 맘에서 지우려했는데 그러지 말라는 계시인양. 아니 그보다는, 죽은 내 모든 감각과 의미와 기운 나아가 영혼을 흔들어 깨우는 손짓과 손길이 한없이 고맙다고나 할까. 항복하는 이 기분이 좋으면서 싫고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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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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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나무 #잎 #가지 #전정
#겨울 #죽음 #부활 #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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