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번 글쓰기
집을 살 생각이 없던 우리 부부는 아이가 생기면서 마음이 바뀌었다. 아이가 태어난다는 사실이 그렇게도 강력한 동기였을까. 우리도 결국 집을 사야겠다고 결심했다. 여러 동네를 기웃거리며 고민했지만, 지금 살고 있는 삼전동만큼 마음에 드는 곳은 없었다. 결국 집을 살 마음을 굳혔고, 살고 싶은 동네도 정해졌다.
이제 매매를 염두에 두고 매물 리스트를 정리해야 할 때가 되었다.
1. 호갱노노
호갱노노는 사실 실거래가를 참고하는 용도에 가까웠다. 100세대 이상의 단지들은 리뷰도 많아 참고할 거리가 많았지만, 삼전동을 비롯한 인근 동네는 빌라와 50세대 미만의 나홀로 아파트들이 대부분이라 정보가 많지 않았다. 그래도 인근 아파트 시세를 기준으로 나홀로 아파트의 가치를 추정하는 데는 나름 쓸모가 있었다. 크고 번듯한 아파트를 기대할 수 없는 동네라, 이 정도면 만족할 만했다.
2. 네이버부동산
실제로 매매에 가장 큰 도움이 된 건 네이버부동산이었다. 다양한 필터링 기능이 있어 원하는 조건의 매물을 효율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중개사들과 바로 연락이 닿아 임장을 계획하기에도 편리했다. 가격, 방과 화장실의 개수, 주차 가능 여부 등 다양한 필터링 옵션이 있어서 매물을 쉽게 찾을 수 있었고, 마음에 드는 매물을 발견하면 곧바로 중개사에게 연락할 수 있었다. 그래서 네이버부동산을 통해 1차로 매물 리스트를 정리하고, 그 중에서 관심 가는 매물들을 하나하나 확인해 나갔다.
이전 자취나 신혼집을 마련할 때는 주로 직방과 다방을 이용했지만, 이번에는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직방은 최근 아파트 쪽으로 집중하고 있어서 내 상황에 맞지 않았고, 다방은 원룸과 투룸, 빌라, 다세대 주택에 최적화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혹시나 놓친 매물이 있을까 하여 한 번 더 확인하는 용도로만 사용했을 뿐이다. 당근마켓의 부동산 카테고리도 가끔 이용해봤지만,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았다.
3. 인터넷등기소
마음에 드는 매물을 찾았다고 끝난 게 아니다. 집이 있는 땅의 용도, 권리관계, 대지지분까지 확인해야 했다. 신축 아파트로 간다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내가 희망하는 가격대의 매물은 대부분 20년 내외의 구축 아파트라 재개발이나 재건축을 염두에 두어야 했다. 그래서 땅의 용도와 대지지분은 매우 중요한 요소였다. 2종 주거지인지 3종 주거지인지에 따라 향후 개발 가치는 천양지차가 날 수 있고, 대지지분이 조금이라도 높아야 훗날 개발 수요가 생겼을 때 내 자산 가치가 더 높아질 수 있었다.
삼전동 자체가 대부분 빌라촌이다 보니 대지지분이 높은 빌라도 고려해보았다. 그럼에도 최종적으로는 서류상 아파트로 구분되는 곳을 선택했다. 구분은 아파트였지만, 사실상 빌라에 가까운 구조와 주거 형태를 갖춘 곳이었다. 하지만 이 동네를 떠나지 않기로 한 이상, 그런 불편함은 감수해야 했다. 집을 계약할 때도, 입주를 앞둔 지금도 이보다 더 나은 매물은 없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든다.
마치 육각형 매물은 유니콘처럼, 현실에 있을 수 없는 꿈같은 존재일지도 모른다.