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 집을 샀습니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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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주접근성을 기준으로
나와 와이프의 직장은 9호선 인근에 있다. 그래서 지금 살고 있는 삼전동에서 door to door로 40분 내외로 출퇴근이 가능하다. 이러니 1시간 이상 출퇴근이 걸리는 곳들은 고려하지 않았다. MAX 1시간을 기준으로 매매 대상지를 골랐다. 그러니 다리를 건너 올라갈 생각은 아예 옵션에 두지를 않았다. 서쪽으로는 서초구, 동작구라서 매매 가능한 예산범위를 초과했고, 동쪽으로 강동구와 하남은 지하철로 출퇴근하기에 녹록치 않을 것 같았다. 남쪽으로는 분당까지 고려는 했지만 분당도 예산을 월등히 초과했다. 그러다가 모란 위쪽으로는 가격이나 직주접근성을 고려했을 때 적당한 입지라고 생각이 들었다.
와이프와 논의해보니 일단 임장을 다녀보자는 합의를 보고 주말마다 시간을 내서 구성남에 적당한 가격대의 단지들을 둘러 보러 다녔다. 뒤에 구체적으로 정리하겠지만 우리는 들고 있는 현금이 2억 내외였고, 와이프가 임신한 상태였기 때문에 '신생아 특례대출'을 받아 집을 마련할 계획이었다. 그러다 보니 구성남 신축대단지로 들어가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신생아 특례대출이 가능한 매물은 매매가 9억 이하이고, 대출도 최대 5억이기 때문에 보유한 현금이 적다면 대출이 최대로 나오는 가격대인 6~7억 대가 현실적이었다. 다행히 구성남에는 6~7억 대 중소 준신축 단지들이 있었다. 가격과 입지를 생각했을 때 이만한 곳이 또 있을까 싶은 생각이 강력하게 들기도 했다.
실제로 와이프와 구성남 임장을 여러차례 다니면서 '가천대 두산위브' 단지를 정말 많이 둘러봤다. 이곳은 여러모로 좋은 입지라는 판단이 섰었다.
1. 인근에 대학가가 위치해 편의시설들이 많다. (단지 바로 옆에 사찰과 산책로가 있어 고즈넉함까지)
2. 10년 이내 준신축으로 단지가 깨끗하다.
3. 강남, 판교 출퇴근 수요 및 3040대가 많아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
4. 10분 거리에 지하철역(분당선 가천대역)
5. 전용 59타입 6~7억 대
6. 인근에 신규 대단지 및 인근지역 재개발 예정
이렇게 많은 장점이 있었지만 단지를 가기 위해서는 엄청난 언덕길을 지나가야만 했다. 자가용이 있다면 큰 문제는 아니겠고, 단지 바로 앞에 마을버스 정류장이 있어 실제로도 큰 문제는 아니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다시 한 번 생각해보니 위에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집가격이 요 몇년간 안정적이었다는 것이 꺼림칙 했다. 더군다나 여러 장점이 있어 거주편의성은 개선될 것 같았는데 직주접근성은 삼전동 보다 월등히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었기 때문에 고민 끝에 구성남을 과감히 포기하기로 했다. (8월 들어서 집값이 전고점을 갱신하고 있지만 해당 단지 매매가는 여전히 안정적..)
구성남에서 매매할 결심을 갖기 직전에 부동산 관련 일을 하시는 아빠와 상담을 해봤는데, 아빠 의견으로는 10년 전(부동산 활황기)이라면 구성남도 괜찮지만, 향후 10년을 생각했을 때는 서울을 절대 벗어나면 안 된다고 했다. 서울 접근성이 훨씬 용이해질 거고, 현재 정권과 서울시의 개발정책 방향이 용적률을 높여지고 있기 때문에 결국 서울로 몰릴 수 밖에 없을 거라는 의견을 주셨다. 더군다나 앞으로 삼전동 인근의 개발요소들이 매력적이라서 이 동네에서 더 멀어지지 말라는 의견도 덧붙여 주셨다. 삼성역 인근이 GRX의 허브가 되고 한전부지에 올라갈 현대차의 신규사옥, 학여울역 인근 공터에 제2의 코엑스가 들어선다는 썰과 위례신사선 등 근미래에 갖춰질 인프라를 고려했을 때, 강남인접 동네 중 삼전동 만한 곳이 또 있을까 싶었다.
아직 서울에서도 삼전동이 어딘지 모르는 사람이 훨씬 많지만 삼전동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보통 동네에서 동네로 이사할 정도로 살기 좋은 곳이다. 애기들이 많아서 어린이 공원이 많고, 반려가구가 많아서 반려동물에 관대하고, 석촌호수와 탄천이 있어서 산책하거나 런닝하기 좋고, 잠실이 인근이라서 쇼핑하기도 좋고, 방이먹자골목이 가까워서 술먹기 좋고, 다리만 건너면 대치동이라서 애들 교육까지 가능하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물론 삼전동은 빌라촌이라서 빌라 외에 주거옵션이 거의 없는 단점은 있다. 그래서 나는 다른 대안을 선택했다. 모두가 우려하는 대안을 선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