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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픈옹달 Jun 14. 2024

동서를 가로질러

와파서당 - 고전논술 :: 동방견문록

먼 옛날 베네치아 사람 마르코 폴로(1254~1324)가 있었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그가 태어나기도 전에 고향을 떠나 동로마의 수도 콘스탄티노플(오늘날 이스탄불)로 떠났어요. 상인으로 돈을 벌기 위해서였답니다. 아버지 니콜로와 삼촌 마페오는 콘스탄티노플의 동쪽 흑해로 가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흑해 연안에 이르러 간 김에 더 멀리 가보기로 해요. 그래서 동쪽으로 동쪽으로 향합니다. 


그들은 베르케 칸이 다스리는 킵자크 칸국에 이릅니다. 여기서 칸(Khan)은 북방 유목민족의 우두머리를 가리키는 말이었어요. 우리에게는 칭기츠 칸이 유명합니다. 마르코 형제가 만났던 베르케 칸은 바로 칭기즈 칸의 손자였어요. 칭기즈 칸은 세상을 떠났고 그의 넓은 몽골 제국은 크게 넷으로 나뉘어 있었습니다. 그들은 다시 동쪽으로 가 대칸, 원나라 세조 쿠빌라이 칸을 만나고 베네치아로 돌아옵니다.


니콜로 마르코가 베네치아에 돌아왔을 때 그는 열 다섯 된 자신의 아들을 만납니다. 마르코 폴로는 그렇게 낯선 아버지를 만납니다. 마르코 형제는 다시 대칸에게 돌아가기로 하고 마르코 폴로도 그 길에 함께합니다. 마르코 폴로는 원나라의 수도에 이릅니다. 오늘날 중국에 도착한 것이에요. 마르코 폴로는 그곳에서 대칸의 사신이 되어 여러 곳을 여행합니다. 타타르인의 말과 풍습에 익숙했던 까닭입니다. 덕분에 마르코 폴로는 오늘날 중앙아시아는 물론, 중국과 동남아시아 일대에 대한 풍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어요. 


"짐은 임무에 대한 보고 외에도 세계 여러 나라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대해 새로운 이야기를 듣고 싶은 것이오!" 

대칸의 명으로 족히 여섯 달이 걸리는 곳에 사신으로 떠난 마르코는 매우 현명하게 임무를 수행했다. 또한 돌아가서 대칸에게 보고할 수 있도록 지나는 나라들에 대한 많은 정보를 성심껏 수집했다. 

마르코 폴로는 훗날 자신의 고향 베네치아에 돌아와 그간 보고 들은 것을 정리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완성된 책이 바로 <동방견문록>이에요. 지금이야 세계 곳곳에 대한 정보를 손쉽게 접할 수 있지만 마르코 폴로가 살았던 시대에는 그럴 수 없었어요. 유럽인들은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을 읽으며 알 수 없는 동쪽 세계를 상상하곤 했습니다.


그렇다면 마르코 폴로가 동양을 탐험하던 그때 우리나라는 어떤 상황이었을까요. 당시 고려는 원나라의 영향을 받고 있었어요. 덕분에 원나라 사람은 물론 다양한 중앙아시아 사람들이 고려를 오갔습니다. 개경 거리에는 먼 나라에서 온 외국 상인들로 붐볐다고 해요. 어쩌면 마르코 폴로처럼 오늘날 서양 사람 가운데 용감하게 한반도까지 온 사람도 있지 않았을까요.


우리는 <동방견문록>을 읽으며 수 백 년 전, 까마득한 옛날 마르코 폴로의 여행을 따라가 볼 예정입니다. 아마 많은 지명이 낯설 거예요. 유럽이나 미국의 도시보다는 덜 관심을 받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먼 옛날 동서를 가로지르는 상인들이 있었고, 그들 덕분에 크게 발전한 도시들이 여럿 있습니다. 가끔은 마르코 폴로가 여행한 지역을 지도에서 찾아봅시다. 지금도 중요한 지역이기도 해요.



<동방견문록>에는 곳곳의 기이한 이야기가 실려있기도 해요. 예를 들어 노인 알라아딘의 이야기가 그렇습니다. 알라아딘은 암살자를 키웠다고 해요. 그는 순진한 청년을 꾀어 암살자로 훈련시켰어요. "너희가 돌아올 때 내가 천사들을 보내 너희를 천국으로 데려갈 것이다. 만약 너희가 죽게 되면 천사들이 너희를 안아 천국으로 옮길 것이다." 이슬람교에서 말하는 천국이랍니다. 


1262년, 노인의 비열한 짓을 알고 있던 레반트 타타르의 주군 훌라구가 그 일을 끝내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는 자신의 한 신하에게 많은 병력을 주어 성채를 공격하는 임무를 맡겼다. 난공불락으로 튼튼한 요새 때문에 공성전이 3년 동안이나 이어졌다. 3년이 지나자 식량이 떨어졌고, 노인과 부하들은 모두 잡혀 죽임을 당했다. 그들이 벌인 끔찍한 일은 이렇게 막을 내렸다. 


여기서 하사신(assasin)이라는 말이 만들어졌다고 해요. 오늘날 암살자를 뜻하는 영어 어쌔신이 바로 여기서 나왔답니다. 짧은 단도를 들고 활약하는 암살자는 지금도 여러 영화, 만화, 게임 등에서 등장해요. 먼 옛날 만들어진 말이 오늘날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고전을 읽는 재미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르코 폴로가 그렇게 동서를 가로질러 탐험할 수 있는 것은 먼 옛날부터 이곳을 오가던 상인들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상인들은 동서를 가로지르며 여러 물건을 사고팔았습니다. 특히 중국의 비단이 중요한 상품이었어요. 중국에서 비단을 사서 중동이나 유럽에 팔면 큰돈을 손에 넣을 수 있었던 까닭입니다. 여기서 만들어진 말이 바로 비단길, 영어로는 실크로드(Silk Road)라고 해요. 


마르코 폴로보다 훨씬 옛날부터 이 길을 오가는 상인들이 있었어요. 우리나라 삼국시대 신라의 수도 경주에까지 실크로드 상인들이 오갔다는 말이 있어요. 인도에서 시작한 종교 불교가 신라까지 전해진 것도 이 상인들 덕분입니다. 그러고 보면 오늘날 우리나라를 가리키는 코리아(Korea)라는 말도 먼 옛날 실크로드를 오가는 상인들이 고려를 가리키던 말에서 만들어졌습니다. 


상인들은 때로 사막을 통과하기도 해야 했어요. 오늘날 중국과 몽골을 가로지르는 커다란 사막은 상인들에게 두려운 곳이었어요. 거친 기후에 시달려야 했고 때로는 신기루가 괴롭혔기 때문입니다. 신기루는 헛것이 보이고 들리는 것을 뜻해요. 상인들은 사막 한가운데에서 신기루를 만나곤 했답니다. 신기루를 뚫고 사막을 건너면 우리에게 익숙한 중국에 이릅니다. 


이제 여러분에게 놀라운 이야기를 들려주겠다. 밤중에 말을 타고 사막을 지나다 보면 누군가 잠들어가 혹은 다른 이유로 뒤처질 때가 있다. 그 사람이 다시 일행과 합류하려 할 때면 동료들의 말소리나 자기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하지만 그것은 여행자를 길 잃게 만드는 정령들이 내는 소리다. 그 소리를 들은 사람들은 영원히 길을 찾지 못하고, 죽어서 발견된다. 심지어 한낮에도 정령들이 수다 떠는 소리, 혹은 북소리 같은 악기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이것이 사막을 건널 때 마주칠 수 있는 큰 위험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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